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곤. 갑자기 모든 것을 다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고 모든 근심들을 다 털어버리고 싶었다.
이해도 못하겠고 나를 기만하기만 하는 이 물질의 세계에
더 이상 머물러 있고 싶지가 않다.
다른 세계가 아직 존재하고 있다.
내 편안한 집일 수 있는 세계, 나를 다시 찾을 수 있는 세계.
거기에는 길이 있고, 방랑객이 있고,
유랑하는 악사가 있고, 엄마가 있다.
하지만 나는 결국 그런 생각을 떨치고 기운을 차렸다.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물질의 세계와 벌이는 나의 투쟁을 끝까지 밀고 나가야만 한다.
반드시 모든 오류와 미망의 저 밑바닥까지 들여다보아야만 한다.
밀란쿤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