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어지는 일은 영화처럼 그렇게 낭만적인 일은 아니야.
눈물 한 방울 또르르 떨어지고
꽃 이파리들이 배경음악과 함께 폴폴 나부끼는 그런 낭만 아니지.
좀 치사하고 더럽고 쪼잔해지기도 하면서 불쾌하고 억울한 그런 감정들.
나 아는 선배는 같이 살던 여자친구랑 헤어지면서
두 사람이 함게 나눴던 추억들을 쪼갤 때 그때 아주 참담했대.
- 그 그릇들은 니가 가져. 난 필요없어.
- 너 필요없는 거 난 필요있겠니. 나도 필요없어.
대신에 이 책들은 내가 가질거야.
- 그건 안되거든. 그거 내 돈으로 산거잖아.
- 무슨 소리야? 기억 안나? 그날 내가 내 돈으로 장을 봤으니까 넌 이걸 산거지.
그때 우린 니 돈 내 돈이 없었잖아.
- 어쨌든, 난 그걸 좋아해. 지금 그거랑 똑같은 거 어디가 살 수도 없구.
- 나도 좋아하거든. 그리고 Barry Manilow CD도 내가 가질거야.
- 너 이기적이구나. 우리가 같이 좋아했던 그게 왜 다 니꺼야?
쌈박질. 헤어지는 순간에 더욱 망쳐지는 마음들.
그래, 너랑 헤어질 땐 그런 일이 별로 없어서 다행이었어.
누구처럼 머리끄덩이 잡히면서 물고 할퀴는 지저분한 이별이 아니었던 것도 다행이구.
현실적인 치사함도 별로 없었구.
그게 다행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그만큼 많은 걸 나누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구.
그래서 아쉽기도 하구.
이별은 분명히 짐작할 수 있는 속도로 천천히 진행되었지만
이젠 끝이구나 싶었을 때는 한순간에 온 것처럼
이별이 갑자기 들이닥친 것처럼 느껴졌었어.
뒤돌아 보면 저만치 있을 거 같은데 정말로 없는,
물러버리고 싶은데 무를 수 없는,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진 알겠는데 그땐 이미 너무 늦어버린,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럴 수 있다면 그러고 싶다.
다 써버린줄 알았던 너를 향한 내 마음.
아직도 너무 많이 남고, 너무 많이 자라서 나를 다 엎어버릴 지경이니까.
그래서 돌아오라는 말은 못하겠고.. 내가 갈께.
아직도 늦지 않았다면,
니가 허락한다면,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