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의도적이든지 의도적이지 않든지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으려는 행위.
오늘도 많은 이가 습관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잘살아보겠다고 바둥거리는 마당에
왜 그들은 자살이란 것을 택했을까?
파울로 코엘료의 "그리고 일곱번째 날..."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나는 3가지 이야기중 제일 좋아한다.
인간의 내면..그 논리적이지 못한 광기속에 감추어진 영감들...그것들은 왜 우리를 송두리째 뽑았다
놓았다 할까....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을 간절히 필요할때, 우리는 우리에게 눈을 뜬다.
베로니카가 자살이란 길을 선택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녀는 오랫동안 준비해온 약들을
삼키면서도 비장하지도 심각하지도 않다. 약을 삼키면서도 그만둘려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여유로움으로 약을 하나씩 삼킨다. 그리고 죽음을 느끼기까지 별 감정적이지 않은 생각들을 하며
세상을 비웃는다. 그녀의 문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녀에게 심각한 것이 전혀 없다는 것...바로 세상이 자신에게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나는 감수성이 예민한 한 때, 내가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세상을 대했던 것을 기억한다.
말없고 적당한 선을 넘는 교제를 피했으며, 감동이란 단어가 우습고, 무심코 본 TV에서 사람들이
하수구에 빠진 아이를 구하느라 고생을 하며 마음을 졸이고 아이를 구했다고 다들 환희의 비명을
지르는 것을 보며 " 어차피 다들 한번씩 죽는 목숨인데,그렇게 죽는게 그애 운명이라면 뭐하러 사서
고생을 한담..." 하는 냉담과 무관심이 날 지배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돌아서서 생각해보면, 내가 왜 그랬을까가 아니라...난 너무나 그때의 나를 잘 이해한다.
나를 이해 못하는 이들 사이에서 낙엽처럼 떠돌게 된 나는 무감각함이 나를 아프지 않게 한다는 사실
을 깨닫고 마음을 닫았다. 그러고나니 내게 남은 건 무감동과 무의미의 삶뿐이었다.
베로니카처럼 약을 삼키지는 않았지만, 나는 길에 가는 차가 나를 치어주길 바란 적도 있다.
어차피 내겐 잃을 것도 없는 무의미한 삶만 남았기 때문이다. 무언가 대단히 비관적인 상념이라도
있었냐고? 없었다. 그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의미가 없다는 것은 동물과 다를바가 없는데 뭐하러 삶에 집착하겠는가?
죽을 때가 오면 죽음을 맞아들이되, 이 무의미한 삶이 이어지는 것이 점점 더 고통아닌 고통이었다.
약을 먹고 죽는다, 차에 뛰어든다, 고층건물에서 뛰어내리다...우스웠다.
내가 뭐 그런 죽음을 결심할 만큼의 이유도 내놓지 못하면서 무슨 자살을 하겠는가..
그러니 차라도 와서 나를 받아주길 바랬다. 걸어다니는 시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보면, 베로니카는 약을 삼키는 자살행위란 행동으로 일단 어떤 의지는 보인 것이다.
그것이 그녀의 삶을 바꿔놓는다.
그녀가 눈을 뜬건 지옥도 천국도 아닌, 정신병원이었다.
정신병원...세계 어디에서나 정신병원이라고 하면 미친 사람들의 수용소정도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
다.
베로니카는 단지 조용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자살을 택했는데, 왜 정신병원에 와있는 것일까?
잠깐, 여기서 멈추고 미친사람과 일반인의 구분을 보자.
내목에 걸린 것을 가르키며 이것이 뭐냐고 물으면, " 목걸이네요."라고 대답하는 이가 있는 반면
"번쩍거리고 날카로운 뱀들이 당신의 목을 조르고 있군요."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들의 차이는 상대방과의 소통에서 자신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후자의 말을 들은 사람은 겁을 먹을 것이다. 그것은 언어를 배운 이들의 기본 약속같은, 자신이 인식
할 수 있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럴때 우리는 정신이상자, 미친 사람이란 표현을 쓴다.
다시 베로니카 얘기로 돌아간다.
베로니카가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는 이유는 남들과 다른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자신을 죽이려 하는 행위, 그것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납득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행위이다.
이런 종류의 자살은 대부분 우울증이란 진단이 내려진다.
의학적으로는 우울증이 단지 마음의 병이 아니라 뇌의 전달물질의 양에 따른 불균형에서 오는 것이라
보는데, 원인제공은 환경과 유전적 요소, 그리고 지각사고능력에 따라 다양하다.
베로니카는 눈을 뜨자마자 의사에게 사형선고를 받는다.
수면제의 과다복용으로 심장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어 2주정도 뒤면 심장이 멈출거라는...
어떻게보면 그녀가 원하던 것을 이루게 된 것이다. 물론 자의에 의해서 맞는 죽음은 아니지만,
어차피 그녀는 한번은 죽은 목숨이니까.
