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8월 6일 서울에서 경상남도 김해군 봉화마을을 향해 렌트카로 달려갔다. 친구 내외와 여름 휴가를 함께 보내기 위해서였다. 우리 일행은 친구의 제안으로 노무현 전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하기로 했다. 친구는 노무현 전대통령을 만나면 인상 깊은 이야기를 꺼내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은 무슨 말을 할지 결정한 것은 없다고 했다. 친구는 사전에 치밀하게 인터넷 검색을 통해 여행 계획을 짰던 모양이다. 그의 말에 의하면, 노 전대통령은 오전 11시 그리고 오후 4시에 봉화마을을 찾는 방문객들 앞에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전직 대통령을 만난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동안 전직 대통령으로 생존해 계신 분들은 전두환, 노태우, 김영상, 김대중 등 전직 대통령들이 있었지만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우리 일행은 서둘러 오전 11시에 목적지에 간신히 도착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어디론가 바쁘게 뛰는 모습이 보였다. 친구도 차에서 내리자마자 무엇이라고 나에게 외치며, 그 사람들을 따라서 뛰기 시작했다. 오전이었지만 여름의 무더위에 숨쉬기 조차 힘들었지만 나도 친구를 따라서 뛰었다. 그리고 발걸음이 멈춘 곳에 노 전대통령의 모습이 보였다.
노 전대통령의 예의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고,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사람들도 그에게 손을 흔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그는 무더운 날씨 이야기로 시작해서, 찾아온 방문객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잊지 않았다. 나는 캠코더에 전원 스위치를 올렸다. 화면폴더에 그의 모습이 담기기 시작했다. 나는 그가 자신의 고향마을을 찾아주는 사람들에게 형식적인 몇 마디 인사를 던지고 모습을 감출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평소 노 전대통령에게 궁금했던 질문들이 하나씩 쏟아지자, 그는 하나하나 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사생활이 노출되어 힘들지 않는냐는 질문부터, 장애 아들을 둔 어머니의 하소연과 질문, 그리고 대통령직을 하기전에 소감과 이후에 생각의 변화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노 전대통령은 얼굴은 무더위에 땀이 나고, 옷이 땀에 젖기 시작했지만, 질문한 사람들에게 답변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작렬하는 뜨거운 햇볕과 캠코더의 손잡이에 땀이 배어 미끈거렸다. 캠코더의 전원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노 전대통령과 방문객들은 하나도 흩어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진지한 대화를 주고 받았다. 마치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한 철인과 군중들이 진지한 철학과 정치 대화를 하는 모습과 같았다.
나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생가 방문객이 30만 명이 넘었다는 것을 인터넷 뉴스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동안 노 전대통령은 방문객들에게 얼마나 많은 질문을 받았겠는가? 그럼에도 노 전대통령은 피곤하거나 싫은 기색 없이 성심껏 방문객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었다. 비교적 건강하고 밝은 모습이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이 열등감(컴플렉스)을 갖고 열심히 자신을 개발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지만, 남을 시기하고 미워하고 파괴하려는 것은 좌파적 생각이다. 그러나 진보는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서로 도와주려고 한다."고 좌파와 진보의 차별성을 역설했다. 나는 캠코더를 들고 촬영하면서, '그는 대통령직에 물러나면서 정치를 마감한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하는구나.'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참으로 그가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했다. 특히, 그는 에 대해 언급하면서 지도자의 위상과 자세에 대해 적절한 비유로 언급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바람직한 지도자상에 대한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기 위해 동영상 자료를 올려 놓는다.
2008년 8월 6일 (여행 일정으로 다소 늦게 올려 죄송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