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년차 가수 이효리, 그에게 뗄래야 뗄 수 없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트렌드 세터' '패셔니스타'가 그것이다. 신상품만을 쫓는 '신상녀'가 최근 추세라고 하지만 이효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한 수 위였다.
2003년 솔로 데뷔 때부터 그가 입기만 하면 아이템이 동이 난다는 '완판녀'로 군림해왔다. '요정'에서 '힙합걸'을 거쳐 '핀업걸(Pin-up girl)'로 돌아온 이효리의 패션 10년사를 정리해봤다.
# 요정 = 섹시 바이러스 잠복기
이효리에게 핑클 멤버 시절은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고 있던 시기로 평가된다. '국민 요정'이라는 그룹의 컨셉트에 충실하기 위해 이효리는 핑클의 일원으로 1집 당시 '퓨어앤이노센트(Pure&Innocent) 룩'을 선보였다.
최대한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청순한 이미지를 극대화 한다는 것이 이효리의 몫이었다. 긴 생머리와 귀여운 의상은 지금의 이효리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앳되다. 당시 측근들 조차 "몸매가 그렇게 좋은지 몰랐다"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로 순수한 컨셉트였다.
이효리의 '완판' 내공은 이 당시부터 시작됐다. 후속곡 <내 남자친구에게>의 경우 멤버들이 입고 나왔던 체크 패턴의 의상은 여자 아동복에 반영돼 인기를 누렸다. 그만큼 앳되고 귀여웠다는 방증이다. 여중생과 여고생들에게는 일명 '발토시'로 불리는 흰색 워머와 체크 무늬가 들어간 소형 등가방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화이트 룩'을 선보였던 2집 <화이트>에서는 흰색 원피스와 함께 버버리체크의 바지 미니스커트 등이 동대문 의류상가를 중심으로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강한 색조화장을 하며 성숙 코드를 입었던 3집 <나우>에서는 몸매가 드러나는 짧은 원피스로 '섹시 퀸'의 재림을 예고했다. 4집에서도 이효리가 착용한 한줄로 내려온 귀걸이와 샤넬 체인벨트가 품귀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 힙합걸 = 스타일을 입다
2002년부터 솔로 활동을 준비한 이효리는 스태프와 함께 1년 가까이 패션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글렌 힙합'이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힙합 스타일은 통이 넓은 바지로 대표되는 루즈한 스타일이다.
이에 반해 이효리가 택한 '글렘 힙합'은 캐주얼하면서도 몸매가 드러낼 수 있는 요소가 많았다. 카고 바지와 트레이닝복 그리고 모자가 이효리가 택한 핵심 아이템이었다. 10대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얻은 트레이닝 복은 운동화가 아닌 힐을 신고 나와 주목을 받았다.
몸에 달라붙는 소재로 만들어진 트레이닝복에 굽이 높은 힐을 신자 힙 라인이 살아나면서 각광 받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30대초반의 미시족까지 '효리 워너비' 대열에 가세하면서 동대문의류상가에서는 '효리 상품'을 대놓고 팔기 시작했다.
이효리의 스타일은 후속곡 <헤이 걸>에서 쇼트 패닝과 미니스커트 그리고 롱부츠로 이어지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효리 패션'이라는 매장소개가 붙으면 '완판'과 '추가주문'이 잇따른 것은 물론이다.
이효리의 패션을 담당해온 정보윤 런던프라이드 대표는 당시를 "무서울 정도였다. 금요일에 방송에 입고 나왔던 옷이 다음 주 월요일이면 매장에 깔리는 것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무대 의상이지만 쉽게 따라 입을 수 있는 것들을 위주로 선별했던 것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 핀업걸 = 어게인 텐 미니츠(Again 10 Minutes)
이효리가 '핀업걸' 컨셉트를 들고 나온 3집 <유-고-걸> 무대도 화제다. 핀업걸은 1960년대 미국 여성들에게서 유행했던 스타일이다. 전쟁터에 끌려나간 군인들이 자신의 사물함에 핀으로 꼽아두었던 사진 속 등장 인물의 스타일을 패션으로 옮긴 것에서 유래됐다. 마릴린 먼로와 브리짓 바르도의 한창 때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정보윤 대표는 "보고만 있어도 사랑스럽고 여성스러운 느낌의 아이템을 주로 사용했다. 영화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 속에 등장하는 브리짓 바르도의 모습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과감한 시도보다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기조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핀업걸' 이효리는 화사한 파스텔 톤이나 발랄한 캔디 컬러를 주로 사용한다. 헤어스타일은 레이어드 컷으로 층을 주면서 자연스러운 결을 유지한다. 밝은 계통의 셔츠는 가슴 아래에서 동여 매 허리 라인을 길게 뽑는다.
안쪽으로 노출되는 수영복도 파스텔톤으로 매치시켜 바캉스 분위기를 내고 있다. 아이스크림이나 스마일 모양이 들어간 액세서리도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눈화장도 푸른 계통으로 시원한 느낌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