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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용돈 관리능력을 키워라

이충근 |2008.07.04 00:17
조회 137 |추천 12
  P { MARGIN-BOTTOM: 5px; MARGIN-TOP: 6px } 아이에게 고기를 줄 것인가, 아니면 고기잡는 법을 가르칠 것인가. 진정 아이 의 미래를 위한다면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아이 스스로 하는 용 돈 관리, 바로 이것이 '고기잡는 법'의 가장 기초가 된다는 말씀. 옛말에 이르 길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다. 잘 들여놓은 용돈 관리 습관은 아이의 미래를 좀 더 풍족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다녀왔습니다.” 아빠가 집에 들어오면서 큰소리로 인사를 한다. 아내와 아이들이 현관에 나 와 아빠를 반긴다. 그런데 오늘은 막내 보리가 안 보인다. ‘어디 갔나?’ 그런 데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지 않은가.    “어! 보리 공주는 인사 안 해?” 조금은 장난기 있는 질책에 보리는 몸을 꼬며 엉뚱한 말을 한다. 사실은 텔레 비전 보느라 귀찮아서 인사하러 안 나온 거면서 말이다.

“아빠가 약속 안 지켜서 인사 안 하는 거야.” 그래도 아빠는 있는 그대로 받아준다.  “어! 무슨 약속?” “시험점수 평균 5점 이상 오르면 1만 원 준다고 했잖아?”

보리는 자기 혼자 일방적으로 말한 걸 가지고 약속이라고 우긴다. 이 대목에서 진지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보리야, 아빠는 공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지? 현관 신발정리하는 거 잘하 라고 했지. 그리고 여기 네 가방 좀 봐. 여기 놔두면 지나가다가 발에 채어 안 좋잖아. 제자리다 갖다 놔야지~.”

그제야 일어나 가방을 옮기는데, 자기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싱크대 옆에 둔 다. 거기가 ‘제자리’라고 우기면서.   자녀에게 공부하라는 말은 필요가 없다. 갈수록 사회에 나와서도 공부를 평 생 해야 하는데, 계속 부모가 관리해 줄 수 없다.

그러나 부모가 정말 신경써야 할 대목은 올바른 생활자세다. 신발 가지런히 놓기, 가방 제자리에 놓기, 이 닦고 자기, 책상 정리하기, 이불 개기 등. 이건 같이 사는 사람들(어릴 때는 가족)을 존중하는 기본 질서이기도 하다. 공부는 좀 못 해도 생활자세가 올바른 사람이 더 행복하게 산다. 그리고 생활자세가 올바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공부도 사실 더 잘 한다.

공부보다 더 중요한 건 올바른 생활자세

기말시험이 오늘 끝난 온달이는 컴퓨터게임을 하고 있다. 오늘은 또 몇 명이 나 죽였냐고 말을 걸어본다. 온달이는 대답을 건성으로 하고 게임에 집중한다.
“온달, 의자를 당겨 앉고 허리를 펴고 해야지~.”
이런 정도 요구라면 온달은 충분히 들어줄 수 있다. 게임을 하지 말라는 요구 만 아니면 부딪칠 일이 없다. 그러면서 하나 더 요구한다.

“온달, 책상 정돈하고 하면 더 재밌을 텐데~.”

  자녀에게 가장 필요한 것 가운데 하나 는 스스로 놀기를 몸에 익히는 것이다. 가장 믿고 따르는 엄마랑 놀면서, 그리 고 가끔 혼내기도 해서 엄마랑 노는 맛 이 다른 아빠랑도 놀면서, 나아가 할머 니·할아버지의 배려와 귀여움도 받으 면서, 아이는 자기 중심의 놀이와 생활 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 이런 관계는 친척, 이웃, 친구 등으로 확대된다. ‘나’를 해치지 않고 존중한다는 믿음을 전제로.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자녀가 어릴 때 엄마·아빠가 함께 하는 시간이 적은 요 즘 세태는 문제가 있다. 한 고객은 아이가 어릴 적에 늘 밤 늦게 집에 들어갔 는데, 하루는 출근길에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아빠, 우리집에 자주 놀러 와라.”

역시 같은 문제의식에서 부모와 떨어지거나 또는 아빠랑 떨어져서 조기유학 을 가는 것도 문제가 없지 않다.

