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사랑이 사랑에게]  스크랩북을 받은 여자

김경진 |2008.04.24 16:01
조회 95 |추천 0



설마..그런 줄은 몰랐죠.

그녀도 나처럼 장난인 줄 알았어요.

만약 날 마음에 두고 있다는 걸 진작 알았다면

사람들 장난에 내가 그렇게 맞장구치고..그러진 않았겠죠.

 

"둘이 너무 잘 어울려, 벌써 둘이 눈 맞은 거 아니야?"

 

"어떻게 알았어? 우리 신혼여행으로 세계 맛 집을 정복하려고 스크랩 중이잖아"

 

하는, 이런 식의 농담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1년 전쯤 전국 맛 집을 찾아다니는 동호회에 들었어요.

그녀는 나보다 먼저 그 모임에 회원이었고,

거기에서 알게 된 사람..열 댓 명이 모여 지금의 작은 모임을 갖게 되었어요.

식성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인 거죠.

근데 그 모임 사람들이 그녀와 나를 자꾸 엮으려고 해요.

우리 둘이, 아니 그녀와 내가 좋아하는 게 아주 똑같거든요.

그래도 그렇지, 식성이 같다는 이유로 사랑할 순 없는 거잖아요.

연애에 있어서 식성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니까

이런 발상이 가능한 거겠지만..그래도 그녀는 아니거든요.

그리고 그녀 말고도 세상엔 얼마든지 많이 있을 거예요.

어류나 육류나 할 것 없이 내장을 좋아하고,

특히 소의 네 번째 위인 막창 앞에선

거의 쓰러지게 흥분하는 그런 여자 말이에요.

 

몇 주 전부터 그녀의 눈빛이 아주 야릇해졌습니다.

그래서 지난주엔 일부러 모임에 나가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술에 취해 전화를 해서는 집엘 바래다달라고 하더군요.

내가 왜 그렇게 술을 많이 마셨냐고 했더니, 속상해서 그랬대요.

아마 그날..지석이가 새 여자 친구를 데리고 나온 모양이에요.

지석이랑 헤어진 윤정이가 모임에서 그녀랑 제일 친하거든요.

아마 분위기로 썰렁하고, 기분도 엉망이었겠죠.

그렇다고 그렇게 오버해서 마실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아마 처음부터 나를 겨냥해서 작정을 하고 마신 거겠죠.

 

사실은 그 전 모임에서도 그녀가 집에 바래다달라고 했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바래다줬는데,

글쎄, 내리면서 고맙다면서 내 볼에 뽀뽀를 하잖아요.

그 뽀뽀가 얼마나 무섭던지..그래서 지난주에 못 나갔습니다.

그 날..그녀를 데려다 주던 날이요, 선물을 하나 받았어요.

택시에서 내리면서 자리에 던져놓고 가 버리더라구요.

나랑 같이 가려고 모았대요.

세계 맛 집 정보를 수집한 스크랩북..

앞으로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첫눈에 반한 사랑만 있는 건 아니라고,

미운 정 들어가며 만들어지는 사랑도 있는 거라고....

 

 

- 오늘 등장했던 누군가가

  내일 '사랑이..사랑에게' 주인공 입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