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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뿌리 - 로맹 가리

한진일 |2008.06.14 01:12
조회 55 |추천 0

 

점점 개판이 되가는 나라걱정에 책 한권 읽는데 2주가 걸렸다. 600페이지라는 방대한 분량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로써 한국어로 번역된 로맹 가리 소설은 다 읽은 셈이다. 제발 20여 권 되는 로맹 가리 책들이 주기적으로 번역 좀 되었으면 좋겠건만.. 몇 년 째 소식이 없으니 안타깝다. 로맹 가리에게 처음으로 콩쿠르 상을 안겨준 이 책에서도 그의 특유의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는 변함이 없다. 그는 항상 인간을 타락시키는 절망에 맞서서 인간의 존엄성을 구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해방 후 강제 수용소에서 나와 코끼리를 구하러 아프리카로 온 모렐, 역시 전쟁동안 여자로서의 존엄을 짓밟히고 어쩔 수 없이 아프리카로 와서 모렐과 합류한 미나, 한국전쟁에서 중공군의 포로가 되어서 미국의 세균전 폭로로 나라에서 쫓겨난 포사이드 대령 등등..인간으로써 바닥을 경험하고 더이상 포기할 것 없는 그들이 아프리카에의 코끼리 보호를 위해 목숨을 건다.

코끼리.. 그것은 아프리카 원주민에게는 굶주림을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고깃덩어리를 의미하고, 유럽의 백인들에게는 값비싸게 팔 수 있는 상아로 자본주의의 착취를 의미하며, 모렐과 그의 동료들에게는 인간이 지켜야할 자연의 소중한 가치를 의미한다.

로맹가리는 이 소설을 통해 여러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서 내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코끼리로 대표되는 아프리카의 전통과 자연보호에 대한 가치와 아프리카인을 진보시키기 위해 서구인이 주장하는 기술산업의 발전의 가치가 충돌할때.. 그리고 그들의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코끼리를 학살하는 아프리카인의 가치와 자연보호를 위해서 코끼리 사냥을 금지하려 하는 가치가 충돌할 때..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이러한 가치의 충돌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 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자연보호를 향한 모렐의 끝없는 투쟁에 대해 사람들이 계속해서 그 속에 감춰진 목표를 물어볼 때, 모렐은 끊임없이 말한다. 그는 오직 아프리카의 코끼리를 보호하고 싶다고. 물질과 자본에 의해 점점 타락해가는 이 세기의 인간으로써의 마지막 존엄성을 지켜내야 한다고. 

이 책이 출판된지 50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코끼리 집단 학살과 같은 자연 파괴와 그것을 막으려는 사람들 간의 충돌은 끊이지 않는다. 어쩌면 이러한 충돌은 영원히 계속될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곧 이 사회의 진보와 보수의 대결양상이다. 그 대결은 끝이 없지만 우리는 승리로 끝나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승리를 위한 그 과정이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실현해 주는 것이다. 이것이 이 끝없는 대결을 지속해 나가는 원동력이다.

오직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그 근본적인 가치들에 대해서, 절망적인 현실에서도 결코 포기해서는 안되는 오직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켜내야 할 인간의 존엄이라는 가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고 정리해 볼 수 있게 한다. 좋은 책!

 

"절망해선 안 되지. 오히려 미쳐야 돼. 폐도 없이 땅 위에서 살아보려고 물 밖으로 배를 내놓고, 어떡해서라도 숨을 쉬어보려고 애썼던 최초의 파충류도 미쳤던 거지. 어쨌건 그래서 인간의 생겨나게 되었지. 항상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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