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상반기 방송계는 예능 프로그램의 전성시대였다. 지난해가 한 프로그램의 '독주시대'였다면, 올 상반기에는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이 활약하며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졌다.
MBC-TV '무한도전'이라는 전통강호가 주춤하는 사이 KBS-2TV ''해피선데이-1박 2일'이 신흥 강호로 떠오르며 팽팽한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재와 참신한 아이템으로 무장한 여러 예능 프로그램이 신설돼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상반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고 지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어떤 프로그램은 '시청률 경신'이라는 축배를 터트렸면 반면 경쟁 프로그램은 '조기 폐지'라는 불명예를 앉고 쓸쓸하게 퇴장해야 했다.
또 어떤 프로그램은 예상치 않은 반응에 수명을 무한 연장했다.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전파를 탔던 '우리 결혼했어요'가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돼 '가상 커플 신드롬‘을 만들어낸 것이다.
말 많고 탈 많았던 상반기 예능계 핫뉴스를 숫자로 정리해봤다.

▶ 1 - 1박2일 신 예능 강자 우뚝 : 2007년이 '무한도전'의 독주가 돋보였다면 2008년 상반기는 '1박 2일'의 초강세가 두드러졌다. 비록 요일과 시간대는 다르지만 두 프로그램은 주말 저녁 안방극장을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흥미진진한 경쟁을 벌였다.
지난 1월 '무한도전'은 '이산 특집'을 통해 예능 마의 시청률인 30%를 돌파하며 최강자임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후 '도전'없는 방송으로 일관해 시청률은 4개월 만에 10%대 후반으로 떨어지며 부진 징후를 보였다. 그 사이 멤버 6인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참신한 소재가 돋보인 '1박 2일'은 시청률 20%대에 진입하며 '무한도전'의 아성을 위협하는 예능 최강자로 떠올랐다.

▶ 2 - 유재석VS강호동 : 2008년 상반기 예능계의 최고 스타를 꼽으라면 단연 유재석과 강호동을 꼽을 수 있다. 유재석은 '무한도전'을 비롯해 '놀러와'(MBC) '해피투게더'(KBS)를 진행하며 여전히 예능계 최고 능력자임을 과시했다.
강호동은 유재석에 대적할만한 유일한 톱MC였다. 상반기 SBS-TV '놀라운 대회-스타킹'과 MBC-TV '황금어장-무릎팍도사', KBS-2TV '해피선데이-1박 2일' 등 방송 3사의 프로그램을 섭렵하며 탁월한 진행 능력을 발휘했다.
▶ 2.9 - 2008년 예능 최저 시청률 : '무한도전'과 동시간에 맞붙어 고전했던 SBS-TV '라인업'의 최악의 성적표. 지난해 9월 "무한도전을 넘어서겠다"는 야심찬 포부아래 시작한 '라인업'은 '태안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휴먼 버라이어티의 서막을 알리는 듯 했다.
그러나 예능이 본분인 '웃음'을 버리면서 '라인업'은 폭넓게 시청자들을 감싸 안지 못했다. 결국 부진한 시청률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방송 6개월만인 5월 3일 쓸쓸히 퇴장했다. 더욱 씁쓸한 것은 마지막 방송을 시청률. 3%도 넘지 못한 2.9%(TNS코리아)로 마감했다. 이는 주말 황금시간대에 포진된 예능 프로그램 중 최저수치다.

