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된 아기를 키우는 결혼 2년차 주부입니다.
시부모님은 결혼전 돌아가셔서 안계시고 저보다 한살많은 시동생 데리고 살다가 몇달전 옆집으로 살림 내줬습니다.
시어머님이 사고로 돌아가신 바람에 보험금, 보상금이 꽤 나와 3층짜리 상가주택을 보증금 안고 구입해서 집걱정은 안해도 되지만 그리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요.
울 도련님 유복자로 태어나 집안어른들의 안타까움과 동정속에 유년기를 보냈다고 하더군요.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은 울 시어머니... 두 아들을 키우기위해 안해본 일 없이 갖은 고생을 하셨다 합니다. 억척스레 사셨으니 성격도 드세지는건 당연지사... 본인 맘에 안드는 일이 있으면 밥그릇이 날아갔다 합니다.
울 신랑은 장난꾸러기과로 반항도 하고 시어머니 속도 많이 썩혀 드렸다 하는데 도련님은 집에서 설겆이도 하고 밥도 해놓는 착한 아들이었대요.
그래서 시어머님은 도련님을 많이 예뻐하시고 귀이 여기셨다는군요.
근데 도련님 성격이 너무 소심하고 내성적이라 제가 많이 답답해요.
울 신랑이랑 연애시절 가끔 집에 놀러가면 부끄러워서 방밖에 나오지를 않으셨어요. 형 여자친구가 왔으면 나와서 아는체라고 할법한데 형이 들어가서 나와서 인사하라고 시켜도 싫다고 꼼짝도 안했죠. 뭐 이제는 많이 나아져서 저한테 말도 붙이고 합니다만은... 그때는 대략난감이었죠.
결혼전 식당 주방에서 일하시다 실장이란 사람과 싸우고 1년 넘게 집에서 백수생활... 같이 한 집에서 살때였는데 아침먹고 나면 하루종일 방안에 특어박혀 티비만 쳐다보고... 밥때되어 상차려서 밥먹으라 부르면 그제서야 나와서 밥먹고 다시 방으로 쏙~~
임신해서 몸도 피곤하고 더워죽겠는데 하루종일 같이 있으니 신경쓰여서 거의 우울증까지 올뻔했는데 내가 밖으로 나돌기 시작해서 극복했죠. 가끔 뭐 먹고 싶은게 있어도 내것만 사올수 없으니 돈은 이중지출... 식탐은 얼마나 많은지 뭐 먹으라 그러면 거절하는 법이 없고, 같이 먹다가도 시동생 먹는 모습을 보면 입맛이 사라지더군요. 울 신랑도 먹는 양이 많아 오뎅 한봉지 볶아놓으면 그 반찬이 한끼에 동나는... 반찬 만들기가 무섭더군요.
종일 집에서 하는일 없이 티비 드라마만 쳐다보는게 슬슬 화가 나더라구요. 그래서 살살 구슬러도 보고 야단도 쳐봤지만 무용지물... 앞에선 "알았어요" 그러지만 내일 되면 다시 제자리...
아침 열시가 되서야 부스스한 차림으로 일어나는게 얼마나 꼴보기 싫던지.
결국 내가 나서서 고용안정센터 데리고 가서 구직등록 시키고 같이 생활정보지 보면서 괜찮은 자리 체크해서 연락해보고... 나이 서른이 넘었는데 맨날 물빠지고 무릎 튀어나온 청바지에 다늘어나고 보풀생긴 티셔츠에 배낭매고 면접보러 다니길래 쇼핑센터 가서 면접볼때 깔끔하게 하고 가라고 옷도 사주고...
근데 그 옷 아깝다고 고이 모셔두고 다시 예전 옷 입고 나가고... ㅜ.ㅜ
어쨋든 그리 백방으로 알아보다가 유명한 냉면집에 취직이 됐지요. 얼마나 기쁘던지 신랑이랑 다같이 정말 축하한다고 맥주 파티까지 했지요.
이젠 취직했으니 근심 덜었다 좋아했는데 몇달 안돼 굼뜨고 말귀 못알아먹는다고 짤리드라구요.
그 뒤엔 자기가 알아서 식자재 납품하는 공장에 취직하더니 알고보니 그 회사가 월급 안주기로 악명높은 곳이더군요. 한 석달 일했는데 한달치만 받고 나머지는 못받고 그만두고...
힘들게 일해서 번돈 못받고 있는 본인 심정은 오죽하겠습니까만은 나는 왜이리 도련님이 변변치 못해 보여 화가 나는지...
신혼여행에서 돌아온후 어른들께 인사드리러 갈때 이모님이 그러더군요. 네 시동생은 니가 앞으로 자식처럼 여기고 평생 거두어야 한다고...
그땐 속으로 설마 그럴려구 했는데... 지금은 사실이 될것같아 두렵습니다.
그 이후로 아직까지 집에서 놀구 있고 자기 인생에 대해서 아무 계획이나 생각도 없구... 도련님이 고졸인데 지금 나이가 31입니다. 근데 이태껏 일한 기간이 3-4년도 안되답니다. 나머지 세월은 뭘하며 보낸 건지...
신랑을 채근해서 도련님에게 얘기 좀 해보라 하면 도련님이 삐질까봐 말도 못합니다. 남들앞에서는 순하고 말없는 척 하시는데 형한테는 짜증부리고 성질 내더라구요. 뭐 받는 것에만 익숙하고 눈치코치도 없고 필요한게 있어야 형한테 말 걸고... 신랑도 거의 두손두발 다 놓았습니다.
내 결혼식에 참석한 친구가 가족사진 찍을때 니 시동생이 안 보이더라 그래서 "설마... 아닐거야" 했는데 앨범 확인해보니 정말로 도련님 얼굴은 없고...
어이가 없어 신랑에게 물어보라 시켰더니 자기한테 사진찍으러 가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어서 못찍었다고... 부주받는 일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럼 정신없는 신랑, 신부가 챙겨야 되는 겁니까? 신랑이 서운해서 한마디 하니 도리어 성질내고...
시근없고 철없고 눈치없고 정말 내가 평생 거두어야 하는 건가요?
진짜 자식이면 두들겨패기라도 하지. 앞날이 깜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