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발발한지 오늘로 58주년이 된다.
반백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전쟁으로 다친 몸은 치유되었고, 부서진 국토는 재건되었다.
상처란 시간이 지나면 절로 아물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유독 남과 북이 나뉘어 서로 대립하는 동안 쌓이게 된 '불신, 적대감'이라는 상처는 아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물 틈이 나기 무섭게 이 상처를 건드려서 교묘하게 이용하는 작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국가를 통치하는 세력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지배를 정당화하면서 권력을 강화하고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의 권위에 도전하는 세력에게 친북 세력, 간첩 더 심하게는 빨갱이 누명을 씌우는 것을 특기로 한다. 물론 '국가안보'라는 명분을 내세우기는 하지만, 눈가림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가내란죄로 사형을 구형 받은 것, 광주민주화항쟁을 친북세력이 개입된 폭동으로 몰아간 것, 이외에도 셀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을 간첩으로 몰아가는 일이 통치 세력들에 의해 자행되었다. 경험이 개인의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한국전쟁을 경험했거나 반공 교육을 철저히 받은 세대들은 친북 세력이니, 간첩이니, 빨갱이니 하는 말에 대체로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그들로부터 나라를 보호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게 되기 마련이다. 즉 통치 세력들이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은 빨갱이로 몰아가면 얻는 효과는 보수층의 결집을 이끌어 냄으로써 자신의 지지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구성원들 사이의 통합을 이끌어내야 할 통치 세력들이 그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갈등을 조장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렇다면 지금의 통치 세력인 2MB 정부는 어떤가?
촛불집회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촛불집회 초기부터 지금까지 정부와 집권 여당에서 반복했던 말은 '선동세력, 배후세력, 친북좌파의 개입'이었다.
촛불민심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행정력의 부재, '이념'에 집착하면서 '실용'이라는 2MB 정부의 정체성을 상실한 잘못도 크지만,
더욱 큰 문제는 2MB정부도 이런 '친북 좌파, 배후선동세력' 공세를 교묘히 이용하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의 갈등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촛불집회가 50일 가까이 진행되고 있으나, 잠잠해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촛불집회에 반대하는 보수 세력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는 정부와 집권 여당의 '친북좌파' 공세가 효과를 보인 것이라 하겠다. 이것이야말로 정부와 집권 여당의 교묘한 선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결과적으로 2MB는 30%의 지지율을 회복했다. (물론 이 조사 결과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현재 '촛불 VS 보수' 갈등이 심화되면서 국민들끼리 으르렁거리는 사태에 처해있다.
국민들끼리 이렇게 편 갈라 싸우고 있는 것을 보니 참으로 안타깝다. 보수 단체의 집회를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다. 젊은 사람들이 투표권 주지 말자고 이해 못하겠다고 말하는 그런 어르신들일 것이다. 어쩌면 이해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어르신들의 경험과 젊은이들의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르신들은 반공 이데올로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경험을 하셨다는 것이다. 그분들께서 '빨갱이, 친북세력'이니 하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분들이 잘못된 신념을 가진 것이 아니라, 우리와는 다른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런 신념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촛불을 든 국민이나 촛불을 반대하는 어르신들의 마음이나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분명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문제는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아직 아물지도 않은 어르신들의 상처를 콕콕 찔러대며 국민들의 분열을 조장하는 통치 세력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작태에 상처 받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다.
얼마전 대통령은 국가정체성을 흔드는 불법 시위는 엄정 대처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는 사실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지만, 분명한 것은 국민들 모두가 화합하고 살아가는 나라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정체성을 흔들어 국민들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정부와 집권 여당의 선동에도 부디 엄정 대처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