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현재 서울 어느 산구석에있는 k대 의상 디자인 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과의 특성상 좋던 싫던 패션지를 봐야하는 경우가 있는데 (컬렉션지 빼곤 잘 안 본다) 볼 때마다 한심함을 느끼고 그것을 보고 환상에 사로 잡히는 여자가 많음에 안타까워 두서없이 이 글을 쓴다.
우리나라의 패션지를 사 보는 것은 광고 찌라시 묶음을 돈 주고 사는 꼴이다. 뭐 부록에 혹해서 사는 경우도 있겠지만.... 혹자는 이럴 것이다.
"내가 저번에 보그걸 샀더니 바비 브라운 아이 쉐도우 주던데? 그거 백화점해서 하나에 20000원 넘는거다. 남는 거 아닌가?"
하지만 과연 그 부록 바비 브라운 아이 쉐도우가 과연 20000원일까.... 아마 원가 500원도 안할거다...
나는 의상 디자인과 학생이지만 패션지만 보면 두드러기가 돋을 것만 같다. 정말 쓰레기 중의 쓰레기같은 책이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실린 기사는 기사가 아니라 광고이다. 광고가 아니라면 "갖고싶은 것이 있으면 빚을 내서라도 사야만 직성이 풀리는 소비형 인간"을 만들어 그들의 광고주들의 생활을 보다 풍요롭고 윤택하게 해 주는 것이 목적인 기사이다.
우리나라 패션지들의 문제점이 뭐냐면,
첫째. 외국어 & 영어식 한국어의 남발.
"써머 머스트 해브 아이템"
"스타일리쉬 리조트 룩 포 쿨걸"
"스팽클즈 핫 온 더 트랜드"
"플라워 프린티드 니랭스 스커트"
이런건 하도 많아서 나열하기도 귀찮다. 영어쓰면 고상해 보이는줄 안다. 영어식 한국어란.....뭐 말하자면 패션지 특유의 말투다.
둘째. 성형수술 & 다이어트 부추기기.
패션지를 들추다 보면 이런 기사 꼭 있다.
"올 여름 그의 앞에서 슬림한 보디라인을 뽐내고 싶다면 지방흡입 수술에 관한 엘르걸의 조언에 귀기울어야 할 때이다."
"여자들이여!! 뚱뚱한 건 죄이다!! 적어도 남자들의 눈에는!!! (여기서 말하는 뚱뚱함이란 의학적 기준의 비만이 아님. 뼈다구만 남은 모델같은 몸매가 아니면 무조건 다 뚱뚱한 것임.)
"저주받은 사각턱ㅡ 현대의학 발전의 수혜자의 다음 차례는 바로 당신. 남은 것은 용기있는 당신의 단호한 결단력 뿐.(위험이 많이 따르는 턱깎기 수술 광고. 바로 아래에는 모 성형외과의 전화번호가 쓰여져 있다.)
셋째. 분수에 넘치는 소비 강요
"연말 파티의 우아한 주인공이 되기 위해 그동안 모아온 적금통장을 깨 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 아니다."
"찰랑찰랑 전지현 같은 머리결을 위해 헤어케어 살롱에 투자하자. XXX 헤어살롱의 스패셜한 케어에 몰라보게 변한 당신의 머리결은 분명 월급의 반을 통째로 바친것을 후회하지 않게 해 줄 것이다."
넷째. 시시콜콜한 것에 돈을 쓰게 조장.
"당신의 무거운 몸을 나르느라 굳은 살이 배기고 망가진 당신의 발. 에디터가 특별히 세심하게 고른 풋케어 제품들로 그 동안의 발의 고생에 보답해 보자. 자고로 미인이란 머리에서 발끝까지 아름다워야 하는 법!!!"
"풋케어 프로덕트 라인이 단지 굳은 살을 제거하기위한 스크럽 뿐이라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당신의 발은 스크럽 뿐만 아니라 풋케어 전용 에센스와 영양크림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꼭 알아야만 한다."
"리조트 룩을 위한 보그걸의 스패샬 초이스. 기왕 돈쓰며 간 동남아의 리조트에 집에서 입는 추리닝은 절대 금물!! 혹시 아는가? 엘르스포츠의 래드앤 블루 스트라이프 원피스와 프라다 샌들을 갖춘 당신에게 늠름한 서핑보이가 데이트를 신청해 올지!!!"
다섯째. 이른바 럭셔리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찬양
패리스 힐튼이 대표적인 예이다. 프로 예능인의로서의 재능은 눈곱만큼 있는 그녀가 이리도 인기있는 이유가 뭘까. 힐튼 자신의 허영심과 과시욕을 얼마든지 싸지를 수 있고, 자본가들은 힐튼을 보고 부나비처럼 그녀를 닮고싶어 몰려오는 어린 여자들을 상대로 큰돈을 벌 수 있다. "패리스 힐튼 띄우기"의 실체를 함 생각해 보자.
여섯째. 패션지의 고객은 당신이 아니라 광고주.
당신은 패션의 주체가 아니다. 단지 누가 일으킨지도 모르는 파도에 휩쓸려 정신없이 있다가 주머니를 털리는 것이 당신의 역할이다. 할부로 명품을 샀는가? 쇼핑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가?
