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증 느끼는 남자
어렸을 때부터 그랬대요.
우리 엄마의 증언에 의하면
새 장난감이 생기면 처음 일주일은 손에서 놓질 않았답니다.
밥 먹을 때도, 잠들 때도, 유치원 갈 때도.. 떼어놓질 못하고
오매불망 그 장난감만 바라보다가,
딱 일주일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거들떠보지도 않았대요.
그런 성향이 아직도 나한테 남아있나 봅니다.
지금까지 만났던 여자들을 쭉 떠올려 보면,
처음엔 다 내가 마음에 들어서 적극적으로 대시했었어요.
그리고 한.. 한 달간은 정신없이 사랑에 빠져있죠.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오직 그녀 생각뿐이에요.
맛있는 걸 먹으면 꼭 포장해서 그녀도 맛보게 해줘야 행복하고,
그녀에게 어울릴만한 구두를 보면 선물해야 흡족하고,
하루에 스무 통씩 문자를 보내고, 전화 통화를 해야 안심 되고,
그렇게 열정적으로, 정열적으로..마음을 다해 사랑에 빠집니다.
그러다가 한 달 쯤 되면, 슬슬 귀찮아 져요.
전화 오는 것도 귀찮고, 만나자는 것도 귀찮고...
그럼, 거기에서 게임 오버에요.
처음 몇 번의 연애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그 시기를 잘 넘겨보려고 애썼어요.
근데 다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죠.
그러면 그럴수록 서로 미움과 원망만 더해갈 뿐이더라구요.
그래서 이젠 그런 노력 같은 거 안 해요.
그냥 무 자르듯 단칼에 베어냅니다.
난, 사랑 같은 거 안 믿어요.
그녀를 위해 목숨을 내 놓을 수 있어야
사나이 체면에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솔직히 난 그럴 자신 없거든요.
돌아서면 남인데..그런 애인을 위해서 목숨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 명이나 존재하겠어요?
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만들어낸 허구일 뿐이에요.
날짜를 따져보니까 그래도 이번엔 한 달을 조금 넘겼네요.
이러다보면 언젠가 내게도 기적처럼 1년을 넘길 여자가 나타날지도 모르죠.
그럼, 그녀가 나의 운명인 거구요.
아니면 뭐 대충 이렇게 연애나 하면서 살다가
적당한 여자 만나서 결혼해서 애 낳고 살면..그게 인생 아니겠어요?
내일 쯤 그녈 만나서 그만 만나자고 얘길 해야겠어요.
니 전화벨 소리가 귀찮아진 걸 보니..우리의 사랑이 다 한 것 같다구요.
난 거짓말은 안 해요.
근데 그게 여자들한테 더 상처를 주는 것 같더라구요.
오늘은 대학 동창 여자애가
목동에다 옷가게를 오픈한다고 거기에 가봐야 해요.
꼭 오라고..동창들도 많이 온다고 했다고.. 몇 번이나 전화를 하더라구요.
연애에 있어서는 좀 모질게 굴지만,
그래도 우정에 있어서는 의리를 지키려고 노력하며 살거든요.
그리고 또 혹시 모르죠.
거기에서 오버랩 되는 새로운 여자를 만나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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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사랑도 의리일 수 있다고,
처음 마음을 끝까지 지키려는 의리일 수도 있다고...