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와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네. 내 가장 친한 친구여.
인간의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그토록 사랑해서 절대 떨어질 수 없을 것 같던 자네를 떠나왔는데 이리도 기쁘다니 말일세. 나의 이런 마음을 용서하리라 믿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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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나는 이곳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어.
고독은 내게 이 천국과 같은 곳에서 귀중한 향기처럼 느껴지고 이 청춘의 계절은 자주 깜짝깜짝 놀라는 내 마음을 따스함으로 가득 채워주고 있지. 나무마다, 울타리마다 만발한 꽃들이 마치 묶어놓은 꽃다발 같네. 나는 향기의 바다를 떠다니며 온갖 먹이를 찾아내는 풍뎅이가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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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러 사람들과 알고 지내지만
말동무가 될 만한 사람은 아직 찾지 못했네.
내게 사람들의 마음을 끌 만한 어떤 매력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고 따른다네. 그런데 우리가 인생에서 함께 가는 것은 극히 짧은 구간이라는 것이 가슴 아픈 일이지. 이곳 사람들이 어떠냐고 내게 묻는다면 나는 "어디에나 있는 사람들이야"라고 말하겠네. 인간이란 종족은 다 같은 형태 아닌가. 대부분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약간의 자유 시간이라도 주어지면 불안해서 그 시간에서 벗어나려고 온갖 수단을 찾아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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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정말 착하다네.
나는 때때로 나 자신을 잊고 이들과 함께 여러 가지 즐거움을 누린다네. 잘 차린 식탁에 둘러앉아 마음 툭 터놓고 솔직하게 농담을 주고받고, 시기가 적절하다 싶으면 마차를 타고 소풍을 나가거나 무도회를 주선하기도 한다네. 이런 일들은 나에게 아주 좋은 영향을 주지. 다만 나 자신 속에는 아직 사용되지 않은 채 썩어가고 있는, 조심스럽게 감추어야만 하는 힘들이 남아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가슴을 옭죄고 있네. 아, 하지만 오해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같은 사람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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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나는 V라는 한 젊은이를 만났네.
표정이 밝고 호탕한 청년이었어. 그는 대학을 갓 졸업했는데, 스스로 현명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많이 알고 있다고 믿고 있었지. 여러모로 보아 내가 느끼기에도 그는 꽤 열심히 공부했고,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는 것이 많더군. 그는 내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고 그리스 말을 할 줄 안다는 사실을 듣고 찾아와서는 바퇴에서 우드에 이르기까지, 드 필레에서 빙켈만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지식을 한 껏 풀어놓았네. 그리고 자신이 줄처 이론의 제1부를 통독했고, 고대 그리스 로마 연구에 관한 하이네의 원고도 하나 소장하고 있다며 큰소리치더군.
나는 그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네.
그리고 또 훌륭한 한 사람을 알게 되었는데, 그는 영주의 법무관으로 솔직하고 진실한 마음의 소유자라네. 사람들 말로는, 그는 아홉 명의 자식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 큰 낙이라더군. 특히 큰딸 칭찬이 대단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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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몇몇 특이한 사람들을 만났네. 그들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친분을 과시하는 태도는 정말 참기 힘들다네. 잘 있게, 친구. 이 편지를 자네도 좋아할 거야. 그야말로 솔직하게 썼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