아. 당신의 역할이 하나 더 있다. 고가의 핸드백을 찬 친구를 향해
"어머나 얘, 이거 XXX 브랜드에서 새로 나온 100만원짜리잖아!!" 라는 외마디 비명을 질러주어 핸드백 주인을 뿌듯하고 기쁘게 해 주는것.
일곱째. 전혀 돈 쓰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사라고 함.
예) 피트니스 센터에서 전문 트레이너에게 관리 받으라며 조언(?)
여덞째. 그만한 가치가 없는 허황되게 비싼 물건의 가격 합리화.
예) 외국의 비싼 화장품은 그만큼 비싸고 질좋은 원료가 들어가서랜다. 욱낀다 욱껴... 하긴 맞는 말이긴 하다. 1만원 짜리 크림 원료비 100원 10만원 짜리 크림 원료비 200원....오우~
아홉째. 젊음에 대한 무조건적 찬양.
패션 잡지에서는 사오십대 아줌마들은 여자취급도 안하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억하라. 당신의 어머니가 누구인지를.
열번째. 화장품 판매 홍보대사
특히 영양 에센스, 안티 에이징 제품등을 패션지 말만 듣고 혹해서 사는 우는 절대 범하지 말자. 뽀얗고 젊은 피부를 갖고 싶으면 돈 쳐 바를 생각하지 말고 규칙적인 운동과 생활습관, 골고루 잘먹기를 실천하자. 주름방지 크림을 사는 여자들은 정신상태가 글러먹은 것들이다. 패션지의 화장품에 대한 리뷰는 100%거짓말이다.
법적으로 화장품이라는 용어 자체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미용 제품"이다. 화장품 회사자 지네 물건을 화장품이라는 이름 아래 파는 것 자체가 이를 인정하는 꼴이다. 만약 진짜 화장품을 발라서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면 그건 화장품이 아니라 의약품이 되어야 하며 의사의 허가아래 살 수 있는 것이여야 한다.
피부는 배설기관이지 흡수기관이 아니다. 바른다고 해도 표피층에만 침투할 뿐, 진피층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만약 정말 발라서 진피에까지 영향을 미쳐 효과를 낸다면 그건 살을 녹이는 무시무시한 독약인 것이다.
열한번째. 그들이 당신에게 원하는것?
*돈 없어도 밥값보다 비싼 스타벅스 커피를 매 식후 즐기는 여자.
*돈 없어도 호되게 비싼 명품을 위해서는 카드를 확끈하게 긁는 여자.
*돈 없어도 겉 멋은 잔뜩 들어 외제차 타고 다니는 여자.
*돈 없어도 월급의 30%를 미용실에 투자할 줄 아는 여자.
*돈 없어도 자기 전 50만원 짜리 크림을 세숫대야에 바르는 여자.
*돈 없어도 성형수술을 받는 여자.
*돈 없어도 50만원 짜리 원피스가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 여자.
*돈 없어도 100만원 짜리 의자를 "투자"라고 생각하는 여자.
*돈 없어도 운동할 생각은 고사하고 지방흡입 수술받고 슬림 보디라인 크림을 구입하는 여자.
내가 왜 "돈없어도"를 전제로 했냐면, 패션지와 광고주가 노리는 타겟은 물론 돈 있는 여자일수도 있겠지만 과녁의 중심은 한 달 용돈 30만원쓰기도 빠듯한 당신이기 때문이다. 아무 패션지나 펼쳐서 화보의 모델이 입고있는 옷과 기타 악세사리 값을 계산해 보라. 아마 한 세트당 100만원이 훌쩍 넘을 것이다. 니트 20만원 모자 8만원 부츠 45만원 팬츠 30만원 핸드백 50만원.... 만약 그들이 부자를 타겟이로 이런 잡지를 찍어낸다면 그건 뭐라 할 것이 못 된다. 돈 많은 사람에게 비싼 물건 팔겠다는데 말릴게 뭔가? 하지만 패션지들은 시골의 문방구에서도 살 수 있다. 그들이 진짜 상위의 고객을 타겟으로 한다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럭셔리나 노블레스처럼 강남 백화점에서만 배포해야 그나마 정상이다.
패션지를 보고 환상에 빠지지 말자. 몽환적인 분위기의 화보 뼈다귀같은 모델의 무표정한 '쿨'한 표정... 다 당신을 홀려서 당신의 등가죽을 뱃겨 먹을려는 상술이다. 그것도 아주 비열하고 추잡한 상술. 패션지 자체가 나쁜것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누구나 멋 부리고 살고 싶다. 다만 나는 우리나라의 패션지들의 잘못된 행태를 말한 것 뿐이다.
맞는 말이다.
난 패션지를 거의 읽지 않을 뿐더러 여자들끼리 나누는 패션 이야기들을 따분해 한다.
차라리 정치, 사회 전반의 이슈들에 관해 이야기 하는것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저 위에 나열된 여자들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돈 있는 여자가 화려하게 입고 다니면 "돈 많으니까 저렇게 멋지게 입고 다니는 거야."
돈 없는 여자가 화려하게 입고 다니면 "돈도 없는게 있는 척 하고 있네."
돈 있는 여자가 평범하게 입고 다니면 "돈 많은데도 저렇게 릴랙스한 스타일에 합리적이구나."
돈 없는 여자가 평범하게 입고 다니면 "돈이 없으니 저렇게 입고 다니지."
라고 모든 것이 돈에 의해 합리화 되는 세상.
적어도 이제 나만이라도 정신차리고 내면을 꾸밀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