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바위님과 같은 처지에 있어요.
제 남자친구도 직업군인이거든요.
부모님이 반대하시는 이유... 많을 겁니다...
일단 군인이 되면 발령 나는 대로 계속 옮겨 다녀야 하죠.
처음 달랑 둘만 시작할 땐 어떨지 몰라도...
아이가 태어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학교도 그때그때 전학하자니 이거 애고, 부모고 서로 못할 짓이 됩니다.
그리고... 결혼하면 보통은 부대 근처에 살게 되겠죠.
오지면 관사를 지급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렇게 되면... 바위님이 살기 피곤해 집니다.
일단 부대의 위치가 대부분 시내 쪽이 아니라 어디 먼 외곽이니
생활의 불편함이 생기겠지요.
뭐 하나 사려고 해도 쉽지 않고, 아파서 병원을 가려고 해도 힘들고...
그리고 남편 분의 계급도 문제가 됩니다.
제 남자친구가 언젠가 밤늦게 전화를 한 일이 있어요.
목소리를 들어보니 술을 거나하게 마신 것 같더군요.
처음에 뜬금없이... 저랑 결혼하면 절대로 관사에서는 안살겠다더군요.
얘길 들어보니까 그날 새로 온 장교가 하나 있는데 환영해 준다고
자기네 직별장 관사에서 저녁을 대접했다나 봐요.
가보니까... 계급이 좀 높다 싶은 선임들의 형수님들은
자기 남편 옆에 앉아서 남편 비위만 맞추고 있고,
계급이 좀 낮다 싶은 선임들의 형수님들은
부엌에서 끊임없이 음식해야 하고, 설겆이 해야하고, 심부름을 하고 있더랍니다.
그뿐이 아니죠.
남자친구에게 얘길 듣다보면 기막힌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더군요.
제 남자친구가 부대사정 때문에 휴가가 6개월 뒤로 미뤄진 일이 있는데...
그 때 남자친구보고 힘들지 않냐고 하면서 여자를 사서 여관방에 넣어버리고 가더랍니다.
그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나름대로 남자친구를 배려한 일이라고들 생각한다더군요.
남자친구는 절 생각해서 그냥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 그대로 믿고 있긴 한데, 막상 의심하자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발렌타인 데이때...
기가 막혀서... 나름대로 남자친구를 챙긴다고 초콜렛 한 상자를 포장해서 보냈습니다.
그때쯤에는 우편물이 밀리게 되는 때인 데다가, 군사우편은 원래 좀 늦잖아요.
그래서 17일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런데... 남자친구가 맞았답니다.
초콜렛도 못 받았다면서요...
-_- 어이가 없습니다... 때린 이유가 고작 그거라니...
여자하나 못 다루는 능력없는 놈이라면서 때리더랍니다...
좀 이유 같은 이유로 맞으면 이러지도 않습니다.
보면 또 술은 얼마나 자주 마시는지...
먹어도 꼭 짝으로 아작을 내면서들 마시더군요.
밖에서 사먹고 오는 건 그렇다고 쳐도...
집으로 쳐들어와서 먹고 난리 피우는게 장난이 아니랍니다.
남자친구는 막내라서 뒷수습을 다해야 하기 때문에 그래도 멀쩡한 정신을 유지한다나요.
그리고... 군대는 특수한 조직사회라 개인의 발전이라던가 승급에 한계가 많다더군요.
뭐, 부사관이냐 고급장교냐라던가, 개인의 능력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도 많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조직자체의 한계가 있대요.
피라미드 형 조직의 대표잖아요.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
위험하잖아요...
저번에 서해교전 난거 보셨습니까?
거기서 정말 젊은 장교들 다 죽어 나가더군요...
육군이요? 육군이라고 뭐 다르겠습니까? 제일 먼저 전방에서 총알받이가 될지도 모르는데...
듣자하니... 거의 전방에서는 3분 정도 북한을 저지하는게 최종 목표라고 하더군요.
3시간이 아니라... 3분이랍니다...
공군이요? 전쟁나면 공군은 비행기 타고 도망간답니까?
제일 먼저 상황 파악하려고 정찰기 부터 띄울 텐데요.
결혼도 안해봤으면서 어떻게 이런 걸 알고 있냐면...
저희 작은 이모님 댁이 논산에 있습니다.
논산... 거기에 뭐 있는지 아시죠...?
저희 이모는 장교 식당에서 일하십니다.
저희 이모부 친구분들은 태반이 군인이예요.
그런 곳에 계시다보니... 군인들에 대한 좋은 얘기, 나쁜 얘기 다 듣게 되죠.
솔직히 말하면... 나쁜 얘기가 더 많습니다.
원래 사람들 심리가 나쁜 걸 더 얘기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리잖아요.
이러다 보니 저희 집에는 절대 군인은 안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습니다.
전 일단 제 남자친구와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습니다.
저희 엄마가 아시면... 어떻게 나오실지 걱정이 되긴 하죠.
더군다나... 반대하셔도 뻔히 왜 그러시는지 아는데 원망할 생각없습니다.
사전에 저는 사방에 저희 엄마가 반대하는 결혼은 죽어도 안한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남자친구는 제 결심이 확고하다는 걸 알고는,
어떻게든 저희 집 어른들을 설득하겠다고 마음을 돌려먹었습니다.
제가 부모님의 입장이라고 해도 저렇게 조건이 안좋은 남자라면...
절대로... 절대로 딸을 내주지 않을 겁니다.
당장 제 동생이 군인과 결혼한다고 해도,
칼들고 언니 죽이고 가라고 막아설 판인데요...
당장... 반발을 하거나, 아버님을 원망하시기 보다는...
아버님의 마음을 어떻게 누그러뜨리고, 안심시켜 드릴까를 생각해 보세요...
함께 갔는데 아버님이 쳐다보시지도 않아서 남자친구분이 마음 상할 것만
걱정하시거나 하는 건 아니시길 바랍니다.
지금 아버님은 충분히 마음이 상해계시고, 바위님에게 실망하고 계실 것입니다.
먼저 그런 아버님의 마음을 달래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왕이면 남자친구 분도 함께 해야 겠죠.
그렇게 찾다보면 방법이 보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제 남자친구랑 잘 의논해 보고 좋은 해결방법을 찾으면 알려드릴께요...
힘내시고 좋은 해결방법을 찾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