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고의 클라리넷 연주자 자비네 마이어
6월 2일 세종문화회관에서의 내한공연... 역시 최고였다.
완벽한 음악은 물론이요 역동적인 무대매너와 앵콜까지 이어진,
청중을 사로잡는 그녀의 연주.. 정말 최고였다.
그녀의 연주를 제대로 보고 싶어 큰 맘 먹고 10만원짜리 표를 구입해
(3월 예매로 조기예매가 할인을 받긴 했지만...ㅋㅋ) 갔던 것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CD나 사진으로만 접하던 그녀를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고
드디어 무대에 들어서는 순간 눈앞에서, 1층 바로 앞에서 보는 것이
너무 신기했고 즐거웠다.
특히 같은 학교에서 교수로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그녀의 남편과 함께한
듀엣 연주는 부러움을 샀고 음악을 한껏 즐기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그녀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그녀의 남편과 그녀의 오빠까지
모두 클라리넷을 한다는......클라리넷 떼거지 집안...ㅋㅋㅋ
또 한번의 내한공연을 기대하며.....
자비네 마이어 메세지-
" 저는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유럽,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종종 공연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비로소 처음으로 한국에서 공연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유럽에서 한국은 매우 아름다운 나라이며, 한국인들은 매우 친절하고 창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매우 많은 한국인들이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 지휘자들, 솔리스트를 비롯한 훌륭한 한국 음악인들을 이미 많이 만났습니다. 이제 한국의 음악계와 한국의 훌륭한 청중들을 만나게 될 것이 매우 기대됩니다." - 자비네 마이어.
자비네 마이어는...
현존 최고의 클라리네티스트 중 한 사람인 자비네 마이어는 1959년 3월 30일 독일의 바덴-뷔르템베르크주 크라일스하임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클라리넷 연주가였던 집안 내력으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클라리넷을 배운 그녀는 슈투트가르트와 하노버에서 정식으로 클라리넷을 전공하게 된다. 스무 살이었던 1979년, 본에서 개최된 독일 음악 콩쿠르에서 2위로 입상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그녀는 스물 한 살의 젊은 나이로 뮌헨의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에 제2클라리넷 주자로 입단하며 프로 연주가로서의 첫 발을 내딛게 된다. 무엇보다 그녀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1980년대 초 베를린 필하모닉의 이른 바 "자비네 마이어 사건"이다. 마이어는 1982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에 의해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수석주자로 발탁되어 화제가 되긴 했지만, 카라얀의 독단적인 결정에 반발한 단원들은 투표에서 그녀를 73대 4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반대하기에 이르로, 이를 계기로 카라얀과 오케스트라는 극단적으로 대립하게 된다. 그녀의 실력과는 무관하게 카라얀과 오케스트라 간의 정치적 불화의 희생양이 되고 만 것이었다. 결국 그녀는 이듬해인 1983년 5월, 9개월 만에 스스로 퇴단하고 만다.
하지만 이 사건은 그녀에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그녀의 커리어는 이 시기부터 오히려 더욱 빛을 발하기 시작하여 솔로 클라리네티스트로서 전 세계를 누비며 활동하는 한편 EMI 음반사와의 다양한 녹음 활동을 통해 클래식 음악계의 수퍼스타로 등극하게 된 것이다.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도 떠나야 했던 베를린 필하모닉 역시 1990년대부터 그녀를 독주자로 초청하기에 이르렀고 베를린 필하모닉의 가장 중요한 협연자로서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게 되었다.
자비네 마이어가 사용하는 클라리넷은 독일어권에서만 사용되는 독자적인 시스템의 클라리넷인 "욀러(Oehler)"식 클라리넷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프랑스 스타일인 "뵘(Boehm)"식 시스템과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의 악기이다. 욀러식 클라리넷은 좀 더 복잡하고 다루기 어렵지만, 맑고 또렷한 음색을 지닌 뵘식 클라리넷에 비해 훨씬 부드럽고 깊은 음색을 지니고 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들려 줄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은 원곡이 바셋 클라리넷을 위해 작곡된 곡이다. 이 작품을 헌정 ㅏㅂㄷ은 당대 최고의 클라리넷 주자 안톤 슈타틀러는 클라리넷의 깊은 저음에 깊이 매료되어 그 자신이 수석 클라리넷 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낮은 음을 맡아 연주하기를 즐겼고, 그에 따라 그가 가장 아꼈던 악기는 "바셋 클라리넷"이라고 불리는 신형 악기였다. 같은 프리메이슨 단원으로서 악기 제조가였던 테오도르 로츠가 1788년에 발명한 바셋 클라리넷은 보통의 클라리넷이 낼 수 있는 최저음인 옥타브 아래 E음 보다 더 낮은 4개의 음(Eb, D, Db, C)을 더 낼 수 있도록 특별히 고안된 악기로서 저음을 더 확장시킨 악기이다. 자비네 마이어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현대의 욀러식 바셋 클라리넷으로 모차르트 협주곡 원곡의 저음 키를 그대로 들려중 예정이다. 욀러식 클라리넷 특유의 부드럽고 따스한 음색과 바셋 클라리넷의 저음이 만나 들려주는 깊은 매력에 흠뻑 빠져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그녀의 솔로로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실내악 리더로서의 활동 역시 존재감이 남다르다. 기돈 크레머가 주관하는 로켄하우스 실내약 페스티벌에 고정적으로 초청되어 하겐 사중주단 등 세계적인 실내약 연주가들과 교류하는 한편, 그녀의 이름을 내건 "자비네 마이어 관악 앙상블(Blaserensemble Sabine Meyer)"을 조직하여 우리 시대 최고의 목관 앙상블로 키워 내기도 하였다. 자비네 마이어 목관 앙상블은 지난 2003년부터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조직한 수퍼 오케스트라인 "루페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멤버로서 매년 참가하고 있다. 근래 들어 그녀의 활동은 한 사람의 독주자로서보다는 실내악 리더로, 더 나아가서 음악 전반을 아우르는 좀 더 큰 개념의 감독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양상이다. 과거의 파블로 카잘스와 예후디 메뉴힌,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 그리고 현재의 다니엘 바렌보임과 플라시도 도밍고가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의 정상의 자리에만 안주하지 않고 그를 넘어서 당대의 문화와 사회 전반에까지 영향을 끼친 위대한 음악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듯이 자비네 마이어는 이제 최고의 칼라리네티스트라는 명성을 넘어서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음악 전반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녀의 나이 마흔 아홉. 클라리넷 연주가로서는 이미 정점에 도달해 있는 그녀를 이제는 '음악가'자비네 마이어로서 다시 한 번 주목해야 할 시점에서 이루어질 이번 내한 공연은 음악애호가들에게 있어 소중한 기회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