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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모메 식당~타자의 슬픔에 응답하는 공동체 탄생의 일상

김준열 |2008.06.18 08:58
조회 48 |추천 0

카모메 식당

-타자의 고통을 보다. 그리고 품에 안다. 함께 살다.

이질적이고 전혀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서로의 상처를 바라보면서도 그것을 유쾌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먹는 것을 매개로 사람들은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 간다. ‘갈매기 식당’.


[영화의 소재-인상 깊은 것들]

갓챠맨 주제가

톤(돼지) 미(몸통) 힐(매일) 트넨(기도)->돼지 몸둥이가 날마다 기도한다. : 이 부분은 꼭 영화를 보아야 이해할 수 있음.


‘갈매기 식당’. 배경은 필란드다.

인물1. 주인공 사치에씨는 필란드에서 일본 식당을 한다. 주메뉴에는 주먹밥이 있다. 영화 초반부에 사치에씨는 가정사를 얘기한다.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 나나오에게 밥을 많이 준 바람에 통통해져서 죽었다는 얘기와 그 후 1년 뒤 어머니가 트럭에 치여 돌아가셨다는 얘기. 어머니가 죽었을 때보다 나나오가 죽었을 때 더 많이 울었다는 그. 그의 아버지는 무술인이었다. 이 이야기들이 그녀를 알 수 있는 단초의 전부다. 영화의 후반부에 아버지는 주먹밥을 일년에 두 번(운동회와 소풍), 딱 두 번만 만들어 주었단다. 영화는 묘하게 먹는 것을 매개로 소통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갈매기 식당이니 만큼~


일본에서만 일본식당을 하란 법은 없다. 그래서 사치에는 필란드로 왔다. 일본과 필란드의 공통점은 연어. 이태리하면 피자나 파스타, 독일은 소세지, 인도는 카레, 태국은 똠양꿍, 미국은 햄버거, 한국은 불고기와 매운 김치, 필란드는 연어, 일본은 전형적인 아침식사가 구운 연어란다.


사치에는 이런 식당을 꿈꾼다. 조그만 식당, 격식을 차릴 필요가 없는, 지나던 사람들이 부담없이 들러 식사할 수 있는 곳. 그런 그녀 곁에 사람들이 한둘 붙기 시작한다. 인물2. 토미 힐트넨. 그는 갈매기 식당의 첫손님이다. 평생 커피를 무료로 마실 수 있는 행운의 주인공. 날마다 갈매기 식당을 찾는 그는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일본문화를 동경하는 청년이다. 영화상으로 볼 때, 그는 친구가 없는 것 같다. 인물3. 무작정 떠나고 싶어 눈을 감고 찍은 곳이 필란드라며 갓챠맨 주제가를 불러준 인연으로 사치에의 가게에서 일하게 된 미도리.


“누굴가, 누굴까, 누굴까

하늘엔 그림자가 춤추고

위대한 하얀 날개의 갓챠맨

영원한 불새의 힘으로

힘차게 날아오라라

날아라, 날아라 갓챠맨

나가자 나가자 갓챠맨

하나뿐인 지구를 위하여

오, 갓챠맨, 갓챠맨“


그녀는 밥을 먹거나 감성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울곤 한다. 그녀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알려주지 않고 많은 것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사치에는 갓챠맨 주제가를 부르는 사람이 나쁠 리가 없다는 말로 미도리를 간접적으로 설명해 줄 뿐이다. 인물4. 여행 중에 공항에서 짐을 잃어버린 중년의 마사꼬. 그녀의 부모는 모두 병을 앓았다. 병수발은 그녀의 몫이었던 듯 싶다. 20여년 전에 부모를 여위고 지금은 필란드에 여행을 왔다. 그녀는 뭔가를 자주 까먹는다. 나중에 찾은 짐가방에는 예전에 필란드 숲에서 땄던 버섯과 똑같은 버섯이 가득 있었다. 역시나 그녀는 어떤 인물인지 영화는 알려주지 않는다.


