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열사, ‘전문직 드라마의 성과와 한계’ 보고서 발표
최근 전문직 드라마들이 소재와 장르 면에서 다양화되고 사실적인 묘사가 치밀해졌지만, 주변의 다양한 직업군과 캐릭터 묘사에 소홀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디어세상열린사람들(이하 미디어열사)은 현재 방영 중이거나 종영한 전문직 드라마 5편을 모니터하고 지난 25일 ‘전문직 드라마의 활성과 한계’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모니터 대상엔 전문직 드라마를 표방한 SBS 〈식객〉, MBC 〈밤이면 밤마다〉, 〈스포트라이트〉 외에 KBS 〈태양의 여자〉, SBS 〈달콤한 나의 도시〉와 같은 작품들이 포함됐다.
‘태양의 여자’ 주인공 성격과 직업 잘 어울려
‘스포트라이트’ 기자 직업 묘사 탁월…현실감은 ‘글쎄’
미디어열사는 〈태양의 여자〉 속 인물들의 성격과 직업이 잘 어울린다고 평가했다. 아나운서로서 도영(김지수)의 치밀함은 양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동생을 버린 냉혹함과 이후의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캐릭터와 잘 어울리고, 백화점 퍼스널쇼퍼로서 까다로운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사월(이하나)의 근성은 고아로 살면서 지켜온 낙천성과 극 후반의 복수하려는 마음으로 배분되는 식이다. 미디어열사는 “직업과 등장인물이 분리되지 않고, 직업을 통해 인맥이 이어지고 있으며, 조연 직업 묘사까지 세밀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 '태양의 여자'는 주인공들의 직업과 성격을 세밀하게 묘사해 전문직 드라마로도 손색없다.
〈스포트라이트〉는 사회부 기자라는 직업의 묘사는 뛰어났지만, 이야기 전개상 현실감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디어열사는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고, 한순간의 여유도 없이 사건 발생 중심부에 있어야하는 보도국 삶을 조명하고, 기자의 애환을 실감나게 묘사했다”면서도 “현장의 리얼리티를 살리기에 주력한 나머지, 메인 스토리 없이 매회 에피소드에 그치는 바람에, 극의 재미와 긴장감이 저하되어 전문직 드라마로서 성공적인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밤이면 밤마다’ 새로운 직업 묘사, 현장 취재가 필요해
‘식객’ 요리 과정 실감나는 연출…대결 양상만 부각
‘달콤한 나의 도시’ 주인공의 일과 생활 세심한 묘사
문화재사범 단속반, 고미술학자 등 문화재를 둘러싼 직업군을 다뤄 화제를 모았던 〈밤이면 밤마다〉는 그간 선보이지 않은 문화재 관련 전문가들의 일을 그리고 전문 직업의 외연을 확대한 점이 점수를 받았다. 미디어열사는 그러나 “직업을 상세히 나타내기 위한 철저한 현장 취재 등이 뒷받침 되지 못해 리얼리티를 살리지 못하고, 코미디라는 장르적 추구로 일회성 드라마가 되어 기획 의도의 야심 찬 포부와 시청자 기대를 저버렸다”고 밝혔다.
허영만 원작의 드라마 〈식객〉은 요리 작품의 볼거리와 조리 과정의 긴장감을 적절하게 안배해 눈길을 끈다. 또 음식 본래의 맛내기를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지도 실감나게 연출하고 있다는 평가다. 미디어열사는 “그러나 요리사라는 전문 직업의 애환이나 요리 만드는 과정의 정성을 알게 하기보다는, 지나친 요리 대결로 인해 직업 정신이나 직업 세계가 퇴색되는 양상”이라며 “요리의 맛내기를 타고난 재주나 기능으로 보여줘 요리사는 특정인만 할 수 있는 직업으로 묘사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서른한 살 싱글여성 오은수(최강희)의 사랑과 결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달콤한 나의 도시〉는 전문직 드라마의 범주에 포함되진 않지만, 잡지편집대행 일을 하는 은수의 직장 생활 등 주인공의 일을 세밀하게 묘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친환경식품업체 대표인 김영수(이선균)는 햇빛을 쬐는 운동을 하고, 영화감독이 꿈인 윤태오(지현우)는 늦은 나이에 허드렛일부터 시작한다. 미디어열사는 “그런 ‘윤태오’에 대해 현실적인 문제로 걱정하고 충고하는 ‘오은수’의 모습 등에서 캐릭터를 통한 직업 리얼리티를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 '식객'의 주인공 성찬(김래원)은 타고난 감각과 재능의 요리사로 등장한다.
전문직군 확대·변화 ‘환영’…주변 캐릭터 발굴도 신경 써야
미디어열사는 이들 드라마를 두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전문직 종사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사회를 반영하듯, 당당하고 능력 있는 전문직 여성을 캐릭터로 내세운 드라마 활약이 돋보인다”며 “이제 드라마에서 여성의 직업은 배역의 보조 수단이나, 구색을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취와 이상을 위한 것으로 설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스로에게 냉정하고 엄격한 성격의 아나운서 신도영, 백화점 명품관 VIP코너에서 퍼스널쇼퍼로 일하는 윤사월(이상 〈태양의 여자〉), 전문보도기자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서우진(손예진·〈스포트라이트〉),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하는 허초희(김선아·〈밤이면 밤마다〉) 등은 더 이상 사랑과 연애에만 관심이 있는 여주인공이 아닌 것이다.
미디어열사는 또 “의사, 변호사 등을 전문직으로 내세운 기존 드라마를 넘어선 전문직군 변화도 반길만하다”며 “다양한 직업군 활용은 캐릭터 창출도 용이하고, 실제 직업에 대한 정보가 주는 호감도 보태져, 전문직 드라마로서 흥미를 더한다”는 점을 높이 샀다.
미디어열사는 그러나 “주인공 직업에만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다양한 직업군과 캐릭터 묘사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면서 “수만 직업 중 고급 전문직이나 특이 전문직은 소수일 뿐, 대개는 힘겹고 어려운 일을 하는 전문 직업인이 더 많다. 다양한 직업군을 소개하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캐릭터 발굴이 동반돼야한다”고 주문했다.
또 “직업과 캐릭터에 사실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나 편견으로 인해 기자, 경찰은 바지만 입고 아나운서는 화려한 옷만 입는 편협함에 사로잡히는 우는 조심해야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