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국민 감독이란 칭호가 어색하지 않은 이준익감독이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돌아왔다. , 를 통해 역사적 소재를 새롭게 재창조하는 타고난 이야기 솜씨로 한국 공유의 정서인 해학과 풍자, 그리고 그 안의 사람이라는 주제를 맛깔 나게 빚어내며 남녀노소를 불문한 관객의 전폭적 지지받았던 이준익 감독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군상들에게 따뜻한 눈길을 돌린 와 에서는 즐거움과 유쾌함이 살아있는 진한 페이소스로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이제 이준익 감독이 1971년 베트남 전쟁으로 그 차기작을 잡았다. 총 32만여 명의 젊은 청춘들이 목숨을 담보로 타국으로 떠났으며, 남겨진 많은 사람들이 이국만리의 남편, 아들, 아버지를 걱정하고 그리워했던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전쟁터로 뛰어든 한 여자와 위문공연단의 이야기를 그린 는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여자) 속에 진솔한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는 이준익 감독만의 탁월한 솜씨가 응축된 작품이다. 보다 리얼한 전쟁과 광활한 서사를 담아내고자 했던 이준익 감독은 자신의 작품 중 가장 큰 규모인 70억의 제작비를 투입, 한국과 태국을 오간 5개월 간의 규모 있는 프로덕션과 매 테이크마다 실혈을 기울인 흔적이 보인다.
이준익 감독은 영화 부터 개봉을 앞둔 까지 70~80년대 감성을 서로 다른 방법으로 표현해냈다. 에서는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하는 80년대 록 스타, 에서는 밴드 '활화산' 시절을 되돌리고 싶은 밴드 멤버로 예전의 감성을 끌어오는 방법을 취했다면 에서는 직접 그 시절로 뛰어들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물론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감성은 그 시절의 노래와 전쟁에 참전할 수 밖에 없는 상황과 분위기다. '님은 먼곳에', '늦기 전에',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김추자의 노래가 70년대의 시대적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세대의 단절을 깨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이준익 감독의 말처럼 영화 '님은 먼곳에'에 담겨 있는 70년대의 감성은 그 시절을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 그 시절, 전쟁에 대한 생생한 이미지를 전해준다.
지금의 20대가 기억하는 추억, 30대가 기억하는 추억 그리고 40대가 기억하는 추억이 다르다. 이준익 감독은 그 동안 만들어온 영화를 통해 그 시대를 살았던 세대가 공감하는 감성을 젊은 세대도 함께 느낄 수는 통로를 만들었다.
영화의 배경은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71년. 사랑하는 여자 대신 집안의 중매로 상길(엄태웅)에게 시집을 온 순이(수애)는 군에간 상길에게 1달에 1번은 면회를 가 대를 이으려 한다. 물론 엄한 시어머니의 강압에 의해서이다. 서울에 애인이 있는 상길이 아무리 자신을 홀대해도 당연히 인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우리네 어머니, 누님상이다. 그러던 어느날 서울 애인에게 실연당한 상길이 군에서 자신을 희롱하던 고참과의 주먹다짐 한것이 발각돼 베트남으로 보내진다.
순이는 시어머니의 등살에 못 이겨 남편을 찾아 베트남으로 떠나기를 결심한다. 하지만 시골의 아낙의 신분으로 베트남으로 가기에는 너무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던 중 군위문단 가수가 되면 베트남으로 갈 수 있다는 정만(정진영)의 말을 듣고 그의 밴드의 가수로써 베트남으로 향한다. 바로 전쟁의 한복판에 뛰어든 셈이다. 남편을 만나야만 한다는 일념하에 전쟁의 포화 속으로 뛰어든 순이는 차츰차츰 수줍은 시골 아낙의 모습을 벗고 자신의 주장을 떳떳이 펴는 강인한 여성으로 변해간다. 대한민국 육군의 위문공연단에서 베트공의 포로까지 되는 온갖 고충을 다 겪으며 결국 미군 부대의 마지막 공연까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순이의 행동과 개연성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순이가 왜 그토록 남편을 만나려고 애를 쓰는지를 공감해야 한다. 사랑에 이해타산을 따지는 요즘 현대인들에게 남편을 찾아 생과 사가 오가는 전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순이의 행동은 사실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순이는 왜 눈길을 한번 제대로 주지 않은 남편을 찾아 그 고생을 할까? 그 정답은 바로 사랑이다. 전통적인 한국여인네답게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지만 남편을 깊이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앞에서 말했던 남편이니까 무조건 사랑해야 했던 우리 어머니, 아니 할머니 세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남편을 만나기 위해 떠난 순이의 눈에 비춰진 전쟁이란 것은 어떠한 이념도 선과악의 대립의 모습도 아니다. 이점을 바로 감독이 그려내고자 한 모습이다. 전쟁이라는 것은 이념을 위해서 혹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인간의 분노를 자극한다. 내가 쏘지 않으면 적이 나를 쏠 것이라는 사실 자체가 두려움과 분노 그리고 인간의 악한 본성을 깨우게 된다. 전쟁은 그런 인간의 본성을 이용하고 자신의 이익을 챙긴 후 참전자와 희생자를 남기고 평화라는 장막속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는 이러한 이념적 차이에 비중이 없다. 아니 아예 보여지지도 않는다.
