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와 그녀
잘... 지내니?
궁금하다.
궁금해서 전화도 하고 싶은데 그래선 안 되니까.
목소리 너무 듣고 싶은데 그래선 안 되니까.
더 힘들어 지기만 할 테니까.
그래. 차라리 우연히 만나게 되길 바랬었어.
광화문 지날 때 마다.
종로를 지날 때 마다.
우리가 함께 했던 이 길 어딘가에 니가 있을것만 같고,
그래서 어느 날 우연처럼, 먼 발치에서라도, 한번쯤 보게 된다면...
'아~ 잘 지내는구나.'
그렇게 안도하고 감사할 수 있을텐데...
어떻게 지내니?
아직도 많이 아프니?
아프지 마라.
부디 잘 지내길...
시간이 좀 흘렀지만.... 그래, 아직 난 힘들어.
전화번호를 바꿨는데도... 근데도 벨이 울릴 때 마다
'혹시 니가 아닐까?'
전화기를 쳐다보고 또 쳐다보고 그랬었어.
우연히라도 우리 이제 만나지 말자.
이번에 또 걸리면 우린 죽어.
내가 광화문 한 복판에서 니 여자한테 머리 끄댕이 잡혔을 때
넌 담배피면서 등 돌리더라.
챙피했냐?
그럼 머리 끄댕이 잡혔던 나는?
난 어땠을 거 같애?
아픔은 잠깐이지만 망신은 영원해.
나 그 날 이후로 광화문 끊었다.
종로 안 나가.
부탁할게. 우연히라도 만나게 되면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가줘.
우리 얘기... 내 남친 귀에까진 들어가지 않게 해줘.
나이트 끊고, 부킹 끊으면 가방 사준다는 좋은 사람이야.
겨자색 숄더 백! 5% DC돼서 180짜리 그거!!
그래 그거. 카탈로그 들여다 보면서 그래.
난 지금 잘 지내고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