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정전 (阿飛正傳)
감독 ; 왕가휘, 주연 장국영, 장만옥,
출연; 유덕화, 장학우, 양조위, 유가령,
1990년 작품
"세상에 발없는 새가 있다더군.
늘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속에서 쉰데...
평생 딱 한 번 땅에 내려 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때지...."
"죽기직전 뭐가 보이는지 항상 궁금했어...난 눈뜨고 죽을꺼야.
죽을 땐 뭐가 보일까?.....
발 없는 새가 처음부터 날수 있다고 생각했는데....죽는 날에야
비로서 땅에 떨어진다고...
하지만 그 새는 어디에도 날아 간 적이 없었어....그새는 이미
처음부터 죽어 있었으니까...
난 옛날부터 죽을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여자가 누군지 알수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전엔 사랑이 뭔지 몰랐는데...이젠 알것 같아....너무 늦었지
만...."
-엔딩 중 열차 안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아비의 대사-
중국의 문호 노신의 소설 중 '아큐정전' 이란 소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시대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지는 이 소설은 변하지 않
는 평가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소설속의 '아큐'가 당시 일반적
중국인을 대표하는 중국인의 상징이란 사실이다.
제목 '아큐정전' 의 뜻은 그냥 '아큐의 이야기' 란 말이다.
수 많은 홍콩 스타들을 캐스팅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1990년 한국
에서 개봉해 몇일 만에 막을 내리는 수모를 겪은 '아비정전'도 말
그대로 아비의 이야기 란 뜻이고 당시의 사회상과 그 시간을 살아
가는 한 젊은이 아큐를 통해 홍콩에 내재해 있는 불안심리와 시대
적 아픔을 표현하였다.
개봉당시 홍콩 느와르와 무협에 길들여져 있던 한국의 관객들에게
모호하고 루즈한 드라마인 아비정전이 맞았을리는 만무 하였고 실
망한 관객들이 환불을 요청하는 해프닝까지 일어나기도 하였다.
그 후 이 영화의 감독인 왕가휘 감독의 명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 영
화가 재 조명 되어지고 작품성도 인정 받게 되었다.
영화는 흔하디흔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아비와 두 여자, 두 여자
와 각각의 다른 남자. 그들 사이의 삼각관계, 실연, 죽음....이 영화
는 보는 사람에 따라 이러한 싸구려 감정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영화 정도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 보면 우리의 삶 자체가 심파극이라는 사실을 쉽게 깨달을 수 있다.
거룩한 인생이란 결코 없다. 내가 알기론 적어도 그렇다.
단지 우리는 우리가 갖고있는 유치한 것들의 교묘히 감출수 있는
훌륭한 장치들을 가지고 있을뿐이다.
아비는 어렸을때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집의 하녀를 친어머니로 알
고 성장한다. 계모는 아비의 친모로부터 양육비를 받고 아비를 키
우지만 아비가 성장한 후에 훗날 자식으로 키우던 아비에게 버림
받을것을 두려워하고 미리 자신이 계모임을 밝힌다.
방황하는 아비..... 버림받은 상처와 다시 버림받을 것을 두려워하
는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들을 먼저 배신함으로 상처를 감춘
다.
아비는 여인으로부터 두번 버림받은 인물이다. 첫번째는 자신의 생
모이고 두번째는 자신이 어머니라 믿었던 계모로부터이다.
극중 아비는 자신의 집에서 계모의 돈을 뜯어가던 젊은 제비족을
두들겨 패서 내쫒고 계모와 다투던 중 자신이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은 끝까지 비밀로 했어야지 왜 알렸느냐고 소리친다.
그에 계모는 "내가 늙으면 친엄마도 아닌데 네가 나를 보살펴줄꺼
니? 나도 미리 살길을 찾아야지... " 라고 항변한다.
계모는 버림받을것을 두려워 먼저 아비를 버린것이고 아비는 똑같
은 방법으로 여인들을 버리는것이다.
아비는 계모에게 친모가 살고있는 곳을 말하라고 소리지른다.
그러나 계모는 말해주지 않는다.
