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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 5월 22일 방송 발언... 어째서 촛불비하발언이라고 하는지...

정민형 |2008.06.07 10:23
조회 320 |추천 7

한동안 기사보다 그 밑에 달린 기발한 댓글들을 보는 게 재미있어서

자주 몇 개 인터넷 싸이트 기사들에 달린 댓글들을 열심히 읽었었다.

그리고 가끔은 나도 댓글을 달아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같아선...

처음엔 현정부가 한심스럽고 창피했다...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부의 정책에 맞서는 용감한 국민들이 존경스러웠고,

평화롭게 시작된 촛불시위에 참여할 수 없어서 아쉽기도 했다.

그런데... 무언가 조금씩 틀어지고 있다... 존경스럽기만 했던 촛불이 흔들리고 있다...

 

왜 우리는 우리와 다른 생각과 다른 삶의 형태를 지닌 사람을 보면

거의 적개심 수준의 감정을 가지고 비난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우리가 각기 다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가?

물론 어느정도, 일치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면서 설득하는 것 역시 때때로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어느 공장에서 똑같은 부속품과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제조된

인조인간이나 로보트가 아닌 다음에야, 우리는 다 다를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서로가 다르기 때문에 오해의 여지는 어디에나 있는 것이고,

그래서 누군가 "미안해~ 내 뜻은 그게 아니었는데... 앞으론 좀 더 신경쓸께" 하고 말한다면,

"아, 내가 좀 오해를 했나보네... 내가 좀 예민한 상태였었나봐..." 하고

용납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어느새 우리 나라는 이상한 모양으로 나뉘어 버렸다.

민주주의가 무색할 만큼, 국민의 의사와 자유를 탄압하는 정부.

그리고 그 정부에 대항하면서, 똑같은 목소리를 내지 않는 사람들은 "매국노"라고 평가하며

온갖 인신공격을 퍼붓는 사람들...

 

요즘 나를 가장 기막히게 하는 일은 정선희씨의 발언 관련 기사들과 댓글들,

그리고 원색적인 비난을 거침없이 하는 네티즌들이다.

기자들은 "정선희 촛불 비하 발언"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써냈고,

방송을 듣지 않았던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기사에 이미 흥분해버렸다.

그중엔 확인을 위해 MBC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당일 방송분을 다시 듣기 한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얼마나 공정한 확인의 과정이 될 수 있었을까?

이미 기자들이 기사 속에 첨부해 넣은.

건방지고 오만한듯한 여운으로 발췌된 문장을 읽고 화가 나버린 상태라면...

 

아무리 들어도 왜 이것이 촛불집회를 비하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인지를 나는 정말 모르겠다.

그래서 작정을 하고, 계속해서 플레이와 스탑을 반복해가며,

당일 방송분 중 문제가 되었던 부분을 전후 문맥 전체와 함께 받아적어봤다.

 

 

(한 여자 시청자가 자전거를 잃은 사연을 읽은 후에)

그.. 인사동에 가면, 가끔가다 돌로 된 석상이 있잖아요. 그걸 밤에 다 집어가신대요.

그래서 요즘 석상에다 쇠사슬로 체인 연결해서 못박아놓구 이러잖아요.

보기 흉하잖아요. 없는 게 훨씬 나은데. 어쩔 수 없대요.

밤에 자고 나오면 그 석상, 앞에 있던 석상을 누가 들고 간대요.

나, 참, 예전에 그런 것도 있었잖아요. 쇠붙이... 육교에 있는 쇠붙이 다 떼어가구,

맨홀 뚜껑, 도심에 있는 맨홀뚜껑까지 걷어가구... 어따 쓰세요, 도대체?

그게 또 돈으로 쳐주는 데가 있으니까...

근데 너무 위험하다구요, 맨홀 뚜껑 열려있는 건. 그런데도 그렇게들 떼어간다고 하는데...

아휴... 그 자전거... 얼마나 속이 타겠어요...

그 마음은 알겠는데... 음... 이왕이면은... 음...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정신 똑바루 차리고, 그렇게 하루정도, 이틀 정도 방치해놓는 건,

물론 뭐 열쇠로 잠궜다 하더라고, 이거는 어... 조심하여야 될 것 같아요.

갖고 있는 사람이 조심을 해야 되는데...

이... 나라 물건 챙겨가지고 자꾸 팔아넘기는 분들은, 그거요, 우리가 아무리

뭐 광우병 뭐다 해서 애국심을 불태우면서 촛불 집회해두요,

이런 사소한 거... 환경 오염 시키고, 이렇게 맨홀 뚜껑 퍼가고...

이게 사실 굉장히 큰,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하는 범죄거든요.

그러니까 큰 일 있으면 흥분하고 같이 막~ 하는 분들 중에 이런 분이 없으리라고 누가 압니까?

하나부터 지켜 나가면, 그래도 조금 더 단속을 하게 되지 않을까...

작은 거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이렇게 큰 거만 자꾸 생각하는 것도 사실 모순인 것 같아요.

 

 

아무리 여러번 듣고 받아적기까지 했지만, 

정선희씨의 발언 어느 곳에서도 촛불집회를 비하한다는 느낌은 결코 받을 수가 없었다.

많은 기자들과 네티즌들에 의하면, 정선희씨는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맨홀뚜껑 도둑에 비유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건 지나친 억지라고 보여진다.

그날 방송에서 들린 멘트는 위에 받아 적은 그대로이고,

그날 정선희씨의 그 문제의 발언의 최종 목적지는 마지막 두 문장이었다고 생각한다.

 

"하나부터 지켜 나가면, 그래도 조금 더 단속을 하게 되지 않을까...

작은 거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이렇게 큰 거만 자꾸 생각하는 것도 사실 모순인 것 같아요."

 

이 발언은 촛불집회에 겨냥된 것이 아니라,

그냥 우리가 다 사소한 일부터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하려 한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우리가 사소하게 생각했던 작은 일부터 중요하게 다뤘다면,

어쩌면 우리 나라의 상황이 이 지경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정계 거목들에게만 "정직함"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정직함"과 "성실함"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었다면...

나라를 쪼개는 쓸데없는 지역감정이나 혈연, 학연 등이 타파되고,

나와 다른 사람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장점을 존경하고, 단점을 배려하는,

사소해보이는 그 "마음"이 우리들에게 기본적으로 길러졌었다면...

 

지금 우리에게 닥친 "큰 문제들"이

대부분 처음에는 "사소하고 작은 문제들"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발언이었다.

적어도 나에겐.

 

결국 수많은 네티즌들의 비난과 협찬사 홍보실 공략 등으로,

정선희씨는 라디오를 포함한 몇 개의 프로그램에서 자진하차를 결정했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스스로 모여 촛불집회를 시작하고 진행해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그들의 "살리는 힘"을 봤다...

그러나 요 며칠... 정선희씨에 쏟아지는 온갖 비난과 욕설을 보면서,

나는 그들의 "죽이는 힘"도 봤다...

 

살리는 힘은 언제 어떻게 써도 아름다운 파급효과가 있고,

시간이 지나도 후회스럽지 않은 당당함을 남긴다.

그러나 죽이는 힘은... 그 파괴력은... 시간이 지나면 언제나 후회를 남긴다.

그리고 아무리 많은 후회를 해도 이미 파괴되고 무너진 것은 회복이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이 막강한 힘을 사용할 때... 그 어느 때보다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

추천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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