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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브라 윙거를 찾아서

이영주 |2008.04.13 23:07
조회 38 |추천 0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 (Searching For Debra Winger, 2002)

감독 : 로잔나 아퀘트

 

 

'헐리우드 스타 여배우' 뒤에 감춰진 진실

 

10회이다 보니 이런 기회도 생기는군. 역대 상영작 중 관객들의 환호를 받은 작품들을 재상영하는 커튼콜이라는 섹션이 있다. 커튼콜 상영작 중 하나를 골랐다. 서울여성영화제뿐 아니라 언젠가 다른 영화제에서도 상영한 적이 있었지만 기회를 놓쳤던 . 내 또래도 텔레비전으로 몇 번이나 본 적 있는 로 세계의 연인이 되었던 데브라 윙거라는 헐리우드 대스타가 지금은 왜 은퇴를 해야 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헐리우드 스타배우(글쎄, 로잔나 아퀘트가 스타인지는 모르겠지만)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헐리우드 스타배우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기네스 펠트로, 멕 라이언, 셀마 헤이엑, 다이안 레인, 샤론 스톤, 우피 골드버그,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홀리 헌터, 프랜스시 맥도먼드 등 인터비들의 면면만 봐도 혹 하게 되지 않는가! 만약 인터비들을 모두 모아 영화를 찍는다면 배우 개런티만 천문학적 액수가 될 것이다. 거기다 그 배우들이 짙은 메이크업과 악세사리를 벗고, 연기를 벗고, 자연인 그대로의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서다니,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 그랬다. 영화를 보는데 장르가 다큐이다 보니 마치 배우들이 내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것 같은 착각을 준다. 너무 어마어마한 스타대우들이 줄줄이 떼거지로 쌩얼을 보여주니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그들, 헐리우드 대스타 여배우들에게 던진 질문은 사실 맥빠질 정도로 식상한 것이다. "헐리우드 여배우로 살면서 일과 사랑이 양립할 수 있다고 보는가?" 요즘 정부든 여성단체든 여성정책의 핵심적 키워드 중 하나인 '일 가정 양립'인 것이다.

그러나 스타 여배우들의 입에서 나온 대답들은 식상하지 않았다. 아니, 너무 식상하고 일반적이어서 놀라웠다. 매일같이 타블로이드를 장식하는 화려한 사생활을 자랑하는 배우든, 가정과 영화, 거기다 정치활동까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처럼 매스미디어가 칭송하는 수퍼우먼 배우든, 불혹을 훌쩍 넘기고도 여전한 섹스심벌로 입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다보니 가정 따위는 하나도 신경 안 쓸 것 같은 배우든, 모든 배우들이 내 주변의 평범한 여성들이 하는 고민과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일에 열정을 쏟다 보면 자녀와 가족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일에 대한 열정을 접고 가족에 충실하다 보면 나는 어디 있는가 가치가 사라지는 것 같아 허무해지고. 아, 밥도 안 먹고 똥도 안 쌀 것 같은 대스타 여배우들도 필부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구나. 이런 놀라운 발견이 있나!

아니, 사실 얼굴과 몸을 매개로 일약 스타가 되거나 냉정하게 버려지거나 기로에 서야 하는 여배우들에게 일 가정 양립이라는 고민은 오히려 더 가혹하게 다가왔다. 여배우들이 기혼이 된다는 것에 대해 나이듦에 대해 불안해하고 성형강박에 시달리는 것은, 어쩌면 그들의 생존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에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은 40대를 넘어서면 조연 그도 안 되어 단역에 머물러야 하는 영화 현실에 대해, 사생활을 늘 감시당하고 언제든 타블로이드의 총공격에 노출돼야만 하는 현실에 대해, 목소리 높여 비판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세월이 쌓이고 경험이 쌓일수록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훨씬 많다고. 그리고 자신들과 더불어 나이들어가는 관객들이 있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담는 영화도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여배우들의 항변이 어찌 헐리우드 대스타에게만 적용되는 것이겠는가. 그것은 지금도 하루하루 나이들어가면서, 모성의 이름으로, 가정의 수호천사라는 칭송으로 이 사회로부터 '팽'당하고 있는 이 땅 모든 여성들의 항변이다.

 

p.s. 이 영화를 보고 인간적으로 참 매력이 느껴졌던 배우는 샤론 스톤과 우피 골드버그다. 으로 섹스심벌 외에 다른 이미지는 보이지 않던 샤론 스톤의 인터뷰에선 세간의 평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굳은 심지와 원숙한 여배우의 아름다움이 묻어나왔다. 영화에서도 유쾌한 에너지를 뿜어내던 우피 골드버그는 거침없는 입담과 특유의 낙관으로 보는 내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멋진 여성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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