"네가 떠나는게 결코 아쉬워서가 아니야. 지금 간다고 뭐가 달라지
니?... 아마 널 벌써 잊었을걸.... "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관점에서 볼때에 '버림' 다음에 '잊음'이
란 인간 잠재의식에 내재되어 잇는 가장 무서운 감정인것이다.
배신의 감정이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막대한 것인가.......
아비는 결국 계모로 부터 친모가 필리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아내고 자신이 관계를 맺던 두 여인 수리진(장만옥 분) 과 루루(유
가령)를 남겨놓은 채 친모가 살고 있는 필리핀으로 떠난다.
재미있는 것은 여기서 사용하는 장치가 버림받음과 상처뿐만이 아
니라 우리의 인생에서 가정 절실한 것들사이의 엇갈림의 운명이란
것이다.
루루와 수리진은 아비를 사랑하고 아비의 절친한 친구 장학우(이름
은 나오지 않음) 는 루루를 사랑한다. 그리고 수리진이 길에서 우연
히 만난 경찰(유덕화 분)은 수리진을 사랑한다.
그들은 서로 각각 자신의 사랑에 대한 ond-side love 의 전형을 보
여준다.인생에서 이렇게 좁은 범위에서 실타래같이 사랑이 엇갈리
기란 쉽지않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는 실제로 우리주변에서 일어나
는 일이고 그로인해 아파하고 있는 많은 청춘들이 지금도 존재한
다.
그런점이 우리를 이 영화에 공감하게 만들고 바람둥이로 살다 짧은
인생을 마감한 극 중의 한 젊은이의 상처에 같이 아파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왕가휘 감독은 영화에서 아비의 홍콩에서의 장면은 항상 비가 오는
장면으로 그리고 필리핀으로 떠난 다음의 장면은 눈부신 햇살이 내
리쬐는 열대우림의 아름다운 장면 으로 표현했다.( 홍콩=장마,
필리핀=햇살 )이란 공식은 청년 아비의 내면 세계의 상징이 아닐까
싶다.
생모를 만난다는 기대감과 행복감이 햇살로 표현된다면 우리는
장마비속의 홍콩의 생활이 뭇 여자들과의 쾌락만을 추구하던
아비의 생활과는 달리 얼마나 암울하고고통스러웠느지를 이해할
수있다.
아비는 그러나 아비는 결국 생모를 만나지 못한다.
아비의 생모는 아이를 버릴수밖에 없는 믾은 부모들이 흔히 그러듯
이 술집 작부나, 타향에서 불행한 삶을 사는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행복을 찾으려 어린 아비를 버린 것이었다. 커다란 성과 같
은 필리핀의 한 대 저택에서 아비는 문밖에서 되돌아 온다.
홍콩에서 온 아들 아비라고 알려 달라는 아비의 부탁에 그 집의
하녀는 "지금 주인이 먼곳에 가셔서 안계시다" 라고 말하며
아비를 돌려보낸다.
그러나 문밖에서 돌아나오는 아비는 집안에 자신의 생모가 있다는
걸 직감으로 알아차린다.
아비의 생모는 자신의 행복을 깨지 않기 위해 먼곳에서 찾아온 아
비를 돌려보낸것이다.
저택으로 향한 가로수길을 뒤 돌아 나오며 아비의 독백이 음악
' Simpre en Mi Corazon ' 과 함께 깔린다.
" 하녀는 주인님이 먼곳에 가셔서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고 말했
다...
그러나 저택을 돌아 나오면서 내 등뒤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다.
이 길을 나올 때까지 절대로 뒤돌아 보지 않았다.......
나는 그냥 얼굴을 한번 보고싶었을 뿐이었는데.......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으니 나도 기회를 주지 말아야지....."
세 번째로 버림받은 아비는 술에 취해 길에서 자다가 모든것을 도
둑 맞는다.이를 발견한 사람은 경찰에서 사퇴하고 평소의 꿈처럼
선원이 되 필리핀에 잠시 정박해 있던 유덕화.
