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니네 가는 여자 -
큰 언니네 집에 가고 있어요.
이제 한 정거장만 더 가면 신이문역입니다.
아까부터 오른 쪽에 앉아있는 남자는
지갑 속에 꽂혀있는 사진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고,
왼쪽에 앉아있는 여자는 미니오락기에 푹 빠져있습니다.
그리고 난, 엄마 생각..그리고 그 사람 생각을 번갈아 가면서 하고 있어요.
그 사람..우리 엄마가 참 좋아했었는데..
엄마가 돌아가신 후론, 큰 언니가 엄마같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오늘 큰 언니네 집에 가고 있는 거구요.
초록색 소파가 놓여있는 큰 언니네 집에 도착했습니다.
저기 거실 책장에 꽂혀있는 조카 녀석 책이 보이네요.
..
별 생각 없이..그 책을 꺼내서 대충 넘겨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큰 언니가 보더니 대뜸 그러네요,
“오~ 김희수!1 오랜만에 이모 노릇 좀 하려구?
고맙다..채린이 그 책 좀 읽어줘라..그동안 난 청소 좀 하게..
남의 속도 모르고..조카를 봐 달라는 말에 팽해서,
언니한테 화난 벌처럼 쏘아 붙입니다.
“나 지금 그럴 기분 아니야..”
언니는 뾰로통해진 내 입 매무새를 보더니, 묻습니다.
“혹시..헤어졌니?..”
그래서 또 한 번.. 겨우 가라앉힌 남의 속을 왜 팍팍 긁느냐고,
누구 약 올리는 거냐고..언니한테 퍼붓습니다.
그래도 밝고 착하고 긍정적인 우리 언니..
이런 못된 동생이 괘씸하기도 할 텐데..쿠키를 내 오며 그러네요.
“..사랑해서...힘들겠다...”
참, 쿠키는 큰 언니의 가장 큰 장기이자, 취미생활입니다.
언니의 말에, 이번엔 톡 쏘는 대신, 그만 눈물을 왈칵 쏟아져 버립니다.
“...어..언니...나 힘들어..너무..힘들어..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와 헤어진 지 한 달 째,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뭘 하든 그가 생각납니다.
라면을 먹을 때도, 영화를 볼 때도, 잠을 청할 때도..
난 면을 좋아하고, 그는 국물에 밥 말아먹는 걸 좋아해서
우린 천생연분이라고 했었는데..
큰 언니가 가슴에
채린이가 달아준 카네이션이 붉게 피어있습니다.
그 사람..우리 엄마한테 저런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면서, 약속했었는데..
“어머니..어머니한테도, 희수한테도 잘 할 게요..지켜봐 주세요..”
그런데, 이젠 엄마도..그 사람도 제 곁에 없습니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믿고 싶지 않지만..그래야만 살아갈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