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좌파 단체들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논란을 이용해 ‘정치적 재기’를 꾀하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등 30여 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진보연대는 4일 ‘광우병 투쟁 지침’을 내놓았다. 서울 청계광장에서 2, 3일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가 열린 직후다. 이 지침은 ‘촛불 집회에 더 많은 사람이 모여들고 더 많은 사람이 이명박 정부에 분노를 표현할 수 있게 모든 단체가 나서야 한다’면서 ‘전국의 모든 시군에서 촛불행사를 조직하자’고 선동하고 있다.
친북단체인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는 이번 논란을 반미운동에 이용하고 있다. 이 단체는 청계광장 집회와는 별도로 서울 보신각 옆에서 ‘이명박의 미친(美親) 외교 저지를 위한 촛불문화제’라는 이름의 집회를 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반대’ 등을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광우병 의심 소는 추방돼야 한다’며 ‘어린이 건강을 위협하는 정부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좌파 단체들은 6일 이른바 ‘비상시국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좌파정권이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잇따라 패배한 뒤 분열 기미를 보였던 좌파진영이 ‘반(反) 미국산 쇠고기’ ‘반 이명박’의 깃발 아래 다시 뭉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국민을 걱정하는 모양새를 취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퍼뜨려 오히려 사회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들은 미국 소를 전부 광우병 소로 단정하며 ‘미친 소 미친 협상 광우병 쇠고기는 청와대로’ 등 원색적인 표어를 외치는가 하면 ‘중고생이 촛불 집회에 자발적으로 참가하고 있다’며 청소년들의 동참을 부추긴다.
일부 방송의 단정적이고 과장된 보도로 촉발된 이번 논란은진실과 거리가 먼 황당한 소문까지 덧붙으면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좌파단체가 진상 파악은 제쳐둔 채 ‘광우병 괴담’을 기정사실화해 재기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것은 악의적이고 무책임하다.
좌파진영은 지난달 9일 총선이 끝난 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데 실패했다’며 자성하는 말을 쏟아냈다. 입에 침이 마르기도 전에 다시 국민을 현혹하는 선동에 나서는 것이 좌파단체의 진면목이다.
[조선일보]
서울 시내에서 2일과 3일 연이틀 미국산(産)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 시위가 열렸다. MBC PD수첩이 '한국인 94%가 인간 광우병에 걸릴 수 있는 유전자를 갖고 있어 영·미(英·美)인보다 감염 위험성이 두세 배 높다' '미국 쇠고기를 먹는 사람은 실험동물과 같다'는, 광화문 네거리에 휘발유를 끼얹는 식의 보도를 내보낼 때부터 우려했던 불길이 바로 그 장소에서 솟구치고 있다. 이러다간 2002년 여중생 2명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졌던 사건처럼 굴러갈 것 같은 불길한 예감까지 갖게 된다.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지난달 18일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후 정부가 과연 무슨 일을 했고, 무슨 일을 하지 않았는가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사태를 진단하는 능력과 사태에 대응하는 능력의 부재(不在)를 절감하게 만드는 것이다.
MBC PD수첩 프로그램이 방영된 것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PD수첩 내용은 4월25일 이미 알려진 상태였다. 정부가 그때부터라도 PD수첩 보도의 비과학적(非科學的) 선정적 내용을 과학적·논리적으로 반박만 했더라면 '미국의 쇠고기를 먹기보단 청산가리를 먹겠다'는 어느 탤런트의 미친 발언이 인터넷을 주름잡는 사태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정부는 신문들이 TV의 도를 넘은 광우병 부풀리기를 지적하고 나서야 국민을 안심시키겠다며 설명회를 가졌다. 4일 여권의 긴급 당정회의도 뒷북치기는 마찬가지였다. 청와대와 정부 모든 부처, 그리고 여당이 마치 합심(合心)이나 한 듯 때를 놓치고 방법을 그르쳐 일부 TV의 무책임한 불장난으로 그쳤을 사태를 대형(大型) 화재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TV 등 일부 매체(媒體)가 유언비어의 소재(素材)를 제공하고, 거기에 일부 선동에 쉽게 휩쓸리는 사람들, 그리고 이 사태를 반미(反美)운동의 운동장으로 삼으려는 세력의 움직임이 합쳐져 판단력 없는 중·고교 학생들까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밀려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6년 전 효순·미선양 사건과 비슷한 모습이다.
