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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2008.06.28 08:19
조회 39 |추천 1


 

"하루는 학교를 갔다와서 엄마방에 들어갔는데

엄마가 죽은 듯이 누워있는거야.

멀리서 잠자코 쳐다보고 있었어. 우선은.

근데 엄마가 십분이 지나도 이십분이 지나도 계속 그 상태로

누워서 일어나지 않는 거야. 뒤척이지도 않고.

정말 죽은 사람처럼."

 

"그래서."

 

"가까이 가봤지. 코 앞에서 내려다봤어. 숨도 쉬지 않는 것 같았어.

그래서 생각했지. 우리 엄마 죽은걸까.

눈물이 나려는데 엄마가 눈을 번쩍 떴어.

그리곤 일어나서 방을 나가더니 점심을 차려서 다시 돌아왔지.

숟가락을 내 손에 쥐어주면서

그 일에 대해선 아무설명도 안해줬어."

 

"넌 왜 안 물어봤는데?"

 

"왠지 물어보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으응."

 

"그리고 다음주 그 요일에. 또 그 다음주 그 요일에.

또 그런식이었어. 죽은 사람처럼 꼼짝도 없이 누워서

내 시선을 받아내고 있었어. 그런데 네번째인가 다섯번째인가.

그 날은 점심을 밥 대신 국수를 먹었거든. 내 생일이었어.

오래 살아야 된다면서 엄마가 이번엔 숟가락 대신 젓가락을

쥐어줬어. 막 국수를 한 가닥 끌어올렸는데 엄마가 그랬어.

궁금하지 않냐고. 왜 그러고 있는건지. 사실 그때는 별로

궁금하지 않았지만 사소한 걸로 싸우기 싫었으니까.

어, 말해줘.

그랬지. 그러니까 엄마가 그래. 죽는 연습 하는거라고.

만약에 어느 날 갑자기. 또 어떤 이유로, 그렇게 느닷없이 엄마가

죽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나를 단련시키는 연습을 하는 거라고."

 

"그래서 넌 뭐라고 했는데."

 

"아. 그렇구나."

 

"그게 .. 다야?"

 

"엄마도 대수롭지 않게 말했으니까.

그랬는데 내가 막 여름방학 하던 날이었나봐.

그 날도 엄마는 연습을 하고 있었거든.

그 쓸데없는 연습. 방해하지 않으려고

점심 안 먹어도 돼, 오늘.

그러고 방에 들어가서 좀 놀다가 왔는데 그때까지도 엄마는

연습중이었어. 그래서 이번엔 나가서 놀다가 들어왔는데

그 때도 엄마는 그 상태 그대로였어. 다음 날 자고 일어나서

방에 들어갔을 때도 그대로인 엄마를 보고야 말았어.

이번엔 연습이 아니네."

 

여전히 수잔과 남자는 걷고 있다.

느릿느릿 말하던 수잔의 고개는 지루한 듯 떨어진다.

마치 남의 얘기를 하고 있다는 듯이.

 

"그런데 효력이 있더라고. 별로 슬프지 않았어.

난 단단해져서. 벌써."

 

"응."

 

"그러니까 우리 헤어지자."

 

우뚝 멈추어서지도 불쑥 끊겨버리지도 않는다.

그래도 흐르고 있다.

이 노곤하고 잔잔한 기류. 남자가 고갤 돌려 웃었다.

아니 우는걸까.

 

"훈련시키는거냐, 나?"

 

"응. 그러니까 늘 긴장하고 있어.

언젠가 진짜 헤어지는 날이 와도 슬프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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