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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훈련

조형호 |2008.05.09 07:24
조회 95 |추천 2

 

 

"하루는 학교 갔다와서 엄마방에 들어갔는데

엄마가 죽은 듯이 누워있는거야
멀리서 잠자코 쳐다보고 있었어
우선은.
근데 엄마가 십분이 지나도 이십분이 지나도

계속 그 상태로 누워서 일어나지 않는 거야
뒤척이지도 않고 정말 죽은 사람 처럼

"그래서."

 

"가까이 가 봤지. 코 앞에서 내려다봤어
숨도 쉬지 않는 것 같았어
그래서 생각했지
울 엄마 죽은 걸까.
눈물이 나려는데 엄마가 눈을 번쩍 떴어
그리곤 일어나서 방을 나가더니 점심을 차려서 다시 돌아왔지
숟가락을 내 손에 쥐어주면서

그 일에 대해선 아무 설명도 안해줬어."

 

"넌 왜 안 물어봤는데?"

 

"왠지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으응."

 

"그리고 다음주 그 요일에
또 그 다음주 그 요일에 또 그런식이였어.
죽은 사람 처럼 꼼짝도 없이 누워서 내 시선을 받아내고 있었어
그런데 네번째 인가 다섯번째 인가

그날은 점심을 밥 대신 국수를 먹었거든
내 생일였어.
오래 살아야 된다면서

엄마가 이번엔 숟가락 대신 젓가락을 쥐여줬어
막 국수를 한 가닥 끌어올렸는데 엄마가 그랬어
궁금하지 않냐고. 왜 그러고 있는 건지
사실 그때는 별로 궁금하지 않았지만 사소한 걸로 싸우기 싫으니까

'어. 말해줘. 그랬지. '
그러니까 엄마가 그래. 죽는 연습 하는 거라고
만약에 어느날 갑자기
또 어떤 이유로 그렇게 느닷없이 엄마가 죽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나를 단련시키는 연습을 하는 거라고."

 

"그래서 넌 뭐라고 했는데."

 

"아. 그렇구나."

 

"그게..다야?"
 
"엄마도 대수롭지 않게 말했으니까
그랬는데 내가 막 여름방학 하던 날이였나봐
그날도 엄마는 연습을 하고 있었거든
그 쓸데없는 연습. 방해하지 않으려고
"점심 안 먹어도 돼. 오늘"
그러고 방에 들어가서 좀 놀다가 왔는데

그때 까지도 엄마는 연습중이였어
그래서 이번엔 나가서 놀다가 들어왔는데

그때도 엄마는 그 상태 그대로 였어
다음 날 자고 일어나서 방에 들어갔을 때도

그대로 인 엄마를 보고야 알았어

.....

이번엔 연습이 아니네.... ..

 

 

 

여전히 수잔과 남자는 걷고 있다
느릿느릿 말하던 수잔의 고개는 지루한 듯 떨어진다
마치 남의 얘기를 하고 있다는 듯이.

 

"그런데 효력이 있더라고.

별로 슬프지 않았어. 난 단단해져서. 벌써."

 

"응."

 

"그러니까 우리 헤어지자."

 

우뚝 멈추어서지도 불쑥 끊겨버리지도 않는다
그대로 흐르고 있다
이 노곤하고 잔잔한 기류.
남자가 고갤 돌려 웃었다 아니 웃은 걸까.

 

"훈련시키는 거냐. 나?"

 


"응. 그러니까 늘 긴장하고 있어.

 언젠가 진짜 헤어지는 날이 와도 슬프지 않게."..

추천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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