사랑해서 결혼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인생을 걸어야 할 남편을 찾아나선 순이가 바라보는 전쟁은 조마조마하고 어딘가 어긋나있다. 아군과 적군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전쟁 자체가 절대악으로 그려진다. 영화 '님은 먼곳에'는 전쟁의 당사자인 남성의 눈이 아니라 피해자인 여성의 눈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시각차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이준익 감독은 베트남 참전 군인에 대한 예의로 영화 톤을 무겁게 했다고 전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 서울극장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전작에 비해 영화 톤이 가볍지 않다는 의견에 대해 "베트남전은 남의 나라 전쟁이지만 우리나라도 참전해 우리 전쟁이기도 하다"며 "32만명이 파병돼 라이따이한이나 고엽제로 고통받는 분들이 많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감독은 이어 "그분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 영화를 가볍게 다룰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엔딩에 관해서는 "엔딩 부분에는 에필로그 두 신이 더 있었다"면서 "남녀주인공이 고국으로 돌아가 함께 사는 것과 밴드팀이 이태원으로 가 공연하는 장면이 시나리오에 있었다. 하지만 찍지 않았다"고 밝혔다.
처음으로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촬영한 이준익 감독은 요즘 배우답지 않은 단아한 이미지를 가진 수애를 통해 그 누구보다 강한 한국 여인상을 그려낸다. 수애의 연기력 부족이 아닌 영화의 캐릭터 구성상 섬세한 심리 묘사가 부족한 게 아쉽지만 우직한 정공법이 관객들을 순이란 캐릭터에 빠져 들게 만든다. 주인공인 수애가 영화를 이끄는 부분에 있어서는 기대대로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선굵은 연기 기술을 과시하기보다 마치 자신이 직접 순이가 된 것처럼 단아하면서 청초한 매력을 뿜어내며 관객들을 스크린에 몰입시킨다. 결말부 그 누구보다 강인해진 순이의 눈빛은 관객들의 가슴에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또한 미워할 수 없는 악당을 연기한 정진영을 비롯해 정경호·신현탁·주진모 등 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는 역시나 이준익 감독의 음악 영화의 세 번째 작품이었다라는 생각도 계속 들게 만든다. 초반에서 중반까지 정극의 드라마 형태로 연출력을 보이지만 순이가 밴드 생활을 하면서 노래 부르는 공연 장면에서는 흥이 날 정도로 이 감독의 전작에 계속 이어지는 음악영화의 하나로 여겨진다. 또한 이 영화도 깊은 울림을 주는 수작이다. 그러나 화려한 볼거리와 재미로 무장된 경쟁작들이 즐비한 여름 극장가에서 관객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해지지만 볼거리가 잔뜩 있는 영화들과는 분명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이준익감독의 전작처럼 소소한 웃음을 기대하기엔 주제 자체가 무겁고 모호한 엔딩을 싫어하는 관객에게는 다소 실망감도 주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런 예상을 해본다. 영화라는 것은 분명 장르의 특성상 정답처럼 있는 공식은 없지만 전쟁 휴먼 드라마의 장르를 표방하고 있는 이 영화는 그 몫을 충분히 다하고 있다. 관객으로 하여금 펑펑 울게 만들지는 않지만 그 시대에 반영된 감성과 시대적 배경에 심취할 수 있는 배우들의 연기와 이준익감독의 연출은 올 여름 한국 영화의 부흥에 조금 더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버스런 걱정이겠지만 김지운 감독의 과 이준익 감독의 는 최고의 멋진 남성 모델이 정장을 입었을 때와 캐쥬얼을 입었을 때 처럼 그 매력과 느낌이 완전 다른 영화이기에 두 영화를 굳이 비교할 필요없을 것 같다. 영화를 굳이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면 두 영화를 같이 즐겨 보는 것이 관객으로서 다양하고 색다른 즐거움을 2배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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