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어떻게 보자면 '놈놈놈'보다 더 기대하고 있던 영화입니다.
'최석환 작가의 이야기를 이준익 감독이 담담하게 풀어 낸' 일련의 영화들을 재미있게 봤기 때문이죠.
거기에 좋아하는 여성 배우 중 한 명인 수애 누님까지.
그래서 챙겨 봤습니다.
1.
일단, '음악'.
이 영화에서 돋보이는 것은 역시 신중현님과 김추자님이 만들어 낸, 불멸의 명곡인 '님은 먼곳에'.
일단, 영화와 제목이 같으니까요.
그래서인지 가끔 올라오는 이 영화에 대한 리뷰를 보면, 노래의 가사와 영화를 연결시키는 시선이 보입니다.
그래서 '순이(수애)가 왜 그 고생을 하면서 월남까지 가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라는 평이 나오는데,
글쎄요. 개인적으로는 노래의 '가사'와 영화를 직접적으로 연걸시키는 것은 그다지 맞지 않다고 봅니다.
영화에서 순이가 부르는 '님은 먼곳에'가 가장 먼저, 언제 나오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결국 이 노래는 애절한 가사와 멜로디를 가진, 당시의 '히트곡' 입니다.
결국 '가사'가 문제가 아닌,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으로 '님은 먼곳에'가 선곡된 것이 아닐까요?
이러한 시각의 연장선에서, 이 영화는 '순이가 사랑하는 남편을 찾아 월남까지 가는' 멜로물이 아닙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시대를 살았던 한 여성의 이야기'라면 모를까.
여하튼, 이 이야기는 뒤에 가서 조금 더 하고...
이 외에도 많은 음악들이 나오지만, 가장 반가웠던 것은 역시 CCR의 Suzi Q.
영화 안에서는 '팝송' 이라서 조금 천대받는(??) 분위기... 였지만요.
2.
아주 조금, 막말로 말한다면,
이 영화는 그저 순박하기만 했던 순이가 '이런 17과 19 사이!!'를 외칠 정도로 성장하는 영화라고 봅니다.
위에서도 조금 썼지만, 순이가 남편인 상길(엄태웅)을 정말로 사랑해서 월남까지 쫓아갔을까요?
아아, 전혀요.
순이는 사방으로 억압되어 버린 자신의 존재 이유를 '남편 찾기'에 걸었을 뿐이죠.
시어머니, 가지런히 쌓여 있는 놋그릇, 독자, 혈통에 대한 집착, 제사상, 본처, 친정, 시집가면 그 집 귀신...
그 당시 대부분 여성들의 존재 이유들. 더불어 영화에서는 순이를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월남으로 가서 남편을 찾는 것.'
그 길밖에 없는 상황에서, 결국 '이런 17과 19사이!!'를 외치며 갈 수 밖에 없었던 거죠.
그래서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꼭 가야만 했고, 남편을 꼭 찾아야만 했던 거구요.
순이가 처한, '그것이 아니면 아무것도 없다.' 라는 절망적인 상황. 이것이 영화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3.
재미있는 점은, 그렇게 시작된 여행에서 순이는 점점 성장한다는 점입니다.
춤과 노래는 물론, 인간적으로도 정말 강하게.
또한 영화가 진행되면 갈수록, 모든 문제의 해결이 순이로부터 나온다는 점.
더불어 순이에게 적대적이거나, 혹은 순이를 이용할 생각만 했던 인물들도 순이에게 포용된다는 점.
어떤 리뷰를 보니 '모성' 이라고도 하던데, 그건 잘 모르겠고, 여튼...
그렇게 순이는 '남편을 패서 자기 앞에 무릎꿇리게 할 정도' 까지 간 거겠죠?
개인적으로 이 엔딩을 참 좋아라 합니다. 더 이상 쓸데없는 장면을 붙였다면 정말 이준익 감독님 욕했을 듯.
3-1.
여담이지만, 초반에 남편 상길(엄태웅)은 다른 여성을 사랑하고 있고, 그래서 순이에게 묻습니다.
자기를 사랑하느냐, 사랑을 아느냐.
결국 상길은 그 사랑 떄문에 선임병을 떄려서 그 선임병과 같이 월남에 가게 되는데,
월남에 가서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는 그 '사랑' 이 홀라당 날아가 버립니다.
더욱이 그렇게 죽이고 싶었던 '선임병'을 버리지 못하고, 오히려 죽었을 때 충격을 받아 정신을 놓죠.
뭐, 그런 겁니다. 일을 벌이게 된 상길의 사랑이란. 그러니까 순이에게 맞을 만 하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상상입니다.)
4.
뭐, 결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참 잘 만든 영화입니다.
단지 내용을 파악하는데에 있어서 전작들보다 불친절해졌고,
'님은 먼곳에' 라는 음악과 제목, 그리고 기타 등등의 요인들 때문에 '사랑' 영화로 오인받고,
그 덕분에 상대적으로 '뭐야, 이게?' 라며 과소평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겠군요.
그래도 주인공인 수애님을 비롯한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흠잡을 곳 없이 매력적이고,
더불어 이준익 감독의 특기인 '덤덤하게 풀어내기' 또한 이 영화에서도 더욱 세련되게 발현되고 있는 바,
개인적으로는 무척이나 만족했던 영화입니다.
5.
마지막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조금 더 풀어 보자면,
'월남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흔히 나오는 '애국'에서 조금 삐뚤어진 시각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돈 벌러 왔다고 하니 '그러면 한국군과 같군.' 이라고 대답하고,
더불어 '남편 만나러 왔다.' 라는 순이의 대답과 노래에 동조하는 베트콩 지휘관의 모습이 그렇죠.
더불어 베트콩들을 인정 사정 없이 사살하는 미군의 모습이나,
순이에게 권력을 악용하는 미군 지휘관의 모습도 그렇구요.
(요 지점에서 '권력의 폭력'을 느꼈다... 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 감상이겠죠.)
...뭐, 그렇다는 겁니다.
P.S.
1. '용호부대'는 '맹호부대'의 패러디겠죠. 연대 번호는 기억이 안 나므로 Pass.
(개인적으로 군 생활을 맹호부대에서 해서요... 쿨럭...)
2. 영화 초반에 기차가 달리는 컷이 삽입되어 있는데, 갑자기 흑백입니다.
...문득 보니 그 시대에는 '절대로' 없었을, 현재의 무궁화호 차량이더군요.
뭐, 제작비의 압박이 분명히 있었을 테니... 그냥 흑백 처리로 넘어간 것은 애교...?
3. 배우 '주진모' 라는 이름에 낚인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헛헛.
4. 특별출현하신 엄태웅님. 근데 어디로 봐서 특별출현인지? 죽을 고생 했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