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월화드라마 ‘식객’의 주인공은 성찬(김래원 분)이다. 조선시대 궁궐 음식을 책임졌던 대령숙수의 피를 이어받은 성찬은 요리에 있어 재능을 타고난 천재다. 하지만 세상에는 성찬처럼 재능을 타고난 천재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식객’에서 운암정의 수석요리사인 봉주(권오중 분) 역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아니다. 봉주는 본인의 부단한 노력 끝에 주방의 최고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봉주는 아버지 오숙수(최불암 분)의 뒤를 이어 당연히 운암정의 후계자가 될 것으로 알았다. 그 만큼의 실력과 경험도 갖췄다고 자부했다.
여기에 의동생인 성찬이 갑자기 뛰어든다. 성찬의 천재적인 요리 실력을 알게 된 봉주는 갈등하고 번민한다. 요리 실력으로 후계자를 결정하겠다는 아버지 오숙수의 명 앞에서 성찬을 이길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봉주는 악역 아닌 인간적인 캐릭터
지난 8일 봉주 역을 맡은 권오중을 만났다. 권오중은 자신이 맡은 봉주에 대해 “재능 대신 노력 하나로 자신의 일에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는 평범한 사람들을 대변한다”며 애정을 나타냈다.
“봉주를 악역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봉주는 악역이라기보다 지극히 인간적인 캐릭터입니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성찬처럼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사람보다 봉주처럼 재능 대신 노력으로 자기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 더 많으니까요. 그런 분들을 다 악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권오중은 오히려 인간적인 캐릭터라 봉주 역을 맡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봉주가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겸비하고 있는 인물이지만 그 내면에는 모차르트를 보는 살리에르처럼 인간적인 갈등과 자괴감을 함께 표현해야 하는 역할이어서다.
“사실 봉주 역 제의를 받고 두 달이나 못하겠다고 버텼습니다. 하지만 저를 발탁하고 키워주셨던 최종수 PD께서 끝내 고집을 꺾지 않으시는 바람에 결국 제가 봉주 역을 맡게 됐죠.”
봉주 역을 맡게 된 이후에도 권오중은 마음이 편치 못했다. 지금까지 다양한 역할을 해봤지만 봉주 같은, 소위 폼 나는 배역을 연기해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권오중의 표현을 빌면 “서민적인 캐릭터를 주로 해왔기 때문에 고급 정장을 입고 우수에 찬 표정을 짓는 봉주의 모습이 처음에는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어색했다”는 것.
그러나 권오중의 염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드라마 ‘식객’이 방영되면서 영화 ‘식객’의 봉주처럼 코믹한 이미지가 아닌 권오중만의 진중하면서 세심한 봉주 캐릭터에 시청자들의 호평이 줄을 이었다. 권오중은 시청자들의 좋은 평가가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머쓱해 했다.
◇'식객'의 1인자 김래원, 연기 감각 부러울 때도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다른 연기자들처럼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운 것도 아닌 데다가 봉주의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감독님의 뜻에 맞는 것인지 짐작이 되질 않아서죠.”
권오중은 성찬 역을 맡은 김래원이 부러울 때가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성찬이 요리에 있어 천재적인 감각을 지녔듯 김래원 역시 연기에 있어 타고난 재능이 갖췄다는 것. ‘식객’ 촬영 초반에는 그 점이 은근히 스트레스로 다가왔다고 한다.
“그렇다고 래원이와 라이벌 의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는 이번 ‘식객’을 촬영하며 형동생 사이처럼 가까워졌습니다. ‘식객’ 처음 방송되고 나서 서로 전화를 하며 ‘아! 내가 못해서 미안하다’며 자책을 할 정도로 허물 없이 지내는 사이가 됐죠.”
권오중은 ‘식객’을 촬영하며 김래원과 김소연 원기준 남상미 등 젊은 연기자뿐만 아니라 최불암 심양홍 정민 등 원로 선배 배우들과 연기를 하는 것에 매우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젊은 연기자 위주로 돌아가는 드라마 제작현장에서 지금과 같이 여러 세대의 연기자가 함께 어울리는 경우가 흔치 않아서다.
"한식의 특징 중에 하나가 비빔밥처럼 제 각각의 재료가 어울려 조화로운 맛을 낸다는 겁니다. '식객' 역시 단순한 요리드라마가 아닌 그 안에 다양한 재미가 녹아들어간 드라마죠."
운암정의 수석요리사인 봉주 역을 맡고 있는 그가 실제로도 요리 실력이 뛰어난지 궁금했다.
"평소에도 요리를 즐겨해 요리하는 장면 촬영이 어렵지는 않았어요. 다만 '식객'에서 요리하는 장면의 대역을 쓰지 않기 위해 채 써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아마 무 200통 정도는 썰었던 것 같은 데요?"
권오중은 "한국의 남자 연기자 가운데 무 써는 연기만큼은 이제 가장 잘 할 자신이 있다"며 웃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