돈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의 인격형성

대안학교에 다니는 고등학교 1학년 나리는 이번 2학기를 필리핀에서 보냈다. 석 달 동안 필리핀에서 보내는데 공식 경비는 330만 원이 들었다. 마닐라에 서 ‘거리의 아이들’을 포함한 필리핀 실상을 체험하고 다스마란 도시로 옮겨 어학연수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민다나오에서 국제평화단체들이 주관하는 평화프로그램을 체험했다.

국제화시대에 맞게 어릴 때부터 다른 나라 체험을 시켜보자는 학교 측 의도 였다. 영어연수도 상대적으로 값싸게 받고,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평화 체험도 주요 행사였다. 아이들에게는 민다나오의 자연상태도 감동이었고, 원 주민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려는 모습이 마음 속에 깊 이 와닿았다고 한다. 문화다양성이라는 말도 배우고 왔다.

나리는 공식일정이 끝나고 바기오에 있는 친구 집에 더 머물렀다. 처음 석 달 동안 용돈으로 25만 원을 줬다. 바기오에 더 머물겠다고 해서 20만 원을 더 보냈다. 나리는 평소 한국에서 쓰던 것에 비해 훨씬 많이 쓴 것에 대해 미안 해했다. 그런데 문제는 한 달 더 머물지 석 달 더 머물지를 정하지 않은 상태 에서 돈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때 이런 메일을 보냈다.  
‘나리야, 이 정도 투자는 괜찮아. 근데, 그동안 돈을 어디에 썼고 앞으로 얼마 나 어떻게 쓸 건지를 알아야 아빠가 대비하지 않겠니?’

그러면서 그동안 쓴 것을 정리해 보라고 했다. 다음날 엑셀파일과 함께 이메 일이 도착했다. ‘아빠, 나 정말 당혹스러워. 요새 느끼는 건데, 엄마 아빠는 나 한테만 너무 투자를 많이 했어. 사실 투자할 가치는 나보다 온달이가 더 많을 텐데 말이야. 아빠, 이렇게 투자했는데 투자가치 없으면 어떻게 해? 아빠의 투자솜씨를 믿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열심히 영수증 정리하고, 제법 반성하고 고마워 하는 분위기였다. 돈 액수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라는 뜻에서 이렇게 답신을 했다.

‘나리야, 이런 말이 있어. 부모에게 전화하는 것보다 편지 쓰는 게 더 효도다. 편지 쓰는 게 전화보다 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맘도 더 깊어야 하는 거기 때문이지. 돈은 어떨까? 어떻게 보면 돈 드리는 게 가장 쉬운 효도지. 부모 입장에서도 가장 감동이 적은 게 돈일 수 있지. 가장 좋은 건 전화 자주 하고 가끔 편지 쓰고, 필요한 만큼 용돈도 드리는 거지. 물론 공손한 맘이 전제되어야 하는 건 필수고.’

용돈 예산정하기와 아낄 수 있었나 점검하기

이번 기회에 나리가 용돈관리를 해야 할 필요성을 스스로 느낀 건 큰 수확이 다. 처음부터 계획했던 게 아닌지라 당연히 오차가 있다. 정리한 시점까지 쓴 돈이 41만 원인데, 행방불명(?) 된 돈이 6만 원이나 된다. 많이 썼다고 미안해 하는 나리에게 한 가지 더 주문했다.

‘나리야, 앞으로는 돈 들어갈 대목을 미리 정하고, 용돈정리를 한 다음에 아낄 수 있었던 건 뭐였는지를 점검해 봐라.’ 이번 기회에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알게 됐고, 앞으로 큰돈을 만질 때는 ‘여기다 이 정도 써야겠다는 생각을 미리 하고 절약해서 쓸게’ 하는 답신이 왔다. 이번 필리핀 체험은 나리에게 용돈관 리 요령을 깨닫게 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자녀 둘인 30대 중반 맞벌이 부부는 아이들 대학학자금까지 다 대주고, 결혼 할 때 작은 아파트라도 마련해 주고 싶다고 했다. 노후자금을 희생하거나 부 부 둘 다 앞으로 20년 이상 경제활동을 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이런 걸 수치 로 확인해 주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아이의 생활자세, 자립심, 돈 관 리능력 등은 별개 문제다. 이런 주제를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되겠지’ 식으로 가볍게 처리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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