▶ 4 - 대세는 4차원 캐릭터 : '1박 2일'의 은지원, '우리 결혼했어요'의 서인영, 퀴즈 육감대결'의 솔비를 관통하는 캐릭터는 '4차원'이다. 상반기 예능계의 샛별로 떠오른 이들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행동과 언행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은지원은 강아지 상근이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고, 서인영은 사랑보다 신상 구두가 좋다고 당당히 외쳤다. 솔비는 김구라에게 "욕 잘해서 좋겠어요"라고 외치고 강수정에게 '핑크 돼지'라 놀리는 용감한 입심을 자랑했다. 엉뚱, 생뚱, 갸우뚱한 세 사람의 캐릭터는 개인기와 유행어에 의존해 방송하는 예능인들 사이에서 솔직하고 친근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 5 - 5년 만에 야심만만 폐지: 월요일 밤 안방극장의 유일한 '낙'이었던 SBS-TV '야심만만-만 명에게 물었습니다'가 5년 만에 폐지됐다. '야심만만'은 TV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톱스타들을 볼 수 있는 유일한 토크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홍보성 짙은 게스트 섭외와 신변 잡기식 토크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5%의 시청률로 추락, 결국 폐지의 수순을 밟게 됐다. '야심만만'의 폐지는 큰 인기를 얻은 장수 프로그램도 변화와 발전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 6 - 리얼 버라이어티 황금 멤버 : 2008년 상반기 예능계를 정리할 수 있는 숫자. 상반기 방송계에서 가장 맹위를 떨쳤던 프로그램에는 어김없이 여섯 멤버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무한도전'과 '1박2일'이다. 최근 상승세를 그리고 있는 '명랑 히어로'의 경우에도 김구라, 신정환, 윤종신, 김국진, 박미선, 김성주 등 6명의 메인MC가 등장한다.
이처럼 6인이라는 팀 체제의 MC가 각광을 받은 것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부터다. 짜여진 각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상황을 주고 반응하는 형식의 리얼 방송에서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충돌하면서 주는 재미가 컸다. 6인의 구성원은 두 명 또는 세 명씩 짝을 이뤄 앙숙관계를 형성한다. 대치하거나 단결하면서 쏟아지는 웃음은 그 어떤 형식보다 시청자들의 큰 반응을 이끌어 냈다.
▶ 8 - 가상 부부 8인의 활약 : 2008년 상반기는 '리얼'의 강세와 더불어 '가상'의 활약이 돋보였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스타 두 사람이 결혼해 부부로 산다면?"이라는 가상 설정에서 시작한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결혼했어요'(이하 ‘우결’)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과감한 시도로 주목받았다.
가상 결혼에 리얼 동거라는 방식을 채택한 '우결'은 개성 넘치는 8인의 멤버의 활약이 돋보이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막무가내 커플' 서인영-크라운제이, '알콩달콩 커플' 앤디-솔비, '엽기 커플' 정형돈-사오리, '로맨틱 커플' 신애-알렉스는 콘셉트에 딱 떨어지는 캐릭터 설정으로 실제 스타 커플을 방불케 하는 호응을 얻었다.

▶ 10 - '진실게임' 10년 만에 폐지 : SBS-TV '진실게임'이 10년만에 폐지된다. 지난 1999년 첫 방송된 '진실게임'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짜 속 가짜, 가짜 속 진짜를 찾아내는 SBS의 대표적인 예능프로였다. 이경실, 유재석, 지석진 등이 MC를 맡으며 숱한 화제를 뿌렸다.
지금까지 알려진 폐지 이유는 단지 오래됐다는 것. SBS 관계자는 지난 28일 "시청률 문제는 아니다. 다만 새로운 편성의 필요성에 따라 폐지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최근 SBS는 예능 부진 속에 '라인업', '8대 1' 등을 잇따라 폐지하는 강수를 두고 있다.
▶11 - 이경규의 거듭된 부진 : MBC-TV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역전의 용사 이경규를 재기용해 만든 코너 '간다 투어'는 두 달 만에 코너가 폐지되는 불운을 겪었다. 이경규, 김구라, 김제동, 타블로 등 4명의 MC가 여행사를 차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관광 상품을 개발, 체험해본다는 기획의도 아래 시작된 '간다 투어'는 진부한 구성과 지루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결국 이렇다 할 반응도 얻지 못한 채 11주(77일)차 방송을 끝으로 폐지 됐다. 특히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은 이경규는 '라인업'에 이어 진행을 맡은 프로그램이 또 다시 폐지되는 '굴욕'을 겪어야했다.

▶ 18.7 - 경이적인 재방송 시청률 : '1박2일'이 기록한 2008년 상반기 재방송 시청률. 시청률 조사기관인 AGB 닐슨 미디어에 따르면 '1박 2일'은 5월 18일 재방송 시청률 18.7%를 기록했다. 20%에 가까운 시청률은 본방도 기대하기 힘든 경이적인 시청률.
유독 재방송에 강한 예능프로가 있다. KBS 2TV '스펀지 2.0'가 대표적인 예. 토요일에 방송되는 '스펀지 2.0'은 본방송에서는 힘을 못쓴다. 토요강자 '무한도전'의 절대적인 지지 때문. 그 예로 지난 5월 17일에는 8.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18일 재방송의 경우 8.8%의 시청률을 보였다. 본방송 보다 0.7%퍼센트 앞섰다.
▶ 30. 4 - 2008년 예능 최고 시청률 : 2008년 상반기 예능 프로그램의 최고 시청률은 '무한도전'이 차지했다. 1월 19일 방송된 '이산특집'편이 30.4%(TNS미디어 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것.
그러나 이후 '무한도전'의 시청률은 등락을 거듭했다. 2월 중순부터 시청률 하락을 거듭해 4월 5일 방송분은 19.1%시청률을 기록해 33주간 연속 시청률 20%대 기록을 마감해야 했다. 최근 시청률과 시청자 평가 면에서 부진을 거듭하자 '무한도전'의 위기론이 대두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