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중국] 한류와 혐한류

이강섭 |2008.05.05 01:06
조회 118 |추천 1

이제는 너무나 유명한 단어, '한류'. 아시아 권을 강타한 '한류'는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혐한류'

라는 것이 등장, 한국 연예계 뿐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까지

비난하는 신경향이 등장했다. 일본에서 등장한 '혐한류'는 어느 덧

바다 건너 중국에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 나 역시 중국에

머물며 한류와 혐한류의 두 얼굴을 경험하고 있다.

 

중국에서 '한류'를 경험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일단, 아무 생각

없이 길거리에 나가보자.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면

버스 옆면에 새겨진 롯데 드림카카오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모델은 송승헌. 버스에 올라타면 조그만 화면으로 TV채널을

볼 수 있다. 중국 버스는 우리나라 지하철과 비슷하게 전용 TV

채널을 가지고 있는데 주로 음악채널이다. 여기에선 이정현을

비롯한 일부 한국 가수들의 음악이 심심찮게 들린다. 같이 탄

중국 사람들 중엔 가끔 흥얼거리기도 한다.

 

시내에 도착하면 한국음악이 더 크게, 더 자주 들린다. 우리나라

종로나 기타 쇼핑몰 거리와 비슷하다. 매장마다 음악을 틀어놓는데

그 중 한국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다. 길거리 DVD 판매대

에서는 한국 드라마, 영화 DVD를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 조금

더 지나 시장골목에 들어가보면 어설픈 한국글자가 새겨진 티셔츠,

청바지, 가방 등이 눈에 들어온다. 먹자골목에는 한국요리 식당이

5~10분에 하나꼴로 나온다. 중국의 일부 젊은이들은 핸드폰으로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의 노래를 듣고, 벨소리로 한국음악을

다운받는다.

 

중국 사람들이 한국인을 환대하는 것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학기 초, 다소 여유가 생겨 인근 도시를 혼자 여행한 적이 있었다.

여행 가이드 북과 도시 지도를 챙겨갔지만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는 법. 수시로 길을 묻거나 도움을 얻기 위해 중국인들에게 물어

볼 수밖에 없었다. 나의 어설픈 중국어와 손짓발짓 바디랭귀지에

이들은 다소 당황하면서도,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곧잘 웃으며

성의껏 도와주곤 했다. 한 번은 야간기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내가 한국어로 엽서를 쓰는 것을 발견한 10대 승무원들이 2시간

내내 나를 둘러싸고 가만두지 않았다. 고등학생쯤 될법한 승무원

4~5명과 한국노래와 연예인, 한글 등을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찌 그들 뿐일까. 당장 학교 근처에서도 처음 만난 중국인들과

친해지는 방법은 내가 '한국인'임을 알리는 것이다. 가끔 바가지

씌우려는 장사치만 제외한다면, 여전히 '한류' 열풍은 나의 중국

생활에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중국에서는 '혐한류' 기조 역시 느껴진다.

 

그것은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한 번은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우연히 중국 학생과 말문을 트게 됐다. 별 생각없이 몇 마디

주고받았는데, 이 친구는 꽤나 심각한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

기 시작했다. 다소 둘러서 표현하긴 했지만, 요지는 한국인들에게

불만이 많다는 것. '꼭 그 얘기를 밥 먹는 순간에, 그것도 처음 만난

한국인에게 해야할까' 하는 생각에 약간 언짢은 기분이 들다가도

과연 무엇이 이 친구를 이렇게 말하도록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학교 근처에 재래시장이

있고 주변으로 노점상이 많아 시간날 때 자주 구경가는 편이다.

물건 구경, 사람 구경을 할 수 있고 조금이나마 '서바이벌 중국어'

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나만 모르게 나누는 대화가 있음을 느낀다. 내가 중국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함을 알고, 자기들끼리 한국인에 대해 뭐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도 사람인데 왜 눈치가 없으랴. 이들 사이에

오가는 표정과 말투 등을 지켜보면 별로 좋지 않은 이야기가 오갈

때가 있다. 그리고 '뿌(不, '아니다'의 뜻)', '메이(没, '없다'란 뜻)'

라는 단어가 자주 들린다. 그럴땐 겉으로 웃으며 인사하고 나와도

뒷맛이 개운치 못하다.

