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연수원 친환경농업과정 교육에 다녀와서
농림수산식품부 농업연수원.
돈버는 농업, 살맛나는 농촌을 만들어 나갈 핵심 농업인과 공직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곳이다. 필자도 지난 주 월요일부터 4박 5일간의 일정으로 그곳에 다녀왔다. 행정의 최 일선에서 농업인과 함께해야 하는 신분이면서도 ‘代案(대안)’의 농업이라는 ‘親環境農業(친환경농업)’에 대한 부족한 점도 해소하고, 무엇보다 교육을 받은 지가 오래여서 피교육생신분으로 한 번쯤은 대돌아가 보고 싶은 충동과 자기 성찰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 비 합숙과정인지라 東家宿 西家食(동가숙 서가식) 하면서도 민심을 읽기 위한 스릴도 만끽해 봤다.
4박 5일간의 교육 일정이지만, 첫날 국정철학(?)에 대한 DVD를 시청하는 한 시간과 현장교육 하루, 마지막 날 설문조사 한 시간을 빼면 강의를 듣는 스물네 시간은 빠듯하기만 했다. 이 분야에서 최고(?)라는 분들과 좀더 가까이하는 시간도 가져 보고 싶었지만 한정된 여건(?)탓에 아쉬움도 남는다.
"농업의 미래! 교육이 희망입니다." 연수원 건물 현관에 새겨진 캐치프레이다. 또, 이 나라 최고의 농업전문 교육기관이라는 격에 맞게 출강하시는 강사님들 또한 전국에서 내놓으라 하는 그런 분들이다. 하지만, 농업과 농촌, 농민문제를 자본과 시장의 논리에 맡긴 현실에서 돈을 벌고 살맛나는 농업과 농촌을 만들기 위해 연수원을 찾은 농업인들과 필자와 같은 공직자가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또 무엇을 배우고 갈까? 하는 의구심이 앞섰다.
중앙부처의 서기관에서부터 행정의 최 일선 읍면사무소의 말단 직원까지 전국에서 모인 사십 몇 명의 교육생이 강의를 듣는 강의실안의 분위기는 왠지 밝지가 못하다. 아니, 무겁고 침울하게 와 닿는다. 2MB의 ‘實用(실용)’이라는 코드에 짜 맞춰진 농업분야 구조조정에 대한 위기감 앞에 한 배를 탔다는 同病相憐(동병상련)의 애잔함이 깔린 탓일 것이다.
또, 한미 FTA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의 위험성 논란이다! 거기에다 전국을 휩쓸었던 AI에 대한 後遺症(휴유증)의 여파까지! 어느 한구석 온전한 곳이 없는 게 우리네 농업현실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각종 난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지구온난화로 인한 갖은 재앙을 체감하면서도 언제 불어 닥칠지도 모르는 식량위기를 외면하려는 시각들도 내키지 않기 때문이리라!
국제유가와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기름값 상승과 생필품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사회불안심리로까지 작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 노릇을 어찌하나!' 장탄식과 함께 시름만 깊어간다. ‘잘 되면 내 탓이고, 못 되면 조상 탓이라고!’ 기름값 오른 것도 누구(?)탓이고, 애들 과자값 몇 백원 오른 것도 누구(?)탓이라는 웃기지도 않는 괴담(?)들은 이제 유행어가 되고 있다. 사실, 제대로 된 것이 한구석도 없는 요즘과 같은 상황이라면 누군가는 포장마차의 소주 안주처럼 닭발이 되고 꼼 장어가 되어 놀림감이 되어야 한다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냉철하게 따져 보고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소재와 신상필벌은 분명히 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것인 작금의 상황이다.
4월 언제던가?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미국 산 쇠고기수입 개방과 관련한 대통령의 발언내용을 접하며 마이크를 든 기자의 입모양을 다시 봤었다.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야만 했다. 아니, 좀더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지금 청계광장과 광화문 네거리, 서울시청 앞 심지어는 군 단위의 조그만 소공원의 주차장에까지 밤이면 어김없이 촛불을 추켜든 뿔난 초중고생들의 모습을 예측했었다.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 자리던가! 쇠고기 시장개방과 관련해 “미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들어올 수 있는 건 다 개방하는 게 맞다” “그 다음은 소비자 몫” 이고, 축산농가에 대해서도 “정부는 보상 차원에서 끝나지 않고,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축산업이 경쟁력을 키워 세계 어느 나라의 값싼 쇠고기가 들어와도 값비싼, 질 좋은 쇠고기로 경쟁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줘야 할 책임이 있다”라는 내용의 기사였다. "7%경제 성장론! 대체 고것이 뭣인데, 제 나라 제 국민들 죄다 길거리로 내 몰면서 저리도 안달 이다냐!" 라며 비아냥조로 내뱉는 촌로들의 말뜻을 꺾어진 아흔이라는 필자의 나이로도 알것 같으니!
4박 5일간 교육 일정 중 나흘째 되던 날 현장교육을 임하면서 마흔 몇 명의 교육생이 동승한 버스 안에서 자신을 소개할 기회가 주어졌다. "요즘 힘드시죠! 구조조정에 연금개악에 또 우리는 농업관련 조직에 몸담고 있기에 쇠고기 수입 국민여론에 대한 책임감마저 가중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우리처럼 우리와 똑같은 길을 가는 동료가 양심선언을 했고, 또 그 동료의 주장이 맞기에 (장관의) 수입쇠고기에 대한 기준 고시를 해서는 안 된다는 사람이 생겨나고.....어렵기만 합니다. 사실, 어제 밤 저는 광화문에 다녀왔어요. 그 사람들을 지켜줘야 하기에....’
언제 쫓겨나게 될지!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영혼 없는 공무원’이었다는 낙인(?)이라도 찍힐까봐 그랬을까? 희생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 횃불처럼 피어오르는 민심을 향해 무엇인가를 알려야 한다는 소명의식과 책임감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을 이해하고 연대감을 보이기 위해 고민을 해보지만 어렵다. 농업문제 그리 만만한 게 아니건만, 매사를 경제논리로만 이해하고, 경쟁체제로 내 모는 현실 앞에 성난 파도처럼 들끓는 뿔난 머슴들의 모습을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