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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일요일 별식

전우석 |2008.07.16 21:09
조회 394 |추천 1


봄김치한보시기와 밥 한 그릇
휴일 오전, 달콤한 늦잠 뒤에 때늦은 아침식사를 했다면? ‘출발 비디오 여행’도 ‘전국 노래자랑’도 끝나버린 오후 두세 시, 때는 지났지만 점심을 거르기엔 섭섭하고 뱃속은 허전해지는 시간. 이럴 땐 시원하고 알맞게 잘 익은 봄김치 한 보시기만 있으면 밥 한 그릇이 뚝딱, 휴일 오후 별식으로 충분하다. 

도토리묵밥과 풋고추김치 
예부터 구황식이나 별식으로 이용되어 온 도토리묵이 요즘에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초절정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도토리묵은 수분 함량이 높아 포만감을 주는 반면 칼로리는 낮고, 도토리의 타닌 성분이 지방 흡수를 억제해주기 때문이다. 휴일 오후, 기분 좋게 땀 흘리며 운동하고 난 뒤에는 도토리묵밥 한 그릇 말아보시라. 뱃속 저 아래까지 시원해지는 살얼음 낀 묵밥과 짭짤하고 매콤한 풋고추김치가 만들어내는 맛은 소프라노와 알토의 이중창처럼 조화롭다. 고추절임 다진 것을 묵밥에 조금 넣으면 국물이 칼칼해져서 더욱 맛있다.

해물감자수제비와 부추김치
깻잎김치휴일 오후,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손자 손녀까지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베스트 메뉴를 꼽으라면, 수제비나 칼국수가 단연 으뜸이다.
큰솥에 북어와 다시마로 육수를 내서 새우, 전복, 주꾸미, 조개를 듬뿍 넣고 호박이랑 버섯, 풋고추 넣어 시원하고 칼칼하게 끓인 푸짐한 수제비는 나른한 오후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간을 심심하게 해서 깻잎김치와 부추김치를 다대기 양념 삼아 넣어 먹으면 깻잎과 부추의 향이 국물에 녹아 맛이 한결 깊어진다. 바둑이도 즐거운 일요일 오후 한때다


① 양푼비빔밥과 알타리김치
일요일 15시 51분. TV 채널 어디를 돌려도 재미없는 드라마 재방송뿐. 온 가족이 모여 앉아 DVD 을 볼 참이다. 큰 양푼에 푸짐하게 밥을 담고 냉장고에 남아 있는 콩나물무침, 오이무침, 호박볶음이랑 텃밭에서 뜯어온 상추와 영양부추 잘라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 넉넉히 둘러 식구 수 대로 숟가락 꽂아 비벼 먹는 맛이란! 뭐니뭐니해도 양푼비빔밥에는 짭조름한 양지장조림 국물과 부드러운 두부부침이 들어가야 제대로다. 각기 다른 맛의 재료가 섞여 또 하나의 맛을 완성하는 비빔밥에는 액젓 넉넉히 넣은 진한 알타리김치로 맛의 액센트를 주자.

② 찐 고구마와 오이소박이
오이소박이시장에서 사 온 반찬거리를 풀어놓고 식탁에 마주앉은 엄마를 위한 소박한 밥상. ‘중년을 위한 슈퍼 푸드’로 불리는 고구마는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 성분이 속보다 껍질에 많이 포함돼 있어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달큼한 고구마만큼 김치 생각이 절로 나게 하는 음식이 또 있을까? 찐 고구마는 수분이 적은 편이어서 국물이 자박하고 시원한 오이소박이가 잘 어울린다. 상큼한 향과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은 오이소박이는 봄과 여름철에 입맛 잡는 데 특효다. 알맞게 익은 오이소박이를 잘게 썬 후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살짝 버무려 흰밥 위에 올린 뒤 달걀프라이를 얹고 고추장으로 비벼 먹어보시라.

③ 현미찰떡, 콩가루밥과 수삼미나리나박지
방바닥에 배 깔고 엎드려 오다 에이치로의 만화 에 빠져 있다 보니 시장기도 잊었다. 냉동실에 얼려 두었던 현미찰떡을 꺼내 프라이팬에 노릇하게 굽고, 찬밥을 초밥마냥 꼭 쥐어 노란 콩가루 옷을 입혀 보자. “엄마 어렸을 적엔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던 엄마표 추억의 별식이다. 껌처럼 쫄깃한 찰떡과 입천장에 달라붙는 콩가루를 부드럽게 넘기는 데는 시원한 국물의 나박지가 ‘찰떡궁합’. 수삼미나리나박지는 영양가 높고 향이 깊은 수삼과 미나리, 배, 무, 오이가 어우러진 건강 물김치다. 시원한 나박지와 고소한 콩가루만 있으면 초간단 맛난 한 끼가 차려진다.

④ 감자꽁보리밥과 열무얼갈이김치
꽁보리밥 위에 얹어 푹 찐 알 감자. 젓가락으로 찍어 뜨거울 때 소금 찍어 먹는 것도 별미지만, 감자꽁보리밥의 맛을 제대로 느껴보려면 숟가락으로 감자를 으깨 찰기 없는 보리밥과 잘 섞어서 먹어야 한다. 쌀밥이 귀하던 시절, 닮은 구석 없는 감자와 통보리를 한솥에서 뜸 들였던 이유는 밥을 풀 때 주걱으로 감자를 탁탁 으깨어 보리밥과 섞어 퍼 담으면 밥이 하얗고 밥맛도 부드러웠기 때문이다. 보리밥, 콩나물밥, 잡곡밥 등에는 풋풋한 열무 줄기와 얼갈이배추로 담근 열무얼갈이김치가 특히 잘 어울린다. 저장용 김치가 아니라 며칠씩 잠깐 먹는 김치여서 싱싱함과 감칠맛이 매력이다. 연하고 부드러운 열무 잎에는 비타민 A, C와 필수 무기질이 알맞게 들어 있어 나른한 봄날 입맛을 살리는 데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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