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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관리 업그레이드] (5) 인재 뽑는 법

정오균 |2008.07.30 20:16
조회 56 |추천 1
모의상황 만들어 시켜보고 결정

 

 

     경영진은 항상 사람 때문에 고민한다. 누구에게 신규 사업을 맡길 것인가? 누구를 승진시킬 것인가? 미래 회사를 이끌어나갈 리더들은 누구인가? 임원들은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로열티를 갖고 헤쳐나갈 수 있는가? 외부 임원을 영입할 것인가, 아니면 내부 승진시킬 것인가?

“현재 인사부에서 분석돼 올라오는 자료로 이런 고민이 해결됩니까”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경영진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사람’ 또는 ‘인재’를 평가하거나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확신에 찬, 자신 있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어렵다.

몇백 명의 작은 조직일 경우 직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CEO가 직접 하루하루 생활하면서 보고 느끼기 때문에 판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몇만 명 또는 몇십만 명의 조직에서는 어떤 사람이 조직에 꼭 필요한지 알아내는 것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경영진에게 직접 보고를 하고 자주 토의를 하는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른다. 어딘가에 조직의 미래를 책임지고 이끌어나갈 능력이 충분한 ‘보석과 같은 인재’들이 있을 텐데 그런 사람을 미리 찾아내고 육성하는 것이 그리 만만치는 않다.

한국 기업의 인사시스템을 보면 대부분의 조직에서 사람을 평가할 때 과거의 실적을 매우 중요시 한다. 물론 과거 실적은 중요한 판단 근거 중 하나다. 문제는 업무성과가 좋은 사람이 여러 명일 경우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이다.

업무성과가 탁월한 3명의 임원 후보군 중 1명을 선택할 때 무슨 기준과 정보를 갖고 선발할 것인가. 대부분의 조직에서 역량평가 결과나, 개인별 동향 보고와 같은 감찰 자료 등이 판단의 근거가 되는 경우가 많다. 라인에서 이뤄지는 역량평가는 평가자에 따라 오류의 가능성이 커 신뢰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또한 비공개적인 활동을 통해 수집되는 감찰정보는 정보수집자의 판단에 따라서 객관성이 상실되거나 전후 사정이 고려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조직에서 ‘과거 자료’ 중심, ‘감(感)’ 중심의 인사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평가센터(AC) 운영해 인사 객관성 높여

그렇다면 경영자로서 미래 요구되는 역량이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은 있는 것인가. 사람을 평가할 수 있는 완벽한 툴과 기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예측 타당도가 높은 방법들은 많다.

이 중 AC(Assessment Center·평가센터, 잠깐용어 참조) 방법은 다른 어떤 도구보다 타당도가 높은 미래 잠재 능력을 평가하는 도구다. AC 방법은 1943년 2차세계대전 중 미국의 전략사무국에서 스파이나 게릴라 전투요원을 선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최초 도입됐고, 기업 경영에는 1966년 AT&T에서 최초 도입한 이후 평가의 객관성과 예측 타당도가 검증되면서 현재 포천 500개업의 80%가 채용, 승진 및 육성에 적극 활용하고 있을 정도로 널리 활용되는 방법이다.

AC 방법은 물리적인 평가 시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에 대해 다양한 역량평가 방법을 동시에 적용함으로써, 미래 성과 예측 타당도를 극대화시킨 복합적 평가 방법으로 임원과 같은 고위 관리자 대상 의사결정에 필요한 타당도가 높은 객관적인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최적의 대안이기도 하다. AC 방법은 특정 포지션에 요구되는 지식, 기술, 능력 등 역량에 관한 평가뿐 아니라 조직가치 및 문화와의 적합도, 심리적 요소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점, 그리고 실제 모의 상황을 만들어 직접 시켜본다는 점이 주요한 특징이다. 스포츠에서 선수를 선발할 때 과거 성적뿐 아니라 직접 운동을 시켜보고 판단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 현장사례 - 크레디트스위스은행

28년간 다면평가 실시

     크레디트스위스은행은 1856년 스위스에서 설립된 글로벌 금융기관이다. 79년 최초로 AC 인재평가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지금까지 약 29년간 미래 리더 잠재역량 평가에 활용해왔다.

