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도 주인공이 어느정도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선 히어로물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데 제임스 맥어보이가 연기한 웨슬리 깁슨은 올해 개봉한 히어로물중 최고의 대박을 기록한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와 여러가지 면에서 정반대에 위치해 있다. 웨슬리 깁슨은 사회적으로 약자이고 가난하며 소심하여 직장동료에게 여자친구마저 뺏기지만 자신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특별한 신체적 능력을 알아본 다른 사람에 의해 초인으로 거듭난다. 반면 토니 스타크는 사회적으로 강자이자 갑부고 외향적인 플레이보이이며 평범한 신체를 가졌지만 비상한 두뇌를 이용해 그 스스로가 초인이 된다. 사용하는 무기에서도 차이가 나는데 웨슬리 깁슨은 총이라는 평범한(?) 무기를 탁월한 신체적 능력을 이용해서 비범하게 사용하는 반면 토니 스타크는 최첨단 슈트를 평범한 신체 위에 덧입어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둘의 큰 차이점은 캐릭터의 매력에 있다.
인디아나존스, 스타워즈, 터미네이터, 에일리언, 수퍼맨, 배트맨, 다이하드... 그리고 캐리비안의 해적과 속편이 제작중인 트랜스포머에 이르기까지 흥행대박은 물론 시리즈물로 제작되고 오랫동안 사랑받은 영화들의 공통점은 멋진 액션장면 못지 않게 매력적인 캐릭터를 배출했다는 것에 있다. 반면 아무리 걸출한 액션을 보여줬다고 하더라도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캐릭터가 없는 영화는 반짝했다가도 금새 잊혀지곤 한다. 아이언맨이 속편의 의식한 듯 다소 절제된(그래도 역시 대단하긴 했지만) 액션장면으로도 대박을 기록한 건 캐릭터의 힘이 컸다. 하지만 원티드의 액션은 근래 봤던 영화중에서 최고에 가까웠음에도 니맛도 내맛도 없는 주인공 캐릭터때문에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은 밋밋했다. 오히려 안젤리나 졸리가 훨씬 스타일 있고 멋있었지만 여전사를 원톱으로 내세운 액션물들의 식상함과 2% 모자란 박력을 극복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주인공의 액션이 개인적인 복수나 정당방위, 정적과의 대결, 경찰이나 군인의 임무수행 등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 이루어졌던 과거 액션영화와 달리 요즘은 개인이 큰 조직이나 국가와 맞서거나 보다 스케일이 큰 사건에 개입되는 설정이 꽤나 빈번하게 등장하는데(매트릭스, 이퀼리브리엄, 슈터, 본 시리즈, 브이 포 벤데타...) 이 영화 역시 몇몇 악인을 암살함으로써 세계의 평화에 기여하는 비밀결사집단을 소재로 했다. 어찌보면 상당히 철학적인 주제일 수도 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 스타일리쉬한 액션의 비중이 훨씬 높았다. 그러고보면 정말 잡기 힘든 두마리 토끼를 잡은 매트릭스가 지금 다시봐도 얼마나 대단한 영화였나 감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