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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사랑에게56 -마로니에 공원에 간 여자-

송승식 |2008.06.17 11:03
조회 98 |추천 1




- 마로니에 공원에 간 여자 -

 

 

나만 빼고 다 그대로네요.

다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서 있습니다.

벤치가 있던 자리엔 벤치가 놓여있고,

음료수 자판기가 있던 자리에도 여전히 음료수 자판기가 놓여있어요.

저 자판기..동전만 넣으면 꿀꺽 먹어 버려서

그럴 때마다 우리 남편이 주먹으로 꿀밤 주곤 했었는데...

지금도 그렇게 말썽부리는지 모르겠네요.

그 땐 남편이 저 자판기한테 화를 내는 모습도 참 귀여워보였어요.

사랑하면 눈에 뭐가 씐다는 말이 맞긴 맞나 봐요.

 

오랜만에 연애 시절 생각도 나고...

그래서 대학로에 있는 마로니에 공원에 혼자 왔습니다.

우리도 저기 보이는 저 사람들처럼 여기에서 데이트 많이 했었거든요.

비둘기 먹이도 주고,

어렸을 때 얘기하면서 모자 모양 뽑기도 뽑아보고 그러면서요.

그 땐 결혼해도 그렇게 연애하듯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휴가 내고 영화제도 보러 다니고,

밤새 동대문 쇼핑몰을 돌며 쇼핑도 하고...

근데 결혼은 연애랑 많이 다르더라구요.

 

결혼하니까 연애할 때보다 얼굴 볼 시간이 더 없어요.

우리 남편은 애인에서 남편이 되자마자

갑자기 회사일도 바빠지고 야근도 잦아지고..그러더라구요.

어쩌면 연애할 때도 지금처럼 시간이 없었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땐 시간을 쪼개서라도

날 만나서 같이 밥 먹고, 영화 보고, 얘기 하고..싶었던 거고,

지금은 서로 굳이 시간을 내서 데이트 하지 않아도

매일 매일 볼 수 있으니까..그러니까..이젠 애쓰지 않는 거겠죠.

 

더 이상 남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도,

사실은 조금..섭섭하고..아쉽고..그래요.

사무실에 여자 신입 사원이 한 명 들어왔는데,

남자 사원들이 다 그녀랑 데이트 한 번 해 보겠다고,

온갖 친절과 물량공세를 퍼 붓고 있어요.

오늘은 그 신입이 높은 금색 샌들을 신고 왔는데,

사무실 노처녀 군단이 모여서..그녀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요리하고 있더라구요.

왜 샘이 안 나겠어요?

결혼한 나도 이렇게 샘이 나는데...

 

아무튼 결혼과 동시에 난 더 이상 여자가 아닌,

유부녀라는 새로운 종족으로 재탄생된 기분이에요.

내 인생에 더 이상 샘솟는 연애감정 같은 건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살짝쿵~ 우울합니다.

요즘은 내 심장이 점점 녹슨 칼날처럼 무뎌져 가고 있는 것만 같아서, 겁나요.

이러다 진짜 완전 아줌마가 되는 건 아닌가 싶고..

연애하던 그 때가 그리워요.

서로 밀고 당기기를 하며 애 타던 그 짜릿한 감정이 그립습니다.

나도 금색 샌들 하나 사 볼까요,

그럼, 기분 전환이 좀 될까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뒤돌아보지 말라고,

당신은 꼭꼭 숨어있는 인생의 반쪽을 찾아낸 위대한 일을 한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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