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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빨래]를 보고....

김대중 |2008.06.17 02:33
조회 134 |추천 0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참으로 많은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흔히들 사람이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들인 희로애락(喜怒哀樂), 즉 기쁨과 노여움, 그리고 슬픔과 즐거움, 크게 이 네 가지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는데, 이런 감정들은 아마도 사랑, 질투, 이기심, 미움, 배려, 희망, 절망 등등...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는 온갖 사건과 일들로 인해 비롯된 감정일 것입니다.


그런데 떠올려 보면, 우리가 기뻐하고 즐거워했던 일들이 과연 많았을까요?


저는 기뻐하고 즐거워했던 때보다는, 슬퍼하고 노여워했던 때가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살아가는, 행복한 인생을 추구하며 살아가지만, 그 살이(生)는 너무나도 지난(至難)하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때로는 그렇게 슬퍼하고 노여워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세상인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물질(돈)’ 이라는 것은 그만큼 우리들의 삶에 있어 족쇄와 같은 것이어서, 아무리 물질적인 풍요로움보다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싶어 한다 하더라도, 이상과 현실의 충돌은 어김없이 일어나기 마련이며, 돈 때문에 웃고 울고 화내고 즐거워하는 일들이 벌어지게 되곤 하는 것입니다.


이 뮤지컬 [빨래]는 서울 어느 변두리의 소시민들의 삶을 통해, 이러한 살이(生)의 지난함을 보여주며, 과연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행복을 얻을 수 있는지 조용한 질문을 던지는 뮤지컬입니다.


서울의 어느 변두리 산동네에 - 산동네라는 표현은 나오지 않았지만, 제 눈에는 꼭 산동네처럼 보여서 그냥 제 마음대로 이렇게 적었습니다...^^ - 이 이사를 오게 됩니다.


고향인 강릉을 떠나 서울에 온지 어느새 5년, 애인도 2명 사귀어 보았고, 직장도 여러번 옮겨 보았으나, 그녀가 서울로 올 때 가졌던 꿈들은 어느새 서서히 사그라지고, 삶의 어려움은 그녀의 어깨를 여전히 짓누르고 있습니다.


그녀의 옆집에는 몽골에서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 가 살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을 공부하던 그는, 자신과 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 머나먼 한국까지 와서 불법체류자라는 욕을 먹어가며 묵묵히 자신의 꿈을 위해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입니다.


집주인 할머니 역시 장애가 있는 딸을 수발하며 매일매일 힘겹게 살아가고 있으며, 옆집 사는 희정엄마 또한 이혼 후 동대문에서 옷장사를 하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여인입니다.


이런 가난한 소시민들이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면서 때로는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때로는 노여워하고 슬퍼하는 모습들을 이 작품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직장 상사의 한마디에 분노하고 좌절하며 슬퍼하는 가난한 소시민의 삶과, 불법체류자라는 낙인 때문에 부당한 대우에 항의 한마디조차 못하며 때리면 맞아주고, 욕하면 듣고 있을 수밖에 없는, 힘없는 이주 노동자의 삶....


그리고 자신이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면 아무도 수발을 들어줄 사람이 없는 장애인 딸 때문에 노심초사하며 애를 태우는 할머니의 모습과 언제나 세상과 맞서 싸우듯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희정엄마의 모습은 그리 낯설지 않은, 우리들 자신의 모습인 것입니다.


만약 혼자서 그 살이(生)의 무게를 견뎌내야 한다면 어떻게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직장 상사에게 부당해고를 간신히 면하고 괴로워하던 에게는 그녀를 위로해주던 주인 할머니와 희정엄마, 그리고 그녀를 사랑해주는 가 있기에 그녀는 견딜 수가 있었고, 3개월째 밀린 임금과 을 보호해 주려다가 주인집 아저씨와 다투게 되어 방을 빼야할 위기에 처했던 에게는 의 사랑과 의 집주인 할머니의 도움이 있었기에 그는 각박하고 메마른 서울에서의 생활을 계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주인집 할머니에게는 희정엄마의 위로가, 희정엄마에게는 주인집 할머니의 위로가 큰 힘이 되었을 것이며 지난하기 이를 데 없는 삶의 무게가 그 위로 덕분에 조금이나마 가벼워졌을 것입니다.


이렇게 이 뮤지컬은 우리들에게 세상살이의 힘듦을 보여주면서도, 우리가 어떻게 그것을 극복해 나가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배려와 위로, 서로에 대한 관심과 소통, 그리고 사랑이 우리네 삶의 무게를 덜어주며, 가볍게 만들어 준다고 말입니다.


배우들은 각기 배역에 맞는 진지한 연기로 극의 리얼리티를 한껏 살려 주었으며, 극이 한껏 어두워질 것 같은 때에 적절히 보여준 코믹 연기는 극을 맛깔스럽게 만들어 주었고, 아름다운 선율의 뮤지컬 넘버 또한 훌륭하였습니다.


모처럼 가슴이 따뜻해지게 만들어준, 시인의 “사람만이 희망이다” 라는 구절이 절로 떠오르게 만든 좋은 뮤지컬... [빨래] 였습니다.




사족(蛇足)....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작품 [빨래]의 뮤지컬 넘버중 [참 예뻐요]라는 곡을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멜로디와 가사가 참 아름답고, 가슴에 와 닿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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