언젠가는 파일별로 리뷰를 쓸려고 했던 일본만화 "싸이코 닥터"를 잠시 소개하고자한다.
핸디북시리즈인 이 책의 제 4권에는 자살을 희망하는 여자이야기가 나온다.
매일매일 자살하고 싶은 생각밖에 나지 않는 이와시따 마오는 '카이 쿄오스케 심리연구소'란
후질근한 사무실을 찾아간다. 백의도 입지않고 차트도 가지고 있지않은 그와 얘기를 하며
그녀는 어릴때부터 그녀가 삶의 허무함을 깨달았다는 것, 대학합격과 동시에 목표를 잃어버렸다는
것, 부모를 생각해서 자살을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최근와선 그것도 의미없어졌다는 것...등등을
얘기한다. 그때 카이가 "저는 당신같은 의뢰인에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을
하고, 그녀는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처음이란 것을 깨닫고 조금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카이가 잠시 화장실을 간 사이, 수상쩍은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간다.
엿들을 생각은 없었지만 자신이 도움이 될꺼라고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명함을 내민다.
거기엔 자살청부인 아무개라고 적혀있다.
카이가 화장실에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이미 '죽을 수 있어!'하면서 흥분된 상태기에 카이가
뭐라고 떠들던 내버려두었고 그녀는 죽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전재산을 청부의뢰대가로 챙긴 남자는 준비가 되면 오겠다며 여러가지 조건을 이야기한다. 예를들면
아무와 연락하지 말라,신발과 열쇠는 가져가겠다..등등. 그녀는 혼자 갇힌 방에서 그를 기다리면서
곰곰히 죽음을 직면하게 되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느낀다.
처음에 그는 밧줄을 가져와 목을 매다는 일을 제안한다. 화장실입구에 줄을 능숙하게 묶어놓고는
자아..라고 말하는 남자앞에서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고, 줄을 목에 걸다말고 갑자기 조여드는 줄에
그녀는 흥분해서 목매달려 죽는 것은 싫다고 뿌리친다.
그는 냉정하게 "젊은 여자분께는 좀 아닌 방법이었군요" 하며 다음엔 7개의 도구를 가져오겠다는
말을 하고 또 기다리라고 한다. 격리되고 갇힌 공간에서 물도 먹을 것도 없어진 그녀는 점점 죽는 것
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시시각각 느끼게된다.
이윽고 남자가 나타난다. 그녀가 죽음에 대해 심각하게 느끼고 있을 찰나였다.
그가 내민것은 수면제, 50알정도를 삼키면 고통없이 간다는 말에 그녀는 생각없이 삼켰다.
하지만 그녀는 며칠이나 빈속이었기에 속이 견디지 못하고 바로 뱉어낸다.
뱉어내면서 그녀는 자신의 속이 못받아낸 것이 몸때문인지..심리적인 작용인지 잠시 생각한다.
그러면서 슬슬 화가 치밀었다. 이게 날 놀리나...란 맘으로.
그때 그가 물어본다 " 손님, 혹시 당신 이사태까지 와서도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그녀는 " 아,아니에요!! 난 진심이야 ! 진짜로 죽으려고 한단말이야!!"라고 소리친다.
그러자 그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서슬이 시퍼런 식칼을 꺼내든다. 걱정마라고,자신은 감찰의를 했던
사람이기에 자살의 상처의 패턴을 완벽하게 꽤고 있다고 말한다. 움직이지말라고 움직이면 당신은
지옥의 고통을 맛봐야 할거라고, 비명같은거 지르지 말라고 얘기하며 그는 식칼을 가지고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녀는 죽음! 죽음! 또 죽음을 실감한다.
그녀는 죽음을 코앞에 맞딱뜨렸을 때 분명하게 외친다.
"싫어 ! 난 안죽을꺼야 ! 난 죽고 싶지 않아아아 ! ! " 라고.
남자는 말한다... " 취소하시는 건가요?"
그리고 그는 자신의 짐을 신속히 챙기며 말한다. 지금까지 자살청부대금으로 일시보관했던 것을
다 돌려드린다고, 마음이 바뀌면 또 언제든지 연락달라고. 여기서 우리는 이 남자의 행동에서 나는
냄새를 느낄 것이다. 그렇다. 자살청부인 아무개는 카이 쿄오스케였던 것이다.
그는 왜 자신의 의뢰인을 철저히 속이며 농락하는 듯한 행위를 택한 걸까?
여기서 그는 자살의 이유가 불분명한 이들을 남들이 설득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다시 베로니카의 얘기로 돌아간다. 사형선고를 한 이고르 의사는 이유가 불분명한 우울증 자살환자들
의 경우는 다시금 자살을 생각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는 그녀에게 심장발작효과가 나는 약을 투여하
면서 그녀에게 가상이자 실질적인 죽음을 맛보게하는 치밀한 실험을 택한다. 비인간적이고 사기성이
짙은 속임수이긴 하지만, 잘되면 그녀는 새로운 삶을 그는 그의 새로운 논문을 쓰는데 성과를 거둘 것
이다.
