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차를 타고 가다보면
최초로 주민투표에 의한 서울시 교육감선거가 있음을
알리는 현수막을 보게 됩니다.
7월 30일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있고,
부재자투표기간이 7월 11일 ~ 15일을 알리고 있습니다.
사실 저희 사무실 앞에도 그 현수막이 붙어있습니다.
교육정책에 관련된 이런저런 생각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두고자 합니다.
2.
우선 제가 좋아하는 말을 언급해 둡니다.
“시장경제는 YES, 시장사회는 NO!" 이런 말이 있습니다.
프랑스 사회당 지도자의 말입니다.
갑자기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이런 식으로 적어둡니다.
하여튼 시장경제를 반대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누가 있겠습니까? 다만 완전한 자유시장경제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우리 헌법이 보충적으로 예정한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민경국 교수는 자유시장경제질서를
헌법 세 군데쯤 명기하는 개헌을 하자는 쪽입니다.
저는 아직까지는 해석개헌론자입니다.
자유시장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고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보충으로 삼는
우리 헌법재판소의 해석정도면 괜찮다는 정도입니다.
어제는 여의도통신과 헌법 제119조 문제에 대해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인터뷰는 1시간 정도였습니다만
기사는 타블로이드판 한 면 중 반면에 걸쳐 나올 예정입니다.
그래도 제가 일관되게 헌법 제119조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왔다는 점을 기억해 준다는 것 자체가 고마웠습니다.
물론 순전히 김종인 박사의 영향력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남재희 선생께서 늘 이 문제를 말씀해 오셔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아참, 제가 어제 인터뷰에서 이런 방식의 개헌논의는 대단히 위험하다고 이야기했는데, 오늘 정세균 대표도 그렇게 이야기했고, 한나라당조차도 1년 뒤쯤부터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게 맞다고 이야기했더군요.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중앙일보가 이 문제에 대해서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하는데 왜 지금 당장 개헌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언급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권력구조만을 위한 개헌인지,
아니면 자유시장경제질서의 전면적 도입을 위한 경제질서 편의 삭제를 위한 개헌인지,
아니면 87년 체제를 극복하고 정치적 민주주의에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로, 더 나은 민주주의로, 강화된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위한 개헌인지가 좀 불분명하지 않습니까?
3.
말이 길어졌습니다. 교육감선거가 있지요?
개인적으론 현 교육감님도 두어차례 사적으로 뵌 적이 있습니다.
늘 그렇듯이 어른으로서 따뜻하게 대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교육관은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교육도 물론 ‘시장이라는 측면’은 있지요.
'교육시장'이라는 말도 쓸 때가 있고,
'사교육시장'이라는 말은 이미 보통명사가 되어 있지요?
그러면 공교육의 문제에도 시장의 원리를 도입하는 게 맞을까요? 이를테면 경제적 조건의 차이가 학력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통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요?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개천에서 더 이상 용이 날 수 없는 현실, 누구나 인정하잖아요.
과연 이것이 바른 현실일까요?
부의 세습이 교육의 세습으로 이어지고,
사회적 지위의 고착화로 이어진다면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을까요?
공교육에 대한 처절한 강화가 요구되는 이 때, 공교육에도 전면적으로 시장의 원리를 도입하는 것이 적절한가요?
시장의 힘은 결국 돈의 힘 아닌가요? 결과적으로 돈으로 지식과 입학자격도 사고 파는 시대로 이어진다면 그건 불행 아닌가요?
저도 교육에 있어서의 ‘경쟁’의 원리는 존중합니다.
건전한 경쟁과 공정한 경쟁의 힘을 믿습니다.
그렇지만 그 경쟁이 사회경제적 조건에서
차별화될 수 밖에 없는 경쟁구조라면 결코 동의하고 싶지 않습니다.
경쟁의 원리가 극단적인 시장만능주의에 포섭이 되고 나면
사회적 약자, 경제적 약자, 신체적 약자, 현교육수준이 요구하는 학습능력에 조금 뒤처지는 교육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배려 자체를 할 필요가 없는 건가요?
경쟁의 원리를 전면화시킨다면 배려할 필요가 없죠. 어떤 방식이건 공부 잘 하는 사람만 뽑아내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한국 사회 최고의 문제점 중 하나는 ‘평가제도의 부재’입니다.
공정한 평가제도가 없으니
학연/지연/혈연이라는 연고주의에 빠져듭니다.
평가제도가 없다보니 외모를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합니다.
집안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해버립니다.
대학을 기준으로 무조건 능력을 재단해 버립니다.
물론 좋은 대학이 중요하지요.
좋은 동료들과 공부할 수 있고,
좋은 학습조건을 가질 수도 있고,
좋은 경험을 가질 수도 있고,
좋은 선후배들간의 만남이 사회적 자산임은 분명합니다만
그것만이 유일하고 지나친 평가를 받는 가치기준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언제라도 다른 방식의 패자부활전이 필요하겠고,
다양한 가치에 대한 존중이 필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결국 획일적 경로만을 중시여기는 평가제도의 문제가 되겠지요.
오로지 좋은 대학을 중심에 놓은 사회적 평가방식이
우리 아이들을 병들게 합니다.
다들 똑같이 놀자는 농담을 합니다.
4.
얼마전 여수에 들러 중학교 2학년 시절 담임선생님을 뵈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 사회교과서를 보고 너무 놀랐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학습량이었습니다.
뭘 이리 잔뜩 가르킬 필요가 있는지 놀랐습니다.
건강한 신체가 우선이고,
건전한 사유체계와 독서습관이 더 중요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학 교과서의 축소판이었습니다.
모든 걸 잔뜩 밀어넣기였습니다.
암울해져서 한참을 이건 아닌것 같다고 선생님과 이야기했습니다.
교육에 대한 저의 비전과 가치는
이 정도의 문제의식에 그칠 뿐 정리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경쟁과 시장의 원리만을 강조하고,
중고교 때 학교공부를 잘 하는 사람만이
우리 사회의 엘리트라는 인식에 근거한
현 교육당국의 교육방침에는 반기를 듭니다.
5.
지난 대선 때 대학입시폐지공약이 있었습니다.
사실 뒷이야기입니다만 당내의 강력한 반대를
박영선 의원과 제가 총대를 메고
정동영 후보를 설득해 낸 적이 있습니다.
교육관련 책임자로 일하신 의원님들이나
다른 부처의 장관 출신들, 그리고 선대위의 거의 모든 관계자들이 대학입시 폐지를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불행한 교육시스템의 근원에
현 대학입시제도가 있다고 생각한 박영선 의원과 저는
끝까지 폐지를 주장해서 조금은 어설펐지만
그래도 공약으로 내 놓을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좀더 공부가 되면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도록 하지요.
6.
단지 교육감 선거가 있는 시점이라
이런저런 생각을 그냥 적어두는 데 그칠 뿐입니다.
교육감 선거, 중요합니다!
저도 자꾸 놓치는데,
제 비서관이 다시 한 번 이 부분에 대한 경고를 해 주더군요.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됐다는 사실을
여기에 적어두는 게 정직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