크레디트스위스은행에서는 핵심 관리자나 임원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AC 프로세스를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AC는 업무성과 평가와는 별도로 해당 직원이 차상위 직급 특히 핵심 직무나 임원과 같은 비즈니스에 영향력이 큰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더욱 중요하게 고려된다. 방법적인 측면에서 다수의 내외부 평가 전문가가 평가에 참여를 하고, 평가가 간 합의를 통해 평가 결과를 도출함으로써, 평가자 1인에 의한 주관적 오류를 방지하고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개별 평가 기법이 단편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평가의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하나의 역량별로 2개 이상의 평가 방법을 적용한다. 실제 평가센터 운영사례를 보자. 크레디트스위스은행에서 핵심 관리자로서 요구되는 미래 역량은 결과창출 역량, 혁신 역량, 우수성 지향 역량 그리고 팀워크 등 4개의 역량으로 정의된다. 이러한 개별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다수의 평가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결과창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주어진 직무에서 수행해야 할 과제들을 제한된 시간 안에 처리하는지를 확인하는 서류함기법(In-Basket)을 통해 2건의 결과창출 역량이 관찰됐다. 서류함기법이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모의 업무상황을 미리 준비해 놓고 하나의 업무상황을 임의적으로 선택게 하고 이를 실제 수행하게 하는 방법이다. 또한 인지 능력 검사를 통해서는 1건의 결과창출 역량과 1건의 팀워크 관련 역량이 확인됐다. 이와 같이 개별 평가 방법을 통해 각각의 역량 유무를 평가하고 이를 종합해 활용하게 된다.

크레디트스위스은행에서 AC가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핵심 요인 중 하나는 고도로 훈련된 관리자급 이상의 내부 평가자를 충분히 확보했고 심리학 전공 전문가들을 육성했기 때문이다. 이들 평가 전문가들은 주기적인 분석을 통해 AC 방법의 타당도를 높임으로써 내부 임직원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시켜 왔다.

     실제 크레디트스위스은행 내 최고경영층은 AC 방법을 다른 어떠한 인사 프로세스나 방법보다 인재를 선발하고 육성하는 도구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는 경영자가 인재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산출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재미있게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민간 기업보다는 정부에서 AC 방법이 먼저 도입돼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정부는 실·국장급 공무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정관리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2006년 7월부터 고위공무원단제도를 시행했다. 고위 공무원으로서 요구되는 역량을 구비했는지를 철저히 검증해 적격자만을 선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AC 방법에 기반을 둔 역량평가 방법을 도입한 것이다. 고위 공무원으로서 필요한 직무수행 역량은 의사소통, 고객지향, 비전 제시, 전략적 사고 등 9가지 역량이 설정돼 있다. 이러한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1 : 1 역할연기, 1 : 2 역할연기, 발표, 인터뷰, 서류함기법, 집단토론 등 6가지 평가 방법을 개발해 시행하고 있다. 현재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1일 코스로 운영 중이다. 2007년 6월 말 기준 총 89회에 걸쳐 532명이 AC 방법을 통해 평가를 받았으며, 이 중 11.8%가 통과되지 못했다. 또한 AC 방법이 시행 초기기는 하지만 AC 방법을 통한 설문 결과에서 평가과제의 타당성은 86%, 현실적합성은 95%, 그리고 객관성 측면은 85%가 긍정적이라고 답변했다.

잠깐용어

·AC(평가센터) : Assessment Center. 물리적인 평가시설이 아니라 인재를 평가하는 도구를 말한다. 다양한 역량평가를 실시해 미래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지식, 기술, 능력 등 역량에 관한 평가뿐 아니라 조직가치 및 문화와의 적합도, 심리적 요소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김병전 딜로이트컨설팅 휴먼캐피털그룹 파트너]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66호(08.07.30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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