그는 아비를자신의 호텔로 데려간다. 유덕화는 아비를 알아보지만
모른체 하고 아비를 도와 준다. 모든 돈을 다 잃어버린 아비는 홍콩
으로 돌아가기 위해 위조여권을 만드는 갱단과 거래를하고 그들을
속이려다 위기를 맞는다. 현장에 있던 유덕화가 아비를 도와주고
두 사람은 기차에 올라 도망한다.
그러나 결국 유덕화가 화장실을 간 사이 아비는 기차에서 갱단에게
총을 맞고.......돌아온 유덕화는 아비에게 자신이 수리진과 아비를
알고있음을 고백한다.
여기서 두 사람이 나누는 얘기가 바로 '발없는 새' 에관한 이야기
이다.
유덕화는 여자 꼬실때 쓰는 말이라고 일축하지만 아비는 죽기직전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이 수리진이었음과 자신 스스로 감정이입을
시켰던 발없는 새가 이미 죽은 새였다는걸 깨닫는다.
사랑의 상실은 죽음을 의미한다....바람같은 발없는 새는 발이 없
기 때문에 쉬지 못하는걸로 알았는데 그가 버림 받았을때 이미 죽
어있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의 평소 궁굼증 대로 아비는 죽음에 임박해서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을 깨닫는다.
죽어가는 아비는 유덕화에게 그녀를 만나면 이미 자신은 그녀를 잊
었다고 전해 달라고 말한다.
여자를 차버리는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또 그렇게 행동했
던 아비.... 하지만 그는결코 수리진을 잊지 않았다.
첫만남의 그 일분이란 시간까지 그의 마음에 각인되 있는것이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 체육관의 매점에서 일하던 수리진에게 찾아
간 아비는 콜라한병을 사 마시고 지금 만난 일분을 영원히 기억하
게 될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두사람의 만남은 시작됬고 아비의 말처럼 두 사람은 그 일
분을 영원히 기억하게 되었다.
짧지만 영원히 기억되는 첫키스의 추억처럼 사람의 뇌리에 각인되
는 사랑은 시간의 힘으로도 지우기 힘든가보다.
집에 있는 낡은 비디오를 되돌려보며 극중 떠난 아비를 못잊는 수
리진과 그녀를 바라보는 경찰 유덕화의 잔잔한 대사가 마음을 울린
다.
글 ; 이준호
***영화의 명대사***
* 이 영화에서 기억되는 명대사는 너무많다. 그중 위의 내용에서 소개하지 않은 떠난 아비를 못잊어하는 장만옥(수리진)과 경찰 유덕화가 나누는 대사이다.
유덕화(경찰) / 친구가 없나요?.....전 남이라서...
장만옥(수리진) / 맘에 담아두고 있으면 미칠 것만 같아요! 모두 잊었을 거라 믿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 노력했어요. 일에 매달리고 잠들면 잊겠지 생각했어요.
그 사람을 잊고싶은데 잊을수가 없어요. 내자신이 미워요.
유덕화(경찰) / 계속 그렇게 살순 없어요.
장만옥(수리진)/ 오늘만 지나면 괜찮을 거예요.
유덕화(경찰) / 늘 그얘기군요. 어제고 그랬고 오늘도 그래요! 내일도 그럴테죠?
감정은 자제가 필요해요. 그를 못잊겠다면 당장 그 에게 가 매달려요. 아님 1분 이내로 잊어요!
장만옥(수리진)/ 1분 얘기는 하지 마세요!.....1분이 쉽게 지날 줄 알았는데 영원할 수도 있더군요.
그가 시계의 1분을 가르키며 영원히 날 기억할거라 고 말했어요...그 말이 맘에 끌렸어요.
이젠 내 스스로 시계를 보면서 1분 이내로 그를 잊겠어요....
***이 영화는 최근 한극장에서 장국영의 5주년 주기를 맞이해 개봉한다. 이영화 에는 어떤 신앙과 관련된 감상을 달고싶지 않다.
물론 끼워 맞추자면 어떤 것이라도 댈수가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그냥 한 인간의 이야기를 감상하면서 우리 나름대로 느꼈으면 한다..... 이 글을 읽는 우리 형제자매들은 달리 촌평을 달지 않더라도 가치를 끌어낼수 있 는 지혜를 가졌을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