사치에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은 함께 갈매기 식당을 꾸려간다. 미도리가 그린 갈매기 그림이 걸리게 되고, 마사꼬는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고 갈매기 식당에 남는다. 전혀 낯선 이방땅 필란드에서 사치에는 내국인이든 일본이든 상관없이 그들과 우정을 만들어 간다. 토미 힐트넨은 갈매기 식당에서 비로소 친구를 사귀게 되는 것 같아 보인다. 이렇듯 갈매기 식당은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전염성이 있는 공간으로 화한다. 함께 하는 사람들의 상처어린 과거는 따뜻하게 품어진다. 그네들의 과거는 현재를 살아가는 갈매기 식당에 전혀 중요하지 않다.


미도리는 필란드의 이미지는 ‘수줍기도 하지만 항상 친절하고 언제나 여유롭게만’ 보였다고 말한다. 세상 어디가도 슬픈 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외로운 사람은 늘 있다. 필란드라고 예외는 아닌거다. 갈매기 식당은 상처입은 사람들이 오는 곳이다. 그렇게 마을의 일상은 평범한 듯 보이지만 전혀 낯설고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갈매기 식당으로 집중된다.


식당은 여러 사건이 발생하는 공간이다. 집을 떠난 남편 때문에 외로웠던 한 여인이 삶을 회복해 가기도 한다. 예전 주인이 그 식당에서 사용했던 원두커피 믹서기를 훔치다가 사치에의 합기도로 제압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예전 주인인 남자는 사업이 실패한 후, 가족과 헤어진 채 불행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남자가 사랑했던 믹서기,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원두커피를 갈았던 기계였던 듯. 상처 있는 또 한 사람이 사치에가 만든 주먹밥을 먹으며 회복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내일 세상이 끝난다면? 미도리는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단다. 사치에 역시 그렇단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초대해서 성대한 파티를 열고 싶다고. 미도리는 그 파티에 초대해 달라고 신신당부한다.


음식은 , 먹는다는 건? 생존만을 위한 것이라면 먹는 것은 보잘 것 없이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음식에 담긴 의미와 사건. 그것이 만들어가는 삶의 풍요로움. 음식은 이렇듯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삶의 중요한 자리를 채워주는 의미인 셈이다. 하루가 마지막인 것처럼 산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식사의 자리에 초청하고 싶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식사하는 자리에 초청해 주면 좋겠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 세상이 멸망한다해도 함께 밥을 먹었던 관계의 의미는 영원히 남을 테니 말이다.

 


덧니. <갈매기 식당>은 일상의 평범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사람들의 과거나 내면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다만 나누어지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갈매기 식당은 상처가 드러나고 나누어진다. 일상에 숨겨진 듯한 평범한 만남이 실은 인생의 전부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 싶다.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갈매기 식당> 사람들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유목민.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이 만나 다소 생소하고 이질적인 공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나를 흐뭇하게 한다. 과거의 미련없이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하나님나라를 사는 것 아닐까. 제주평화기행을 가면서 단식을 했다. 절묘하게 생채식에 돌입하기 전 단식과정이 기행 일정과 겹친 것. 푸짐한 밥상에서 교제를 위해 고군분투하며 앉아 있었던 상황이 떠오른다. 먹는 것 사이로 오고가는 이야기들이 관계를 채우고 있었고 먹는 자리에서 있던 나에게도 삶의 의미는 채워졌다.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많이 묻게 된다. 어떤 것을 먹을 것인가라는 질문도 있겠지만 어떻게 먹을 것인가라는 삶의 구성에 대해서는 잘 질문하지 않았다. 어떻게 준비해서 어떤 형식으로 누구와 어떤 장소에서 먹을 건지 말이다. 일상에서 되풀이되는 식사를 상상력으로 충만하게 기획하는 일! 평범한 일상을 축제로 뒤바꾸는 일이지 않을까. 정성드려 생채식을 하듯 그렇게 사람을 만나고 같이 밥상을 차리는 꿈. 참 좋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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