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그남자그여자- 이 정도면 우리 , 아주 잘살 수 있겠죠?

김미년 |2008.07.30 15:37
조회 140 |추천 1


 그남자

 

오늘 저, 남자답게! 터프하게! 진짜 씩씩하게! 프러포즈 했습니다.

이렇게요.

너 !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 잘 들어!

나 !  치약은 중간부터 눌러서 안 짜고 꼭 아래쪽부터 짤 거야 !

같이 외출할 때 니가 화장하고 옷 입느라

두시간이 걸려도 현관에서 짜증부리지 않을거고,

니가 주차하는 데 십분씩 걸려도 바보라고 안 놀릴거야.

밥 먹고 난 다음에

티셔츠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서 배를 북북 긁는 것도 안할거고

설거지 할때는 부엌을 물바다로 만들지 않도록 조심할거야.

A매치 경기있을 때

니가 청소기를 돌려도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소리는 안 지를게.

대신 간장 사오라는 심부름 시키면 그건 경기가 끝나고 갈 거야.

말리지 마!

장마철 끈적거릴땐 난 바닥이나 소파에서 혼자 얌전히 잘 거고

일요일날, 니가 오전 내내 자느라고 밥 안 주면

난 알아서 자장면 시켜먹고 그릇은 냄새안나게 잘 싸서 내놓을 거야.

니가 백화점을 다섯 번 돌고서 양말 두 켤레만 사더라도

사람 많은데서 싸우거나 나 혼자 집에 먼저 오는 일은 없을거야.

어느날 갑자기, 니가 괜히 결혼했다고 짜증부리면

나는 도대체 불만이 뭐냐고 큰 소리로 묻기보다

니가 하는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들을거야.

어때 ? 무섭지 ? 그러니까~ 너 까불지 말고 나한테 와!

저, 정말 터프했죠 ?

흐~ 내 이런 비굴한 프러포즈에 그녀가 어떻게 대답했냐구요 ?

 

그여자

 

난 이렇게 대답했어요.

좋아, 그렇다면 난 니가 양말을 뒤집어 벗어놔도

그걸 니 얼굴에 집어 던지지는 않을거야.

대신 뒤집힌 채로 빨거니까 니가 뒤집어 신어.

니가 코 앞에 있는 리모컨이 없어졌다고 나보고 찾아달라고 소릴 지르거나

내가 끓인 찌개를 보고 이게 국이냐 개밥이냐고 투덜대더라도

식탁을 통째로 뒤엎지는 않을거야.

내가 무지 바쁠 때 니가 야구 보느라고 미친듯이 울려대는

전화를 외면하더라도 내가 너한테 전화기를 집어던지는 일은 없을거야.

니가 냉장고에 전지현 사진을 붙여놓고

나하고 전지현을, 이상한 눈으로 번갈아 보더라도!

니 얼굴을 할퀴지는 않을거야. 안보이는 데만 꼬집지 뭐.

그리고 니가 나 몰래 야한 사이트에 가입해서

한달에 만원씩 카드값으로 빠져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더라도

식구들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해서 망신 주지는 않을거야.

가끔 밤중에 갑자기 친구들을 집에 우르르 데리고 와도

친구들 앞에서 너한테 반말로 화를 내지는 않을거고,

내가 아플락 말락할 때 니가 먼저 아파 버려서

나는 아플 수 없게 만들더라도

이건 남편이 아니고 웬수라고 자는 니 얼굴을 베개로 확 덮어버려서

숨을 못쉬게 만드는 일은 없을거야.

끝으로, 니가 나한테 한 약속 다 못 지킨다고 해도

속았다고 징징 울지 않고 최대한 많이 봐줄 거야.

너도 그럴거지?

자, 그럼 뭐 중요한 건 대충 다 이야기가 된것 같으니까

그럼, 우리 결혼할까 ?

어때요 ? 이 정도면 우리 , 아주 잘살 수 있겠죠?

추천수1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