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여자, 그 절반의 성공
새 드라마를 시작하는 재미는 늘 흥분된다.
하지만, 이번 "태양의 여자"라는 드라마는 충격이었다.
너무도 뻔한 한국적인 스토리와 극의 전개로 이어지지만,
다양한 앵글에서 대변되는 캐릭터의 감정과 배우들의 명연에 힘입어
완전히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번 드라마의 주인공은 세 명의 여자라고 생각한다.
신도영, 윤사월, 최정희 이 세 모녀들간의 애증이 얽힌 복수의 테마이다.
어머니 역의 최정희(정애리)씨의 어머니 역활은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오들희(이혜영)씨와는 다른 독특한 카리스마를 연출해
극의 균형을 잘 이루어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신도영역의 김지수씨는 정말 칼갈고 나오신 것처럼
날이 바싹 선 칼날같은 감정 표현으로 불쌍한 악녀역을 훌륭히 소화했다고 본다.
윤사월 역의 이하나씨의 연기 자체는 역시 발군의 연기였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용서"라는 복선이 깔려서인지 캐릭터 자체가 약간은 어중띤 느낌이었고 그래서 인지, 초반 역활에 비해 나중에 복수의 장면에서는 독이 선 살기를 풍기며 대립해야할 장면에서는 조금 밀리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앞으로의 발전을 기대할만한 배우임을 충분히 입증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여서...)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론 장시은(김혜은)씨의 감초 연기도 훌륭했다.
하지만, 실제로 한발 물러서서 드라마를 보면, 뻔한 스토리는 너무도 잔혹하다.
현재 고아들과 입양아, 파양아, 입양한 부모, 자식을 버린 부모, 자식을 잃은 부모 등등이 보기엔 너무도 자극적인 장면과 섬짓할 수도 있는 대사와 연기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시청율을 위해서 너무도 쉽게 많은 투병인을 보유한 암등을 드라마의 소재로 채택한다. 실제 투병인과 투병인 가족들을 주변에서 한두다리만 건너면 쉽게 찾을 수 있기에 감정이 다른 병명보다 직접적으로 다가가기 때문이다. ( 난 도저히 못보겠다... 하며 못보시는 분들도 있다. )
위에서 말한 그런 잔혹하리만큼 섬찟한 대사들로 가득한 소재를 채택한 것에 비해 아마도 결말은 다르게 이루어질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신도영-김한숙(김지수)의 자살로 그려지기엔 방송사 자체에서 그러한 결말로 끝낼 수 없을 것이다.
( 작가의 본래 의도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자살로 인한 죽음의 엔딩이라면 )
( 현실적으로 남은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적당한 매듭으로 끝맺긴 힘들어 보인다. )
동생 신지영-윤사월(이하나)의 어릴적 기억상실과
엄마 최정희(정애리)씨의 부분 기억상실등이 복선처럼 그려진 것으로 보아
김지수의 신체장애와 기억장애로 차동우(정겨운)과 함께 하고
모든 죄들의 용서와 후회, 그리고 남은 번민이 각각의 사랑의 위안으로
종결해 버릴 반쪽짜리 해피 엔딩으로 끝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
그런 엔딩이 아닐 수도 있지만, 일부에게는 너무도 잔인할 만한 소재의 선택에도
어찌할 수 없는 뻔한 결말의 선택이 방송사 자체 또는 한국 미디어 자체의 문제라면
너무도 어정쩡한 문화의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간 중간 장면은 정말 너무도 인상깊지만, 연결적인 부분들은 진부했고
하지만 그만큼 즐겨 보았고, 맘 한쪽으론 너무도 잔혹하다는 생각이 들며 보았던
드라마 하나가 끝나는 아쉬움에 마지막 회를 앞두고 몇자 적어 보았다.
( 아래는 기억이라 정확하지 않음. )
- 입양된 후 살게 된 집에서 신도영이 식사하다가 울며 하는 말...
"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요 "
- 차동우가 신도영에게 자신의 파양된 고아원 친구가 자살한 얘기를 들려주는 말...
" 유서에 그렇게 썼어. 파양해줘서 고맙다고. 조금 더 그집에서 살았다면...
형이랑 누나를 죽여버렸을지 모른다고... "
- 신도영이 신지영을 데리고 나가는 회상씬에서
" 그럼 엄마한테 이른다~ 그럼 너 또 엄마한테 혼난다~ "
" 그애는 어려도 엄마가 자신을 편애하는 걸 알고 있었어.
그걸 알고 이용하는데 갑자기 속에서 뭔가 울컥 하면서 제 정신이 아니었어 "
- 홍은섭(강지섭)이 원래 신수호/최정희 집안으로 가기로 정해졌는데
김한숙(신동영)이 대신 입양되어 그 차에 타고 가자 끝까지 그 차를 뛰어가다 넘어지는 장면...
- 늘 주변을 돌며 지켜보다 자신의 아이가 벌인 일을 알게된 친모 박영숙씨의 모습
- 신도영 다큐로 인해 방송국 팀원들이 온 자리에서 엄마 최정희(정애리)씨가 양녀
임을 밝혔을때 과자를 깍으며 등돌린 모습으로 오열하는 신도영과 그 모습을 내려
보는 윤사월의 모습.
등등 너무나 끔찍할 정도로 잔인하리만큼 가슴 아픈 장면들이 많았다.
전형적인 진부한 배역의 신도영역이 배우 김지수씨의 칼갈고 나온것 같은 명연으로 인해
단순한 악역이 아닌 모두에게 가련할 만큼의 공감을 느끼게 되었다.
미운오리새끼와 너무 닮은 드라마...
아무리 노력해도 미운오리는 결국 백조가 될수 없다.
미운오리는 결국 미운오리 였을 뿐이니까...
어떤 순간에도 불안해하고... 언제나 어두운 면을 먼저 보게 되고...
가장 행복한 순간조차... 불안해져 버리고야마는... 그 자신으로인해...
팥쥐는 왜 그렇게 콩쥐를 미워했을까 ?
팥쥐의 질시와 살의에는 아무 이유가 없을 수 있지만...
반면에 콩쥐의 그 멍청할 정도로 해맑은 선한 맘으로도...
누군가에겐 감당할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밝은 곳에 있는 사람들은 결코 알 수 없으니까....
그래서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지 ... " 미운 오리 새끼 " 란 이야기는 사실...
오리가 아닌... 백조를 위해 써진 얘기라는 걸...
그 세계에서 꿈을 갖고 희망을 갖고... 아름답게... 희망차게... 살다가...
밟고 사랑스러운 미래를 갖는다는 뻔한 거짓말은...
사실... 그런 공포스러우리만큼의 외로움을 느껴보지 못한...
사랑받고 자란... 그런... 사람들이 지어낸... 그런...
백조들의... 카타르시스를 위한...
세상이 사랑으로... 예쁘게 포장된...
백조들을 위한 동화였다는 걸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