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을 앞둔 중국에서 치명적인 어린이 전염병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열차 충돌, 버스 폭발, 비행기 충돌 등 악재가 연달아 쏟아져 나오고 있다.
6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금까지 26명 목숨을 앗아간 치명적인 어린이 전염병인 '엔테로바이러스(EV 71)' 감염자가 전국 12개 성ㆍ시에 1만2000명으로 확산됐다.
특히 오는 8월 8일 올림픽을 개최하는 베이징에서도 환자 1482명이 발생해 '안전 올림픽'을 강조해온 중국으로서는 치명적 오점을 안게 됐다.
어린이를 동반한 세계 관광객들이 중국으로 향하는 발길을 끊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이 전염병이 처음 발생한 안후이성 푸양시에서 3일 하루 동안 새로운 환자가 398명 보고되는 등 안후이성에서만 감염자가 5840명으로 늘어났다.
중국 위생부는 5일 충칭에서도 처음으로 환자 42명이 보고되는 등 광둥성 1692명, 베이징 1482명, 저장성 1198명 등 중국 전역에서 바이러스 감염자가 1만1905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중국 보건당국자들은 "만 6세 이하 어린이에게 주로 전염되면서 수족구병을 유발하는 이 병이 앞으로도 계속 확산돼 날씨가 더워지는 6~7월께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 육ㆍ해ㆍ공 전역에서 안전사고
= 이런 가운데 열차ㆍ버스ㆍ비행기에 이르기까지 육ㆍ해ㆍ공 전 영역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5일 상하이에서는 운행 중이던 대중교통 버스가 폭발하면서 불이 나 3명이 숨지고 12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교통정체를 막기 위해 올림픽 기간에 대중교통을 강제 이용하도록 할 계획인 중국 정부로서는 또 하나 오점을 남기게 됐다.
지난달 30일에는 다롄공항 활주로에서 난팡항공 소속 여객기와 샤먼항공 소속 여객기가 충돌한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이달 4일 중국 언론에 뒤늦게 보도됐다.
다행히 이 사고로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중국 교통안전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기에 충분했다.
산둥성 지난에서 지난달 28일 10여 년 만에 최악 열차 충돌사고가 발생해 승객 72명이 숨지고 416명이 부상하는 사건 직후에 생긴 일이기 때문이다.
중국 대형 호수들에서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녹조현상이 연달아 발생해 식수난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중국 환경문제를 다시 도마에 올려놓고 있다. 중국이 강조해온 '안전 올림픽'에 이어 '녹색 올림픽'도 오점을 안게 됐다.
이달 들어 중국 5대 호수인 안후이성 차오후(巢湖)에 녹조가 발생해 인근 주민 32만명에 대한 식수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있는 데 이어 중국 3대 담수호인 장쑤성 타이후(太湖)에도 녹조가 발생해 식수난이 염려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타이후에서 발생한 최악 녹조 사태로 인근 주민 100만명이 열흘 동안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장쑤성 간부들을 대거 문책하고 타이후 일대 공장 1000여 개를 폐쇄하는 비상대책을 내놓았다. 이런 대책에도 불구하고 올해 또다시 녹조사태가 재발함에 따라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 "장관 문책하라" 중국인들 발끈
= 이처럼 연이어 발생하는 대형 사건ㆍ사고로 베이징올림픽과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추락하자 서방세계에 대항해 '올림픽 지지'를 외치던 중국인들이 "대형 사건ㆍ사고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고양된 중국인 자존심을 훼손시켰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인터넷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중 84%는 "지난달 산둥성 열차사고와 관련해 류즈쥔 철도부장을 문책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중국 언론들은 "푸양시 당국자들이 엔테로바이러스 확산 경보를 내는 데 1개월 이상 지체했다"며 늑장 대응을 질타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안후이성 당국은 지난 2일 엔테로바이러스로 인한 수족구병을 수막염으로 오진하거나 처방을 잘못한 의사 5명을 징계하고 전염병 발병 사실을 제때 공개하지 않은 관리 5명에게 자기비판서를 작성하게 했다.
또 중국 철도부는 산둥성 열차사고와 관련해 간부 5명을 직위해제하고 이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온적인 처벌에 분노하는 중국 내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 부동산정책에 책임을 지고 건설교통부 장관이 물러난 일이나 숭례문 화재에 책임을 지고 문화재청장이 물러난 사실과 비교해 보라"는 글들이 인터넷은 물론 중국 언론에도 등장했다.
"열차사고로 72명이 사망하고 전염병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이것이 한국에서 장관을 물러나게 한 일들보다 더 사소한 것인가"라는 분노 목소리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