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3월의 어느 봄날, 교실 창문을 뛰어넘어 나 있는 쪽으로 걸어온 아이.
너의 등 뒤로 쏟아진 햇빛이 너무 눈부셔서
내가 제대로 눈을 뜰 수 없을 때,
나를 툭 치고 지나가던 아이.
하지만 괜찮았어.
너의 걸음걸이, 속도, 그리고 너의 뒷모습까지도.
그 정도 신호라면, 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넌,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칠판을 치우곤 하던 아이.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그건 당번들이 하면 되는 거였는데
넌 칠판을 지우고 그랬었어.
아이들은 수군댔지만 난 그런 너를 싫어하지 않았지.
아니...... 난 그런 너를 좋아했었어.
난, 너한테 그렇게 물었지.
"너, 칠판 지우는 일 힘들면 나한테 말해. 내가 지워줄 수도 있어."
그랬더니 넌 이렇게 말했어.
"안 힘들어. 그 많은 글씨들을 다 지우고 나면 얼마나 속이 시원한데."
"왜, 뭐가 그렇게 답답한데?"
"그냥 다...... 그냥 다......"
아프지 마.
아프더라도 10분만 세게 아프고 말아.
네가 그 아픔을 남에게 전가하려 든다면 그 사람도 아플 거거든.
그가 조금도 아프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자기 아픔을 다 쏟아놓지는 마.
그럼 애초 앓던 그 사람 아픔은 숨이 막혀 곱절이 돼버리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