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날. 휴우. 어떡하나, 기억이 잘 안나요.
거기를 나오면서 그 안에서 있었던 일들은
깡그리 다 잊어버리자.
머릿 속에 아무것도 남기지 말자.
혼자 입술 꼭 깨물고 다짐해서 그런가봐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 날씨만은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흐리지도 맑지도 않고 춥지도 덥지도 않았어요.
1년 365일 중에서도
정작 그렇게 무심한 날은 별로 없잖아요.
비도 안오고 바람도 불지 않고
나쁠 것도 좋을 것도 없는 날씨.
특이한데라곤 전혀 없이,
인생도 그렇게 그렇게 잔잔히 흘러가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 정이현 '오늘의 거짓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