미국 쇠고기 반대운동을 벌이는 세력들의 거짓과 논리적 모순과 위선(僞善)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 국민 1000만 명 가까이가 매년 광우병이 위험하다는 미국과 유럽 일본 지역에 태연히 관광 여행을 다녀오고 있다. 광우병 부풀리기를 한 사람들과 그 부풀리기에 올라탄 사람들도 그 대열에 끼어 맛있게 햄버거와 스테이크를 먹고 왔다. 지금 쇠고기 재협상 주장을 펴고 있는 민주당 등 야당의원들도 국정 감사차 뉴욕에 가선 유엔 한국 대사관저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원료로 마련한 갈비와 육개장을 맛있게 들었다. 이 많은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론자 가운데 미국이나 유럽에 유학 가 있는 자녀들에게 '쇠고기를 먹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는 사람이 있었다는 소식은 여태 한번도 없다. 자기 자식들에겐 광우병 위험이 있는 쇠고기를 먹이면서도 다른 국민들에게만은 먹이지 않겠다면서 쇠고기 수입반대운동에 팔을 걷어붙인 대한민국 위선자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정부는 밀면 넘어지고 찌르면 구멍이 뚫릴 이들의 거짓과 논리적 모순과 위선에 대해 제때에 제대로 된 공박 하나 못한 채 여기까지 밀려왔다.
한마디로 국정의 예견(豫見)·조정·감시·통제 기능이 작동 정지상태인 것이다. 청와대에조차 국가적으로 대처해야 할 우선순위가 무엇이고 어떤 일이 무슨 파장을 일으킬 것인지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책을 강구하려는 사람이나 조직이 있는지 의문이다. 인사 난조(亂調)를 되풀이하면서도 그대로 흘러가는 패턴이 여기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넋을 놓고 있다가 앞으로 무슨 암초에 부딪혀 이 정부 국정운영에 구멍이 뚫리고 가라앉게 될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중앙일보]
미국산 쇠고기 논란이 혼란스럽고 우려되는 사태로 번지고 있다. TV의 과장보도가 ‘광우병 불안’을 부추기더니 도심에선 쇠고기 수입 규탄 촛불집회가 열렸다. 인터넷에선 대통령 모독이 난무하고 대통령 탄핵청구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야권은 반대 정서에 편승해 재협상 요구와 장관 해임 요구 추진 같은 공세를 펴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번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해야 한다고 했으나 쇠고기 사태가 터지자 입장을 바꿨다.
일반 국민이 가지고 있을 의구심을 우리는 이해한다. 노무현 정권은 ‘국민 건강의 문제’라며 여러 조건을 달며 버텼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사실상의 전면 개방을 결정했으므로 사정이 어떻게 변했는지 국민은 궁금할 것이다. 쇠고기 협상 타결을 전후해 정부가 개방의 불가피성과 안전성을 성실히 홍보했다면 파장은 줄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태가 비(非)이성적으로 번지는 건 사리에 맞지 않다. 모든 일은 정확한 사실에 따라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의 96%를 3억 미국인과 200만 재미동포가 먹고 있다. 한국이 들여오는 쇠고기와 똑같다. 수의학적·병리적 사실을 재차 열거하지 않아도 이것만 보면 ‘광우병 불안’은 근거가 없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세상은 글로벌 교류의 시대다. 바늘귀 같은 작은 불안으로 시장을 닫으면 코끼리 같은 커다란 시장을 놓칠 수 있다. 그것이 나라와 나라가 돌아가는 지금 시대의 룰이다.
국회가 7일 쇠고기 청문회를 연다. 여야가 합의한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국민 앞에 사실을 내놓을 것이다. 잘못된 정보에 홀려 거리로 나섰던 이들은 이제 촛불을 끄고 TV 앞에 앉을 때다. 야당과 일부 언론은 공익적 책임을 망각하지 말라. 정부도 광우병이 발생하면 그 지역의 쇠고기는 수입을 금지하는 등의 보완대책을 검토해야 한다. 이제 모든 사람은 사실만을 직시하는 냉정으로 돌아가야 한다. 효순·미선양 사건 때처럼 흔들리면 한국 사회의 차분함은 소보다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