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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느 영역까지 정부의 정책은 일방주의와 편의주의로 지속할 것인가?

김효진 |2008.06.27 00:10
조회 21 |추천 1

 

정부는 졸속적인 연구 및 장학재단 설립 법률안을 즉각 철회하라

- 연구자도 국민도 납득할 수 없으며, 오로지 행정편의주의에 입각한 저급한 법률로 인해 지식강국 실현의 미래를 잃을 수는 없다! -


언제까지 촛불을 밝혀야 하는가? 대체 어느 영역까지 정부의 정책은 일방주의와 편의주의로 지속할 것인가? 지난 6월 18일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졸속적인 「한국연구재단 설립 등에 관한 법률(이하 “연구재단 법안”)」과 「한국장학재단 설립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학재단 법안”)」제정안 입법예고를 일방적으로 감행하였다. 두 법안은 각각의 부칙에 한국연구재단이 현 한국과학재단과 한국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하고 한국장학재단이, 지난 27년간 인문사회 및 이공계분야 학술발전의 요람으로서 기능한, 현 한국학술진흥재단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과학재단의 학자금지원사업은 한국장학재단으로, 한국학술진흥재단의 학술진흥 및 연구비지원사업은 한국연구재단에서 그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다고 표현되어 있다.


날림으로 계획한 법안이면서도 교묘한 법안이다. 언뜻 보기엔 기능적으로 분화하고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법안으로 착각하기 쉽상일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행정편의와 형식적 성과주의로 점철된 졸작이다. 기관 통합의 목적은 분명 중복성을 제거하고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기본 개념이라 할 수 있으며, 특히, 한국연구재단의 설립은 세계 최고의 연구지원기관을 겨냥한 정부의 당초 계획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안 내용 어디에서도 이러한 취지를 찾기는 커녕 넘겨짚기도 어려운 내용이다. 장학재단 법안에 따르면 학자금 사업만을 전담하는 한국장학재단이, 현재 예산과 인원의 90% 이상이 연구지원에 투입되고 있으며, 지난 27년간 인문사회 및 이공계분야 학술연구진흥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온 한국학술진흥재단을 승계한다는 괴상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학술연구지원을 중추적으로 수행하던 기관을 학자금 사업을 주관하는 기관에서 승계하는 통합의 방식이 과연 중복성 제거이고 시너지 창출인지 묻고싶다. 시장중심의 경쟁력 및 효율성 제고는 이런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인가? 단언컨대, 한국학술진흥재단을 승계하는 기관이 한국연구재단이 아니라 한국장학재단이라는 것에 수긍할 수 있는 자는 연구자도 학생도 우리들도 어느 누구도 없다.



누가봐도 어이없는 발상에 대해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의 변명은 더욱 가관이다. 쇠고기 협상 관련 이슈를 잠재우기 위해 새로운 이슈라도 만들고 싶은 의도가 아니고서야 그 취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당초대로 기관신설을 추진할 경우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 제7조에 의거 공공기관 신설타당성 심사 절차 등을 거쳐야 함에 따라 연내 입법완료 하려던 그들만의 목표에 차질이 예상되어 신설이 아니라 기존 기관들을 방식이야 어찌되었든 승계하는 방향으로 부칙을 수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까다로운 절차를 회피하여 연내 입법을 통해 국정과제를 완료하기 위한 변칙이자 편법으로서, 행정편의, 탁상공론, 형식적 성과주의 등등 지겹도록 비판한 부정적 표현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목이다. 공공부문의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현 정부가 오직 중점 국정과제 기간내 완료를 위한 조급증과 조악한 행정편의주의의 발로로 기형적인 기관승계 관련 법안을 내어 놓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열어나갈 학문발전의 영역과 장학지원의 영역 모두를 단번에 헝클어 버리는 처사인 것이다.


