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759권 - 귀향 외

장선아 |2008.05.06 11:58
조회 30 |추천 0


 

지은이: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출판사: 책세상

 

 

 

 

  이 책을 구입한 날은 정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서 무작정 서점에 간 날이였다. 무작정 간 탓인지 돈을 챙겨 오지 않아서 읽고 싶은 책을 들고 보니 책 값이 부족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수중에 있는 돈에 맞춰서 책을 구입했는데 그 책이 플라토노프의 책이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귀향을 읽었다. 그러나 귀향을 다 읽기 전에 집에 도착해서 책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일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이 책을 꺼내 들었다. 그랬기 때문에 귀향의 이야기는 늘 나의 머릿속에 찌꺼기 처럼 남아 있었다. 남아 있는 이야기를 문득문득 떠올리며 그 다음 이야기를 추궁했지만 책 읽기를 멈춰 버렸기에 늘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이야기가 자주 생각날 즈음 이 책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귀향의 이야기를 완성으로 꿰어 맞추고 나니 그제서야 무언가가 시원히 빠져 나가는 기분이 들어 상쾌해 졌다.

 

   나에게 안드레이 플라토노프는 생소한 작가였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에만 빠져 있었으니 알 리가 없었다. 이 책은 귀향 외에 4의 단편이 더 실려 있었다. 의외로 흡인력 있게 다가오는 그의 문체 속에서 2차 세계대전 직후의 소련의 모습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러시아 문학이라고 장르를 나눌 수는 없지만, 내가 제 2의 고향이라고 느낄 만큼 좋아했던 러시아의 그 이후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 이후의 모습은 더 피폐해졌고, 러시아 인의 기질을 잃어버린 새로운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내부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플라토노프 소설을 통해서 감지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되어 갔다.

 

  처음에 귀향을 읽었을 때는 미완성으로 남아 있던 이야기를 완성 시켰다는 후련함이 있었지만, 결말을 읽고 나서 부터 마음 속에 찡한 무언가가 생기기 시작했다. 주인공 이바노프는 전쟁터에서 집으로의 '외적귀향'을 맞이했을 지는 몰라도 '내적귀향'을 하지 못해 방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전쟁터에서 그리운 집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뚜렷이 알지 못한 채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난 마샤를 찾아 떠나간다. 그러다 자신을 따라오는 아이들을 보고 출발한 기차에서 뛰어 내린다. 나의 찡함은 그런 이바노프의 결정 때문이 아니라 이바노프의 방황하는 마음속에서 평안을 찾지 못했기에 알 수 없는 감정이 꾸물꾸물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한 마음은 다른 작품을 읽어갈 때도 사라지지 않았다. 의 프로샤, 의 니키타, 의 올가, 의 말체프의 삶이 이바노프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피폐해져 버린 사회 만큼이나 자신들에게 미쳐지는 영향을 뚫고 올라가기 보다는 그 전의 모습에 머무르려는 모습이 보였다. 겉으로는 열심히 생활하며 미래를 일궈나가는 듯 보였지만, 그들의 내부는 이바노프가 이루지 못한 '내적귀향'의 잔재가 늘 존재했다. 사랑하는 남편을 떠나보내는 일, 행복한 결혼 생활에 만족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일, 자신이 하던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그 모든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머물고 싶고 현재라는 허울을 쓴 채 살아가고 싶어하는 욕망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플라토노프는 단편들 속에서 자신의 드러내고자 하는 뜻을 분명히 비춰줬겠지만 독자인 나로써는 스토리에 치우쳐 그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없었음을 고백한다. 단편 속에 펼쳐진 시대적 배경이나,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는 무언가가 불안정했으며,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가 그려내는 소설속의 공간 배경으로 빨려들어가는 나의 모습은 놀라웠다. 그랬기에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책에 빠져들어 그들의 삶 하나하나를 흡수하며 다시 쏟아내는 과정을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과정이 유쾌했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내부를 깊이 들어갔다온 느낌이 든다. 외적 비교든 내적 비교든 간에 다른 시대를 여행하고 온 듯한 느낌은 아직도 나의 내부에 아릿하게 남아 있다. 그 이면에는 새로운 작품을 알았다는 열망도 어느 정도 존재하리라.

 

 

 

 

2008년 4월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