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소 뜸해지기는 했지만 2MB(이명박)정부의 한반도 대운하 문제는 여전히 국민적 관심사로 자리잡고 있다.
한반도의 운하는 이미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수시로 제기됐던 문제이다. 조선의 개국 공신 하륜은 '운하 공사를 통해 백성들에게 부역을 시키고, 그것을 통해 백성들에게 복종을 가르쳐야 한다'며 태조를 설득했다.
개국초의 조선왕조는 한반도 전체를 정치 군사적으로 온전히 장악하지 못했다. 하륜의 주장은 결국 운하 건설 자체 보다는 왕권강화가 주목적이었던 셈이다. 물론 이런 주장은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조선 중기에 접어 들면서 조선조정은 비교적 실용적인 관점에서 운하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그 시발점이 바로 태안반도의 안흥량이다.
이 지역은 전라도 곡창지대에서 생산된 쌀을 한양으로 나르던 중요한 뱃길이었다. 그러나 당시의 항해술이나 배의 구조로는 안흥량을 무사 통과하는 일이 상당히 까다로웠다.
안흥량은 거센 소용돌이가 치는 물길은 물론, 곳곳에 암초까지 도사리고 있는 위험지역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 인근에서 종종 고려의 침몰선이 인양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때문에 조선 조정은 위험천만한 안흥량 뱃길의 대안을 운하에서 찾고자 했다. 일찌기 고려(인종 1123-46)시기에 시도했던 천수만과 가로림만을 잇는 굴포운하를 재착공하려 한 것이다. 물론 당시에도 운하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웠다. 노동력 동원 문제, 공사비, 기술력 등 민감한 사안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공사는 결국 기술력 부족으로 6.8km 구간 가운데 2km 만을 남겨둔체 끝나고 말았다.
비록 미완이지만, 조선은 신속한 물류이동과 배의 안전운항을 목적으로, 말그대로 '실용적인 관점'에서 운하를 재검토 했던 것이다.
그러나 2008년 2MB의 운하 논란은 조선과는 판이하게 다른 측면에서 전개되고 있다. 우선 2MB식 운하는 조선처럼 배의 안전운항을 위한 것도 아닐뿐더러, 물류 이동에 일대 혁신을 가져오는 사업도 아니기 때문이다.
2MB 운하의 찬성론자들의 주장을 살펴 보면, 처음엔 한반도 내륙 깊숙이에서 생산된 물류를 현지에서 직접 실어 운하를 통해 중국으로 보낼 수 있다는 점을 예로 들며 실용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항공운송과 철도 혹은 도로 운송이 발달한 현대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논리이다. 더군다나 물류 운송의 근간을 굳이 선박으로 바꾸고 싶다면, 삼면이 바다라는 장점을 이용해 지금처럼 인천이나 부산 등의 항구를 적극활용하면 된다.
상황이 이쯤되자 운하론자들은 최근 전략을 바꿔 '운하야 말로 친환경 사업'이라며 핏대를 세우고 있다. 이는 고속도로를 이용한 화물 운송체계를 겨냥한 논리인데, 내륙에 뱃길을 열면 화물운송을 줄일 수 있어 에너지 절약 효과를 불러와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수십개의 갑문으로 이루어질 운하를 운영하면서 발생할 '에너지 소모'는 과연 무엇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번지수 잘못 찾은 '2MB식 대운하'
태양열에너지 등 신산업에 주목해야
또, 운하 찬성론자들의 주장처럼 '친환경과 에너지 절약'이 목적이라면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은 것 같다. 일본이나 독일은 일찍부터 태양열 에너지나 풍력 발전과 같은 친환경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은 태양열을 주에너지 원으로 삼는 미래형 주택을 시범적으로 짓고 최근 이를 확대 보급하고 있는 추세다. 독일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태양열 에너지로 생산된 잉여전력을 되팔 수 있는 구조의 주택까지 선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고비용 저효율'의 아파트를 짓는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여전히 가스원료를 기반으로한 아파트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도 턱없이 비싸서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아파트의 평균수명은 30-50년이다. 최근 지어진 아파트들이 재건축에 들어가야 할 시점인 2050년 무렵이면, 한국도 결국 국가 경쟁력 확보나, 에너지 절약차원에서 일본이나 독일처럼 태양열을 기반으로 한 미래형 주택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2MB가 정작 독일에서 보고 왔어야 할 것은 운하가 아니라 그들의 태양열 에너지 연구에 대한 국가적 지원 상황과 노력을 살피는데 집중됐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운하 찬성 논리는 '하륜 수준'
과거의 역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현재나 미래의 관점에서 운하는 논의의 가치가 없는 사안이다. 설령 운하를 판다고 하더라도 실용성을 담보하기 까지는 앞으로 수십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린다. 그나마 이용가치가 충분할 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어쩌면 우리가 재래식 운하를 파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사이 일본이나 독일 등의 선진국들은 태양열을 이용한 미래형 운송수단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이 실현될 경우 운하와는 비교도 할 수없는 친환경적인 운송 수단이 될 것이다.
운하를 계획하고 건설할 시간과 비용을 아껴 미래형 에너지 개발에 투자한다면, 지금도 결코 늦지 않은 시점이다. 바로 이런 중요한 시기에 재래식 운하론에 발목이 잡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까. 이용가치도 없는 운하론을 주장한 조선초 하륜과 지금의 '2MB식 운하론'은 아무런 차이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