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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넷。

정민희 |2008.04.23 23:54
조회 64 |추천 1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그는 오랜 습관대로 머리맡의 리모콘을 찾아 TV를 향해 발사했다.

그런데 오늘은 몇 번이나 눌러도 TV의 경쾌한 팟~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배터리를 갈 때가 된 것이다.

결국 그는 게으른 몸을 일으켜 세워, 새 배터리를 사왔다.

그리고 리모콘에서 생명이 다한 배터리 두 개를 꺼내던 그는

그 위에 화석처럼 남아있는 이빨 자국을 발견한다.

"이러면 또 한동안 쓸 수 있거든."

아껴야 잘 산다면서 건전지를 깨물던 그녀가 떠올랐다.

알뜰한데다 지혜롭기까지 했던 그 여자.

그녀에게 깨물린 배터리는 적어도 이 두 연인보다는 오래 갔던 것이다.

 

같은 시간, 무슨 텔레파시가 통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에 통증을 느낀 그녀는 오랜만에 치과를 찾아갔다.

그녀의 가장 은밀한 공간인 입 속을 한참 들여다보던 의사는

이제 그녀의 과거까지 헤이집어내고 있었다.

"이 금니 언제 하신 거죠?"

그녀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금니를 했었나?

"아,아,아... 그게 2000년이었으니까, 5년 전이요. 그런데 왜요?"

"너무 관리를 못하셨네. 새로 해야겠어요. 예약 잡고 가세요."

사실 그녀는 자기 입 속에 금니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만나고 그녀의 첫 번째 생일이 돌아왔을 때

그녀의 몸에 완전한 일부가 되고 싶다며 그가 해 준 엽기적인 선물이었다.

그러고보니 헤어지고 나서도 일년이나

그가 선물한 금붙이를 몸에 지니고 다닌 것이다.

관리를 형편없이 했지만,

적어도 그 금니가 그들보다는 오래간 셈이다.

 

영화 에서 형사 663은 애인과 헤어진 뒤,

비누나 행주 같은 물건들과 대화를 하는 버릇이 생긴다.

세상이 끝날 것 같은 이별을 하고 난 뒤에도

여전히 건재하고 있는 사물들은

끊임없이 사랑의 유한성을 증명하며 가슴을 아프게 한다.

 

 

사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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