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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 #142

강재진 |2008.06.12 16:45
조회 198 |추천 5


 

 

- 아, 진짜 피곤한 날이었어.

 

남자는 카페에 들어서자 마자 그 말을 하며 소파에 풀썩 소리를 내며 주저앉습니다.

그러더니 금방 또 몸을 바짝 일으켜 변명하듯 귀엽게.

 

- 그렇다고 너 만나러 오기 싫었단 말은 아니구.

 

그리곤 다시 푹 퍼져 앉으며 응석을 부리듯 소파 쿠션을 가슴에 끌어안고는,

 

- 허, 근데 나 진짜 오늘 되게 힘들었어.

아, 그리고 나 늦어서 미안. 많이 기다렸지. 사랑해.

 

원맨쇼를 하듯 혼자서 이말저말을 정신없이 챙기는 남자.

그걸 보며 여자가 웃습니다.

 

- 알았어. 알았어. 누가 뭐라 그래? 나두 사랑해.

 

이 짧고도 산만한 대화 속에는 두 사람 다툼의 역사가 고스란히 들어있습니다.

언젠가 남자가 오늘처럼.

 

- 하, 오늘 참 피곤한다.

 

하고 말했을 때 여자는 서운해했죠.

 

- 그래서 나 만나러 오기 귀찮았어?

 

언젠가 남자가 오늘처럼 30분 정도 늦었을 때 여자는 또 서운해 했었고,

늦어놓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또 서운해 했었고,

미안하는 말 끝에 사랑한다는 말이 없었다고 또 서운해 했었고.

 

- 꼭 말해야 알아?

 

- 그럼 어떻게 알아?

 

소재만 달라질 뿐, 언제나 같은 주제로 싸우던 두 사람.

큰 줄기를 해결하고 나니 이렇게 싸울 일이 없습니다.

남자가 30분이나 늦어도, 오자마자 피곤하다는 소리부터 늘어놓아도,

미안하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을 조금 늦게 하더라도,

늘어져 있는 남자를 위해 여자가 메뉴판을 들어보입니다.

 

- 레몬차 마실거지?

 

그러자, 남자가 반항을 합니다.

 

- 아니, 나 커피 마실래.

 

여자가 무시하죠.

 

- 까분다. 피곤한데 잠 못자면 어떡할려구. 레몬차 마셔.

 

남자가 웃죠.

 

- 알았어. 이거 니가 생각해서 그러는거니까 말들어야 되는거지?

 

레몬차를 기다리는 사이 피곤한 남자에게 여자가 어제 읽은 책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줍니다.

 

- 뭐랬더라.. ?음.. 사람이 아름다운 정원에만 앉아 있으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수도 있다는 뭐.. 그런 말이었는데..

 

아름다운 정원에만 앉아있으려고 하면,

갑자기 나타난 벌레 한마리에도 평화는 깨어지는 거라고,

우리는 그동안 문제를 미루지도 않았다고 다툼을 피하지도 않아서 배추벌레와 같이 사는 배추처럼

이렇게 울툴불퉁 튼튼한 결실을 맺고 있다고,

 

 

 

사랑을 말하다

 

 

 

추천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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