베로니카는 정신병원에서 미친 이들과 정상인들의 경계선, 그리고 미친 이들만의 특권을 지켜보며
자신의 죽음과의 사이의 자유를 만끽하는 경험을 한다.
죽을 날이 결정되어진 이에게 규제는 무슨 소용이고, 법은 무슨 소용인가.. 미친 이들 사이에서
그녀는 또 하나의 미친 여자일 뿐이다. 그녀는 오직 자신만을 위한 충실한 행위들을 맛보면서 살아있
음을 처절하게 깨닫는다. 정해진 시간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봐야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이 얼마나 비겁했는지를 다시 본다. 그리고 그런 실수를 이젠 다시 범할 수도
없기에 더욱 발버둥 친다. 아무렇지도 않게 무관심했던 것들에 갑자기 열렬한 욕망이 솟구친다.
한번만 다시 볼 수 있다면, 한번만 다시 느낄 수 있다면...아아....!
그녀는 그녀의 부모에게서 좌절된 피아니스트의 욕망을, 정상적인 교감을 나눌 수 없는 정신분열자
에뒤아르라는 청년의 앞에서 달빛의 마법과 함께 나눈다. 분명한 것은 그는 그녀의 피아노 소리를
듣고 싶어하고, 그녀는 달빛앞에서 자위를 하듯 마음껏 도취해 음악을 뚱땅거렸다는 것이다.
외교관 부모밑에서 자신을 이해받지 못해 점점 자신도 알 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되어 정신분열증이
란 진단을 받은 에뒤아르란 청년은 작가의 모습을 닮았다.(작가는 자신의 정신병원 경험기를 적기로
했다는 언급을 한다. 그리고 그의 프로필을 보면 그와 닮은 모습을 보게된다.) 에뒤아르는 자신이
베로니카라는 시한부인생을 가진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느끼게된다. 그것은 그녀가
죽음을 이유로 자신앞에서 보인 모든 자위행위가 자신에게 일깨워주는 것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
다. 그녀 또한 조금씩 느낀다. 누군가를 적당히 좋아하고 적당히 떨어뜨려 놓을 줄 아는 그녀가...
진정으로 자신을 내보인 이, 말없이 자신을 받아준 이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네가 그를 생각하고 있다면...그건 분명 사랑일꺼야...
처음에 미친 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준 제드카가 그녀에게 말했다.
그랬다. 그녀가 마지막에 눈을 감을 때 같이 있고 싶은 이는..
눈에 담고 이 세상에 작별을 고하고 싶었던 이는 그 청년이었다.
에뒤아르는 베로니카의 죽음과 함께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한다. 그는 자신도 그녀도 여기서
나가야한다는 것을 안다. 이 정신병원은 실을 허술할 때가 짝이 없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탈출할 수 있다. 그녀를 데리고 그는 결국 사랑하는 그녀의 마지막 밤을 마음껏 즐기기위해 탈출한다.
" 떠나자, 미친사람들은 미친 짓을 하는거니까."
베로니카는 죽지 않았고, 이고르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성공했다고 자축할 것이며,
에뒤아르와 베로니카는 자신들에게 주어긴 삶의 매순간을 기적처럼 감사하게 살것이다.
카이가 마오에게 쓴 방법도 마찬가지이다.
마오는 새삶을 찾은 것에 매순간 다시금 피어오르는 꽃이 될 것이고, 카이는 치료에는 성공하지만
또 치료비를 받지 못하는 빈곤한 사무실을 꾸리게 될 것이다.- 자신의 행위를 밝힐 수 없으니
어쩔수 없다...ㅎㅎ
내게도 삶을 느끼게 해준 이가 있다.
첨엔 작은 파동처럼 다가와 작고 아기자기한 기쁨을 선사해준 그 사람은,
내 삶의 의미를 본인도 모르게 어루만졌으며
내게 환희와 삶의 진가를 달고 날아오르게 했다.
그 때 난 말했다.
춤추며,
달리다...
나라가 위기에 빠지면 영웅들이 나타나고 위대한 사상가들이 나타난다.
사람들은 밀림이나 무인도에 갇혔을때 살고자 발버둥치며 생존방식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위기는 곧, 다른 기회이자... 우리의 정신을 일깨우는 각성제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잘지내고있다는 안도의 비겁함 속에 숨지 말고, 자신을 위한 미친 짓을 해보면 어떨까?
그리고 작가가 베로니카의 입을 빌려 말하는,
남자와 여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미친 짓,
사랑을 해보는 건 어떨까??
* 추천도 : 




*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 파울로 코엘료 작/ 이상해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