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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 #24

강재진 |2008.05.03 15:37
조회 107 |추천 3


 

 

여자가 인정할 수 없는 것은

지금 그 사람과 헤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었다.

그녀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건,

그와 그녀.

두 사람이 원래부터 헤어질 수도 있는 그런 흔한 커플이었다는 사실이다.

한 친구는 이렇게까지 말했다.

 

- 그래, 너무 위태해 보이더라. 아니다 싶으면 진작 끝내지.

너무 오래 끄는거 같아서 우리도 걱정했었어.

 

그 말에 그녀는 지난 15개월의 시간이 통째로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 그럼, 니 말은 내가 헤어질 줄 알았다는 거야?

우리가 언젠가는 헤어질 거라고 생각했단 말이야..?

 

여자의 날카로운 반응에 친구는 조금 몸을 사리며 대답했다.

 

- 꼭.. 헤어질 거라고 생각했다기 보다는.. 아니 솔직히 그렇잖아.

니들 시작할 때부터 너무 말이 많았고.. 그리고 너도 계속 불만 많은 얼굴이었고..

 

원래 사랑이라는 게

평범한 사람끼리 만나서 서로를 특별하게 생각하며 빠져드는

그런 이상한 마법이라지만

유난히 시작이 어려웠던 두 사람은 그 마법에 좀 더 심취했었다.

 

이렇게 힘들게 만났으니 우리는 절대 헤어지지 않는다.

우릴 욕한 사람들 보란듯이 잘 살 것이다.

두 사람은 남들 앞에서는 물론 둘이 있을때도 싸우지 않았다.

완벽하게 행복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어쩌다 같은 날 두 사람 모두 운동화를 신고 나오면

나도 걷고 싶었는데 너도 그랬냐며 우리는 완벽한 커플이라며,

포도맛과 딸기맛 사탕이 있을 때

남자가 포도맛을 집어들면 여자는 자기는 원래 딸기 맛이 좋다며,

우리는 완벽하다며,

 

그렇게 애쓰며 지냈는데, 주위 사람들은 모두 이별을 예측했었다니..

그녀는 그 사실을 감당할 수가 없어 급기야 헤어진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근데 전화를 받은 남자는 기침을 심하게 했다.

그녀는 또 한번 놀랐다.

어떻게 당신이 감기에 걸릴 수가 있냐고,

그렇게 튼튼하고, 매일매일 운동하고, 비타민도 챙겨 먹는데,

어떻게..

그녀는 물론, 그런 대답을 기대했다.

 

'너랑 헤어진거 너무 힘들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남자는 몇몇 단어로만 짧게 무심하게 대답했다.

 

- 운이 나빠서.. 술 먹고 창문 열고 잤더니.. 할말 없으면 끊자.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한번쯤은 감기에 걸린다.

그 감기는 운명이 아니라 운이 나빠서 걸리는 것이므로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

 

누구나 사랑하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사랑을 느낄 수 있고,

그걸로 인해 비난을 받을 수 있고, 노력해도 결국 헤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역시 운명이 아니라 그저 운이 나빠서이므로

너무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사랑이 끝나는 것과 사랑이 어떻게 시작했는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누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는 것은 누가 먼저 옆구리를 찔렀는가 하는 것과

아무 상관이 없는 것처럼,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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