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 깨었을 때에 아랫니 두 개가 빠지는 꿈이 너무 생생했는데 그것이 가까운 사람의 병이나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게 너라는 걸 알았을 때에 어린 시절부터 가끔 예지몽을 꾸었던 기억이 되살아나 섬뜩한 기분마저 느꼈다.
네가 우리 가족과 지낸지도 십년이 더 지났구나. 어떻게 생각해보면 참 긴 시간이다. 말못하는 동물이었지만 나의 희노애락을 다 알았을 것 같다. 넌 영리했으니까. 늦은 밤에 귀가하면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내 발자국 소리인 줄 알고 평상시와 다르게 짖었던 것이 당시엔 좀 부담스러웠을 정도였다. 차를 구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도 금새 알아차리고 짖어주지 않았냐. 사람과 나이를 세는 법이 달라 셈하기에 따라 너는 육십이나 팔십의 노인과 같다지만 내가 먼저 났으니 늘 내가 말했듯 내가 형이라 해야겠다.
처음 네가 집에 온 날 개가 집에 왔다는 자체를 꺼리며 집에 들어오시던 어머니가 널 보자마자 사랑스러워했던 모습이 또렷하다. 어느 유한 집에서 많은 사랑을 받다가 우리 가족에게로 와서 고생이 많았다. 우리는 개를 방 안에 들이지 않아 사람들도 춥게 보내던 옛집에서 비록 현관 안쪽이지만 영하의 날씨에 이불을 돌돌 말고 자던 네 모습이 기억난다. 물을 싫어하면서도 목욕을 하면 사람들이 더 가까이하니까 억지로 참고 있었던 네 모습도 기억한다. 사실 나는 다 알고있었다. 언젠가 가족들이 모두 출타하여 늘 너를 제약했던 목줄을 내가 풀어주고 나와 한 침대에서 며칠간 지냈던 것은 너도 잊지 않았으리라 믿는다. 집을 보수하는 동안에 세를 살았던 작은 집에서 가까이 지냈던 것도 기억한다. 공사가 끝나고 다시 돌아왔을 때에 네 자리가 좋아진 것을 보고 네가 좋아하던 모습도 나는 다 기억한다. 나는 다 잊지않고 있다.
너의 삶은 힘들었으리라 생각한다. 줄에 매여 긴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어쩌면 끔찍했으리라. 그나마 풀어주었던 것도 마당 구석에 새나 고양이의 사체가 간혹 있어 그러지 못한 것이다. 사람의 사랑을 더 받고싶어 했는데 가끔은 나를 비롯한 가족들이 너를 힘들게 하고 야박하게 대한 것, 사람 위주로 생각한 것은 인간 세상에 흔히 있는 기준 때문이 아니었는가 한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니 모든 것을 니가 너그러이 생각해라.
그래도 어머니가 육십 평생에 정을 주었던 견공은 너 뿐이었다. 전에 어머니가 너를 품에 안고 있는 것을 보고는 내가 놀랄 정도였다. 가끔 네가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하여 모질게 대하셨지만 아버지 역시 너를 귀엽게 여기고 늘 챙기고 있음을 알았을 것이다.
오늘 네가 죽은 것을 알고도 계속 쓰다듬은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살아있는 것과 같은 모습에 죽음이 믿어지지 않았다. 네 눈을 감기려 여러번 시도했으나 시간이 지나서인지, 인간과 다른 이유 때문인지 결국 그렇게 되지 않아 마음이 쓰인다. 마당에 너를 묻을 때에 어머니와 내가, 육십의 중노인과 삼십의 청년이 눈시울을 붉혔던 것도 알아주었으면 한다. 어머니가 계속 너에게 다른 집에 있었더라면 더 좋은 대접을 받고 귀히 여김을 받았을텐데 우리 집에 있어서 그러지 못했다며 울먹였던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사실 나는 오늘 너를 묻고난 이후로 평상시처럼 생활했다. 그러나 잠을 청하다가 다시 생각이 난 이후로 아직 잠을 이루지 못하고있다. 마음도 한없이 무겁다. 너에게 조금 더 잘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요즘 견공들이 좋은 대접을 받는 일은 흔하지만, 너에게 해주지 못한 것이 많지만 그래도 우리는 나름대로 경건히 너를 장사 지내주며 슬퍼했으며 아마도 죽음 뒤에 이렇게 긴 글을 받는 견공은 세상에 많지 않을 것 같으니 원망이나 한을 가지지 말고 편히 잠들기를 바란다.
나는 네가 지난 주에 생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일에 내가 오는 것을 보고 가려고 버티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미물에게도 허락된다면 네가 천국에 가기를 기원한다. 나는 윤회를 믿는 사람은 아니지만 만약 다시 만나게 된다면 사람으로 나길 바라며 나와 비슷한 처지에서 서로 위해주고 도와주며 의지하는 좋은 관계로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