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군(8)이 어느새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나이가 됐다. 곧 학부형이 되는 고수익(39)·한알뜰씨(37) 부부는 설래임과 동시에 걱정이 앞섰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진짜 ‘교육비 전쟁’이 시작된다는 얘기를 자주 접했기 때문이다.
고씨 한씨 부부는 이제까지 아이의 교육비로 많은 돈을 지출하진 않았다. 조기교육 열풍으로 미취학 아동들에 대한 교육열도 대단하지만 고씨 부부는 동네 아이들을 모아 부모가 돌아가며 가르치는 ‘품앗이 교육’이나 무료로 제공하는 교육을 최대한 이용, 사교육비를 절약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입학을 하게 되면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총 16년 동안 교육비가 꾸준히 나가게 된다. 고씨는 16년 동안 필요한 교육비가 최소 7400만원에서 많게는 1억5000만원이라는 말을 듣고 앞이 막막해졌다. 그간 고군 이름으로 적립식 펀드에 매달 10만원씩 납입하고 있긴 하지만 그것 보다 더 구체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했다.
■내 아이 교육비 얼마나 들까
고군이 대책마련을 위해 찾아간 한 재테크 전문가는 “대다수의 부모들이 교육비를 생활비와 분리하지 않는다”면서 “전체 가계 수입에서 교육비 규모가 얼마나 될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 교육비는 과연 얼마나 필요할까. 삼성증권에 따르면 세부적으로 보면 보통 정도를 지출하는 가정이 자녀 교육비로 초등학교때 연평균 300만원대 초반, 중학교때 연평균 400만원대 초반, 고등학교때 연평균 500만원대 초반으로 나타났다. 많게는 초등학교때 연평균 800만원대 중반, 중학교때 연평균 1100만원대 중반, 고등학교때 연평균 1200만원대 중반 까지 지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4년 동안 대학등록금으로 지출되는 금액은 인문사회계열이 3451만원 수준, 이학·체육계열 4936만원, 공학·예능계열 4967만원, 약학계열 6241만원, 치·의학계열 1억112만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5년간 전국 주요 20개 대학 등록금 평균 인상률은 7.4%, 평균 물가 상승률인 3,3%의 2.1배에 달한다. 이 수치를 대입한다면 고군이 대학에 입학할 때가 되면 인문사회계열 4년 등록금은 7263만원,치·의학계열은 무려 2억1284만원으로 2배 가까이 상승하게 된다.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교육비 규모도 10년전 9.8%에서 현재 11.8%로 늘어났다. 지난 80년대 7%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가계에서 교육비는 단순 지출항목이 아니라 ‘내집마련’ 수준의 재테크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녀의 교육비에만 치중하다 보면 부모의 노후생활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교육보험에서 적립식펀드로
교육비 투자 대상을 고심하던 고씨는 제일 먼저 교육보험을 생각했다. 교육보험은 자녀와 부모를 피보험자로 자녀의 교육자금을 종합적(부모생존 및 사망시)으로 마련하기 위한 상품. 지난 58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만들어져서 지난 80년대 까지 국민의 교육열을 타고 급격히 성장했다.
고씨와 한씨가 학창시절을 보냈던 70∼80년대, 생명보험사들의 주력상품이었던 교육보험은 당시 부모들에게 꼭 가입해야 하는 상품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교육보험에 가입하면 자녀의 성장 단계별로 월 보험료의 일정 부분을 지급받는다. 납부 방법은 10년, 15년, 18세까지 등으로 다양하며 27세 만기 때 적립금을 탈 수 있는 방식이다.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입학시점에 300∼500만원 규모의 금액을 받을 수 있다.
매월 10만원을 납입하면 5살, 10살, 14살 때 각각 100만원을 받고 대학에 진학하는 나이인 만 17세 때는 300만원이 지급된다.
하지만 이 교육보험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물가상승률이나 교육비의 인상부분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당시 가입시점만을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의 3배 이상을 상회하는 교육비 상승률을 감당하려면 교육보험으로는 어림도 없다.
현재는 교육보험의 자리를 어린이 적립식 펀드가 대신하고 있다.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어린이 적립식 펀드는 ‘시간에 투자하는 장기상품’이다. 소규모 금액을 정기적으로 적립할수 있고 환매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적고 증시 급등락의 영향을 덜 받는 안정성이 있다. 또 주식 차익에 대해 세금이 없으므로 비과세 혜택도 가능하며 복리를 이용하면 투자기간이 길면 길수록 초기 투자 자금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하루라도 빠른 투자가 해결책
전문가들은 “펀드투자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게 해결책”이라고 충고했다. 복리 효과 덕분에 빨리 시작할수록 투자 금액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교육비 부담이 적은 미취학아동이나 초등학교 입학 시기가 자녀 교육비를 마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이다. 10년 동안 연 6∼7%의 장기적인 수익을 목표로 자금을 운용한다면 있다면 실제로 사교육비 부담이 큰 시기가 닥쳐왔을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고씨 부부는 고군이 1살이 될 무렵 주식형 펀드에 가입해 그동안 꾸준히 매월 10만원씩을 납입해오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고씨는 고군이 대학에 입학할 10년 후를 대비해 20만원 짜리 적립식 펀드를 한개 더 가입할 계획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시기에 맞게 목표액을 설정하고 자녀의 나이를 고려해 투자기간을 정하라고 조언했다. 고군의 경우 중학교 교육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기간은 6년, 고등학교는 9년, 대학교는 13년의 투자기간을 가질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사실상 적립식펀드에 예금처럼 원금에 이자가 붙고 그 ‘원금+이자’ 금액 만큼에 또 이자가 붙는 복리가 명확히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재테크 전문가, 우리투자증권 김종석 차장은 “펀드는 실적배당이다 보니 복리라는 개념을 확실히 정의내릴 수 없다”면서 “하지만 펀드에 확실한 복리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8살 때 부터 매월 30만원씩 납입하며 매년 6∼7%의 복리를 적용한다면 중학교에 입학하는 13살 무렵에는 이자만 최대 570만원, 대학에 입학하는 18살에는 최대 708만원의 자금을 모을 수 있다.
이렇게 단계별로 나눠 투자할 경우 단기간인 중학교 교육비는 보다 안정적인 투자 상품을 선택하고 대학교 교육비는 보다 공격적인 투자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투자기간이 길수록 주식형 펀드가 유리하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고 단기 손실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투자 운용전략이 명확한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장기간 운용을 검증한다는 것은 수익률에 대한 부분보다는 운용전략의 일관성에 달린 경우가 많다. 뚜렷하고 이해가 쉬운 운용전략을 갖고 주가나 금리의 변동 없이 꾸준히 유지해온 펀드가 좋다.
그동안 장기간 투자해오고 있으며 그 수익률과 운용전략이 이미 검증된 상품을 대상으로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안정적인 운용사와 규모가 펀드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투자 계획을 세웠다면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 가계 고정 수익에 문제가 생기거나 다른 투자 계획이 생기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자신의 소득에 큰 부담이 되지 않더라도 무리하게 교육비 지출을 늘려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교육비 부담이 급증할 가능성이 큰데다 소득증가율이 교육비 상승률을 앞설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