 

 

'혐한류'라는 거창하고 사뭇 심각하기까지 한 표현을 떠나, 왜

이들이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다양한 원인이 제기될 수 있겠으나, 내가 발견한 한 가지 원인은

다름 아닌 한국인들에게 있었다. 한국인들의 다소 무례한 언행,

경제력 차이 등을 이유로 중국인을 무시하는 태도가 이러한 문제를

야기한 것이다.

 

솔직히 중국 생활이 한국보다 불편할 수 있다. 가령 월마트에

장보러 가면 이들의 새치기는 눈 뜨고도 당할 때가 많다. 옆사람과

부딪혀도 미안하단 말 없이 그냥 지나간다. 문화상 매일 머리를

감거나 샤워하는 사람들도 아니니 중국인들 틈에 있으면 퀘퀘한

냄새를 맡을 때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을 대하는 한국인들의

태도다. 일부는 중국사람이 못 알아듣는다는 이유로 대놓고 욕을

하거나 잔뜩 인상을 쓰며 중국인을 다그친다. 어떤 젊은이들은

'자기도 중국에서 유학하는 형편에' 중국을 폄하하고, 중국인들을

'짱X'라고 부르는데 주저함이 없다. 이런 일은 특히 한국여행객들

에게서 더 두드러져 보인다. 어떤 관광객은 어디서 무얼 잘못 듣고

왔는지 기념품 가게에서 무조건 판매원을 윽박지르며 싼 값에

팔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기도 했다. 옆에 있던 내가 다 사과를

하고 싶을만큼 민망한 순간이었다.

 

중국인들이 그걸 모를까.

이들은 한국말은 못 이해할지라도 자기 귀에 들리는게 한국어인지

일본어인지는 구분하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조센징'이란 단어

하나는 기막히게 잡아내듯, 이들도 '짱X'라는 단어가 중국인을

비하하는 용어인지는 잘 알고 있다. 그런 말을 옆에서 듣고 좋아할

중국인이 어디 있으랴. 더구나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올림픽

성화 봉송 사건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이 지닌 자부심과 자긍심은

무서우리만치 높다. 겉으론 짐짓 모른체 할지라도 속으로 어떻게

생각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아무리 한국 관광객의 씀씀이가

중요한 수입을 이룬다 해도 그같은 무시와 경멸함을 경험하면

누가 한국사람을 좋아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혐한류' 현상이 한류 현상의 지나친 확대를 막기 위해

조장해 낸 것이라 말한다. 그것도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우리 스스로가 혐한류 조성에 한 몫 하고 있는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매번 약자를 괴롭히는 존재를

비난해 왔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 문제 등에서 제기됐듯이

우리 스스로 때로는 강자의 입장에 서서 약자를 괴롭히고 그들을

무시하지는 않았는가.

 

우리 학교는 해외 자매학교에 보내는 학생 수 못지 않게 많은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고 있다. 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권에서

많은 학생들이 찾아온다.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제2의 한류, 혹은 제2의 혐한류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보다

국제적 지위, 혹은 경제력이 떨어지는 나라에서 왔다고 그들을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지 말자. 오히려 그런 학생일수록 정부의

지원을 받거나 인재로 뽑혀 온 학생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어떻게 한국을 경험하고 배우느냐에 따라 한류가 더 강해질 수도,

혹은 한류가 없는 곳에 혐한류부터 조성될 수도 있는 일이다.

영미권이나 유럽권에서 왔다고 무조건 좋아하지도 말자. 자칫하면

그들에게 한국인은 너무나 상대하기 쉬운 민족으로 치부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 곳 중국에서도 학기의 절반이 지나갔다.

내가 무슨 대한민국의 대표 문화사절단이나 정식 홍보대사는 아니

지만, 앞으로 남은 기간에 더욱 열심히 중국을 배우고 또 이들에게

한국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적어도, 길거리에서 과일

살 때 바가지는 당하면 안되지 않겠는가. ㅎㅎ 

 

 

추천수1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