획일화된 연구지원정책이 추진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이 국가 학문 전분야에 걸친 학문발전과 학술활동 활성화에 크게 기여해 왔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특히 인문사회 분야 연구자들에게 있어서는 유일한 연구지원기관이자, 전 분야 기초학문 연구자들의 든든한 지원자이다. 이러한 한국학술진흥재단의 노력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는 것이다. 현 상황은 이공계 분야의 연구지원을 중추적으로 담당해 온 한국과학재단과 대등한 법적 관계 속에서 시너지 창출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이공계분야의 틀 내에 인문사회분야와 기타의 학문분야가(재단과 재단의 통합보다는 학문분야로 대치하는 것이 좋겠음) 대강 흡수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결국, 한국학술진흥재단에 의지해 온 인문학과 사회과학 등 주요 분야의 학문적 특성과 지속가능성의 무시 혹은 희석될 것이 우려되며, 기초학문 지원의 고유 목적이 훼손될 염려가 크다. 비록 한국학술진흥재단이라는 이름은 사라진다 할 지라도 한국연구재단 설립의 한 축을 형성하는 주체로서 기능하여 그 고유의 기관목적과 설립취지가 달성될 수 있도록 법적인 보장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겠다는 수요자 중심의 원칙은 온데간데 없고, 청와대의 목소리에만 귀를 쫑끗 세운 공무원 중심의 졸속행정은 비단 법안만이 아니었다. 사실, 법안 마련은 일방주의의 첫 번째 공식적, 공개적 발표로서 그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그동안 교육과학기술부는 연구재단 조직설계, 연구사업 구조개편, 연구관리 제도 개선 및 규정 통합 등 여러 단계에 걸쳐 탁상공론을 일삼아 왔다. 수차례에 걸쳐 요식행위로서의 의견수렴과 공청회를 ‘개최만’ 하였으며, 연구자와 연구관리자들이 제기한 수 많은 문제에 대해 조금도 보완하지 않고 밀어붙여 온 것이다. 공청회는 그저 개최했다는 성과만 챙기면 그만인 것이다. 심지어 새로이 편성하는 연구사업 프로그램의 구성도 유기적 연계를 고려한 것이 아니라, 주무과를 기준으로 분할하고 재편하고 있으며, 각 주무과는 국정과제를 염두에 두고 서로 경쟁하듯 어설픈 개선방안 마련에 급급한 나머지 당초의 취지와 문제점 분석은 뒤로한채 동일 사안에 대해 상이한 개선안을 마련하는 웃지못할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원칙도 철학도 없는 기관통합의 계획추진은 단순히 구 교육부와 구 과기부가 통합했으니, 당연히 산하기관을 통합해야 한다는 초보적인 수준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지 사뭇 의심스럽다.


현재의 한국학술진흥재단과 미래의 한국연구재단은 청와대도 교육과학기술부도 소속직원들만의 소유물도 아닐 것이다. 바로 연구자들과 연구관리자 그리고 나아가 차세대 연구자를 아우르는 전 국민의 기관일 것이다. 또한, 국가발전의 근간이 되는 지식생산 부문의 핵심 영역인 기초학문지원정책을 그르치는 것은, 먼 훗날 어쩌면 확률의 문제로서가 아니라 광우병이 걸렸다고 알고 있는 쇠고기 조차 기초적인 지식을 알지못해 맘껏 먹기도 어려운 국가로 전락하게 만드는 불씨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 노동조합은 이러한 현 정부의 한심한 일방주의와 행정편의주의에 대해 엄중히 고발하고, 애정을 갖고 몸담아온 직장이 졸속적인 법안과 저급한 통합 계획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기형적인 기관으로 변질되는 현 상황에 분노하며, 정부와 경영진의 각성을 촉구하는 바이다. 이에, 정부와 경영진이 작금의 사태를 진심으로 고민하여, 법안을 철회하고 향후 제반 정책을 개선하지 않을 시, 동 법안을 추진한 교육과학기술부 관료들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은 물론, 경영진의 안이한 대응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는 연구자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방적인 정책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

교육과학기술부는 성과에 급급하여 졸속으로 만들어낸 법안을 즉각 철회하라 !

재단 경영진은 직원들의 희망과 삶의 터전이 황폐화되는 현 상황을 책임지고 수습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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